게이머 1625명 상대로 5년 장기 연구
갈 수록 '과몰입' 줄고 '미 이용자' 늘어
성장과 발달, 환경 변화에 따라 문제 해소
"질병 코드 등재, 실효성 있을 지 의문"
갈 수록 '과몰입' 줄고 '미 이용자' 늘어
성장과 발달, 환경 변화에 따라 문제 해소
"질병 코드 등재, 실효성 있을 지 의문"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국내 게이머 1625명을 장기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게임 이용에 있어 문제 행동이 시간이 흐를 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이를 '질병', '중독'으로 바라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 보고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아동·청소년 924명과 성인 701명을 대상으로 5년 간 종단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 종단 연구란 특정 대상 집단을 반족적으로 관찰, 변화를 추적하는 방식이었다.
연구 주관 기관은 콘진원, 수행 기관은 한성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였으며 이외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상명대학교, 숭실대학교 등의 연구원들이 참여했다. 콘진원 측은 이번 조사 결과가 "국내 최초의 게임 분야 종단 연구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일일 게임 이용 시간 지표를 살펴보면 과몰입·위험·경계군 이용자들의 평균 이용 시간은 1년차부터 5년차까지 2.78시간→3.33시간→3.26시간→3.07시간→2.48시간으로 집계됐다. 2년차까지 단기적으로는 증가했으나, 시간이 흐를 수록 게임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같은 기간 일반 이용자군 역시 1.60시간→1.33시간→1.29시간→1.26시간→1.19시간으로 매년 점감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용 장애 경향 없이 게임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으로 분류된 '게임 선용군'의 경우 2.13시간→1.73시간→2.14시간→2.63시간→2.42시간으로 뚜렷한 흐름 없이 오르내리는 양상을 보였다.

19세 이상 성인 게이머들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조사 첫 해에는 과몰입경계군 76명, 위험군 252명, 과몰입군 19명으로 총 347명(49.5%)이 과몰입 이용자로 집계됐으나 5년차에는 경계군 27명, 위헙군 81명, 과몰입군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총 인원수 108명(15.4%)으로 5년 새 절반 이하로 줄었다. 5년새 미 이용자로 전환한 게이머는 118명(16.8%)으로 집계됐다.
게임 이용 문제 인식에 관한 설문 결과도 공개됐다. 1년차부터 5년차까지 게임이용 문제인식 점수를 살펴보면 아동·청소년 중 게임 과몰입을 경험한 이용자들의 평균 점수는 5.72점→4.91점→3.45점→5.09점→4.83점, 과몰입을 경험하지 않는 이용자들은 4.39점→3.78점→3.18점→3.76점→3.64점으로 집계됐다. 5년의 조사 기간 동안 매년 과몰입 경험자들의 점수가 높았으며, 이는 게임 과몰입 이용자들이 오히려 문제 의식을 더 크게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연구의 주된 목적은 게임이 과몰입 등 문제적 행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는 것으로, 이에 따르면 과몰입 등 집단으로 분류된 이용자는 해당 유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1차년도부터 5차년도까지 게임 과몰입군이 2년 연속 지속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고 과몰입위험·경계군의 감소, 미이용자는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선 응답자 별 답변 분석을 토대로 "아동·청소년의 경우 과몰입 하위요인은 감소, 선용 하위요인은 높은 비율로 나타난 반면 성인 이용자는 과몰입·선용 하위요인 모두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게임 행동 유형이 경로 의존적으로 지속되기보단 성장과 발달, 생아주기 변화에 따른 사회·심리적 요인 작용으로 게임 이용 행동이 변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질병 분류에 '게임이용장애'를 추가하고, 이를 국내 분류 체계에도 그대로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촉발된 시점에 시작됐다. WHO에 따르면 게임 통제 기능이 저하되고, 일상 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며, 최소 12개월에 걸쳐 명백하고 분명한 증상을 보인 경우 중독 행위에 의한 장애로 분류할 수 있다.
연구진은 "게이머에게 있어 특정 시기 일시적으로 문제적 게임행동을 경험하더라도 생활환경 변화, 성장 발달을 통한 자기 통제력 증가로 자연적으로 문제가 사라질 수 있다"며 "문제적 행동을 의료적 개입에 의존하기보다 가정, 지인과의 상담 등 지원을 통해 해소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란 점에서 WHO가 규정한 이용 장애에 대해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가, 게임이용장애 코드 도입에 실효성이 있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제기하게 한다"고 결론 내렸다.
콘진원은 이번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대응 특별세미나'를 개최한다. 서울 중구 소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6월 13일 오후 2시, 한국정책학회와 협력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