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직 드라마', 미국서 폭풍 성장… 할리우드 긴장 '최전선' 부상

중국의 '수직 드라마'가 미국에서 폭풍 성장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디즈니와 같은 할리우드 거대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는 한입 크기의 짧은 에피소드와 자극적인 서사로 '틱톡 세대'의 도파민 중독을 공략하며, 기존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수직 드라마는 각각 1~2분 동안 지속되는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대본 쇼로, 장면이 수직 형식으로 촬영되어 스마트폰 시청에 최적화되어 있다.

스토리는 빠르게 진행되고 멜로드라마적이며, 늑대인간, 마피아, 부유한 상속인 등 자극적인 소재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빠른 도파민 히트를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
비평가들은 이 쇼를 '쓰레기' '저속' '포르노'라고 비판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시청자를 끌어들이면서 할리우드 업계 거물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샹시닝(Xiang Sining) 감독은 "텔레비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아무도 그것이 영화를 능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세로 드라마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수직 드라마는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며, 콰이쇼우(Kuaishou)와 같은 짧은 비디오 앱에서 입소문을 탔다.

2024년 말까지 중국에서는 6억 6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수직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으며, 그해 총 70억 2천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 이는 중국 영화 산업의 총 박스오피스보다 많은 수치다.

이후 수십 개의 중국 지원 수직 드라마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 출시되었으며, 릴쇼트(ReelShort), 드라마박스(DramaBox), 굿쇼트(GoodShort) 등이 초기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2023년 말 샹시닝 감독이 연출한 '억만장자 남편의 이중생활(The Double Life of My Billionaire Husband)'은 릴쇼트에서 4억 8,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미국에서 큰 히트를 쳤다.

이로 인해 릴쇼트는 애플 미국 앱스토어 다운로드 차트 2위까지 오르며, 틱톡을 잠시 제치기도 했다. 센서 타워(Sensor Tower)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동안 수직 드라마 앱은 전 세계적으로 3억 7천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6배 증가했다.

이러한 성공에 할리우드도 대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모바일 전용 세로 피드를 출시했고, 디즈니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드라마박스에 투자할 계획을 공개했다.

샹 감독은 "틱톡과 같은 짧은 비디오 앱이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에 더 많은 서구 제작사들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수직 드라마는 특히 할리우드 파업 등으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미국 내 인디 제작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샹 감독 역시 할리우드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후 수직 드라마를 시작했다.

이 산업은 초저예산으로 엄청난 양의 타이틀을 생산하는 '스파게티 접근 방식'을 사용하며, 전통적인 할리우드 제작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작업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미국 미디어 회사 LSP의 에릭 장(Eric Zhang)은 수직 드라마 산업이 '트래픽 투자'에 의존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많은 쇼가 실패하고 있으며,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각본팀이 작성한 대본을 사용하기 때문에 '매우 비현지적'인 문화적 요소가 포함되어 국제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샹 감독은 업계 표준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하며, 고품질 제작과 창의적인 콘텐츠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