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9·현대로템 K2·KAI FA-50, 유럽과 중동서 대규모 계약 잇따라

보도에 따르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23년 방산 기업 상위 100위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4개 기업은 지난해 무기 수출 수익이 39% 증가해 11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일본 5개 기업의 100억 달러(35% 증가)를 넘어서는 성적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국 방위산업이 아시아의 R&D 투자 확대와 제조능력 향상에 힘입어 유럽과 중동 등 전략시장에서 수출을 크게 늘렸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국의 무기체계가 빠른 납품과 현지 생산 조건을 내세워 주요 수출국의 요구에 부응했다”고 말했다.
◇ 한화·현대로템·KAI, 유럽·중동서 대형 계약 잇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69억4000만 달러(약 9조6400억 원), 영업이익 9억2400만 달러(약 1조2800억 원)로 전년보다 94.6% 성장을 기록했다. 한화는 2022년 폴란드와 K9 자주포, K-239 천무 다연장로켓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이집트에도 K9 포병을 공급했다. 이 계약은 2024년 2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중심으로 매출 29억2000만 달러(약 4조 원), 영업이익 3억1300만 달러(약 4300억 원)를 기록했다. 폴란드에 지난해 K2GF 전차 56대를 인도했고, 올해 96대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계약 중 60대는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25억2000만 달러(약 3조5000억 원), 영업이익 1억8900만 달러(약 2600억 원)를 기록했다. KAI는 2024년 12월 경무장헬기 ‘미론’을 국내 군에 인도했으며, 폴란드에 수출할 FA-50PL 경공격기 변형 모델을 개발 중이다.
◇ 사우디·UAE·폴란드·말레이시아로 확산하는 한국 방산 ‘지정학적 고리’
한국은 유럽에 진출하기 전인 2022년 1월 UAE와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 예비 계약을 맺었으며, 2023년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32억 달러 규모의 KM-SAM Block II(천궁-II) 중거리 방공 시스템 10개 세트 계약을 체결했다. 천궁-II는 항공기와 미사일을 40km 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주요 부품을 개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 수출이 경제 활동을 넘어 국제 외교와 전략적 파트너십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말레이시아 등 주요국과의 계약이 이를 반영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지난 16일(현지시각) 베트남 주간지 뚜이 째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2025년까지 방산 수출액을 200억 달러(약 27조8000억 원)로 늘리고, 2027년 세계 4위 수출국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 방위산업이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국제시장과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