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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인도·네팔, '살인 몬순' 강타…최소 400명 이상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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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인도·네팔, '살인 몬순' 강타…최소 400명 이상 사망

파키스탄 북서부 한 주에서만 사망자 300명 넘어…"마을이 잔해 더미로 변했다"
"시간당 100mm 물폭탄"…기후 위기 경고 속 추가 폭우 예보로 긴장 고조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을 휩쓴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마을이 잔해 더미로 변했다. 파키스탄에서만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남아시아 3개국에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을 휩쓴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마을이 잔해 더미로 변했다. 파키스탄에서만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남아시아 3개국에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파키스탄과 인도령 카슈미르, 네팔 등 남아시아 일대를 휩쓴 기록적인 폭우와 돌발 홍수로 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CNN과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당국은 수십 명이 여전히 실종됐다고 밝혀 인명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피해가 가장 극심한 곳은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이다. 파키스탄 주 재난관리 당국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에서 16일 오전까지 307명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으며, 실종자도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집중호우와 돌발 홍수, 낙뢰, 산사태, 건물 붕괴 등이 올해 몬순 시즌 들어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낳았다.

특히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차량으로 3시간 반 거리에 있는 부네르 지역은 사망자 184명이 발생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중 하나다. 현지 관리들은 집중호우와 쓰러진 나무, 돌발 홍수가 사람들과 재산을 휩쓸었으며 기반 시설과 농작물, 과수원 피해도 막대하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한 주민들이 불어난 물에 고립됐으며, 이 지역에서만 93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샤하브 알리 샤 카이베르파크툰크와 주 장관은 인근 샹글라 지역에서도 폭우 때문에 건물 지붕이 무너져 34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주에서는 15일 악천후 속에서 구호 활동에 나섰던 헬리콥터 1대가 추락해 승무원 5명이 숨졌다.

현지 긴급 대응 기관 '레스큐 122'의 빌랄 파이지 대변인은 CNN과 인터뷰에서 "이 지역에서만 120구 넘는 시신을 수습했다"며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활기 넘치던 마을이 이제는 거대한 바위와 잔해 더미로 변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인근 지역의 피해도 막심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령 카슈미르의 힌두교 성지순례지인 차소티 마을에서도 15일 최소 60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실종됐다. 네팔 역시 재난관리 당국을 인용, 최소 41명이 숨지고 121명이 다쳤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 "최후의 날 같았다"…참혹한 현장의 생존자 증언

갑작스러운 재난을 겪은 생존자들은 당시의 악몽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파키스탄 북부 살라르자이에 사는 학생 파르하드 알리는 "비가 거세지자 땅 전체가 흔들리는 지진을 느꼈다"며 "온 가족이 밖으로 뛰쳐나가자 집 근처 개울로 진흙과 거대한 바위 급류가 쏟아져 내렸다. 세상의 종말에서나 볼 법한 최후의 날 같았다"고 말했다.

인도령 카슈미르의 75세 주민 압둘 마지드 비추는 AP통신에 "진흙 속에서 시신 8구가 수습되는 것을 봤다"며 "사방이 완전히 파괴된, 가슴이 찢어지고 참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고 전했다.

◇ ‘기후 재앙’ 경고 현실로…당국, 총력 대응 착수

이번 폭우는 6월 초 시작된 극심한 몬순(우기)이 몰고 온 것으로 분석됐다. 인도 기상청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한 시간에 100mm 이상의 비가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집중호우(cloudburst)' 현상을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위기가 올해 히말라야 지역 계절성 홍수의 강도와 빈도를 이례적으로 높였다고 경고했다.

현재 재난 지역 전역에서는 군과 경찰, 국가재난대응군(NDRF) 등이 나서 필사적인 구조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샤하브 알리 샤 주 장관은 피해 지역에 구호 활동 감독과 피해 평가를 위해 현지 관리들을 급파했으며, 긴급 자금을 투입해 막힌 도로를 복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들을 위한 의료 캠프를 설치하고, 집을 잃은 가정을 위해 조리된 식사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는 민간과 군 팀이 구조와 구호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 부상자, 집과 생계 수단을 잃은 많은 이들에게 마음을 전한다"고 애도를 표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하지만 파키스탄 기상청이 폭우가 목요일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하며 추가적인 돌발 홍수와 도시 침수를 경고하고 있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