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메인 히로인', 차별화된 스토리
'죽음'까지 불사하는 하드코어 호러 요소
정신 붕괴·심리 상담으로 '더 깊은 교감'
'죽음'까지 불사하는 하드코어 호러 요소
정신 붕괴·심리 상담으로 '더 깊은 교감'

'에픽세븐'으로 장기간 서브컬처 팬들과 함께해온 슈퍼 크리에이티브가 7년 만에 신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카제나)'로 돌아왔다. 이전작과는 차원이 다른 마니악한 테마, 깊이 있는 서사로 코어 게이머층을 공략할 전망이다.
슈퍼 크리에이티브와 모회사 스마일게이트는 오는 9월 18일 '카제나' 사전 테스트를 개시한다. 테스트에 앞서 28일에는 기자들을 상대로 게임을 사전 체험하는 '미디어 프리뷰' 행사를 가졌다.
게임 장르는 SF 호러 로그라이크 덱빌딩 게임이다. 명작 인디 게임으로 꼽히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로그라이크 덱 빌딩 요소에 서브컬처의 상징인 카툰 렌더링 그래픽에 더해 기존 서브컬처에선 보기 힘들었던 '호러' 요소로 차별화를 노린다.
◇ '아버지와 어머니'…눈길 확 끄는 초반 스토리 구도

카제나 세계관의 테마는 세계 멸망 이후를 뜻하는 '아포칼립스'다. 암세포와 같이 퍼져나가는 미지의 물질 '카오스'로 인류가 멸망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이용자는 카오스 사태에 대항하는 것을 목표로 인류 제국의 '카오스 제로' 프로젝트의 첫 지도자인 '퍼스트'이자 전략 방주 '나이트메어'의 함장 역할을 겸한다.
인류를 위협하는 미지의 적 혹은 사건과 이를 막고자 하는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인 주인공의 대립은 서브컬처 게임 팬들에겐 이미 익숙한 설정이다. '소녀전선'의 철혈공조와 지휘관, '명일방주'의 광석병과 닥터, 국산 게임인 '승리의 여신: 니케'의 랩쳐와 지휘관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의 타이틀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레노아'의 존재는 독특한 인상을 준다. 나이트메어의 부함장이자 이전부터 '퍼스트'와 함께해온 동료라는 설정으로, 메인 스토리 초반부터 서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모습이 그려진다. 나이트메어의 요원들은 이를 보며 "아버지와 어머니 같다"며 공공연히 두 사람의 사이를 인정하는 모습 또한 그려진다.
서브컬처 RPG는 다수의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주인공의 메인 히로인, 이른바 '정실부인'에 대해선 확고하게 정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이 팬 커뮤니티에서 토론이나 2차 창작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일반적이다. 게임 초반부터 '정실'을 확고하게 정하고 전개되는 카제나의 스토리 전개 방식은 신선하면서도 도전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 '데스 씬'만 30종, 화끈한 '하드코어 호러' 요소

스토리 초반부에 눈에 띄는 또 다른 요소는 첫 임무부터 플레이 가능 캐릭터가 거대 몬스터의 손아귀에 쥐어짜여 목숨이 위험한 수준의 부상을 입는 모습이 묘사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서브컬처 RPG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데스 씬', 즉 사망 연출도 존재한다. 적나라한 표현이 아닌 실루엣 형태이나 고통, 공포감은 충분히 전달된다. 개발진에 따르면 이러한 데스 씬의 종류는 출시 시점에만 약 30종이며 보스 몬스터가 추가될 때마다 고유 데스 씬도 함께 추가될 전망이다.
게임 속 캐릭터들도 이러한 공포감에 노출된다. 캐릭터 별로 '사기'가 존재하며 사기가 크게 떨어진 캐릭터들은 '현실 도피' 등 다양항 정신 붕괴 상태에 빠진다.
개발진은 이렇듯 잔혹한 호러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콘텐츠에 별도의 '하드코어 모드'를 추가할 계획이다. 연출적 공포감은 물론 세이브 로드가 불가능한 등 편의성 요소도 배제해 게임으로서 도전 의욕을 일으키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 절망 속에 꽃피는 사랑, '붕괴'와 '트라우마 코드'

붕괴 현상에 빠진 캐릭터가 방주로 복귀한 후 이를 되살리는 모습 또한 게임의 콘텐츠로 기능한다. 함장으로서 냉혹하게 '기억 소거'를 명령하거나 시간을 천천히 들여 치유시키는 '심리 상담'을 선택할 수 있다.
캐릭터 별 개인 스토리도 정신적 약점을 보다 깊이 파고든단 의미의 '트라우마 코드'로 명명됐다. 스토리 진행에 따라 완결성이 있는 여러 결말 중 하나를 볼 수 있는 '멀티 엔딩' 시스템으로 함장과 캐릭터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배드 엔딩'들도 존재한다.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파고드는 이러한 콘텐츠는 기존 서브컬처 RPG에선 쉽게 보기 힘든 구성이다. 김형석 슈퍼 크리에이티브 대표는 이에 대해 "최근 5년 동안 유행한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어둡고, 격정적이고, 선을 넘는 수준의 감정 표현이 이뤄진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캐릭터와의 심리 상담이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주인공은 때로는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극단적 방법들까지 동원하겠지만, 이러한 과정이 오히려 극적이고 내밀한 교감이 되도록 디자인하고 있다"며 "카제나는 공포와 악몽 속에서도 꽃피는 캐릭터와의 신뢰와 사랑을 볼 수 있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