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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인수 다음은 인재 영입…사우디, 게임 패권 강화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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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인수 다음은 인재 영입…사우디, 게임 패권 강화 '박차'

SNK, 하라다 가츠히로 'VS 스튜디오' 인수
킹오파의 라이벌 '철권의 아버지' 영입
'아랑전설' 실패 후 핵심 인재로 눈 돌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개인 회사 미스트 재단의 계열사 SNK가 '철권'으로 유명한 하라다 가츠히로의 게임 스타트업 'VS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철권은 SNK의 대표작 '킹 오브 파이터즈(KOF)'의 업계 라이벌로 꼽힌다. 사진=SNK이미지 확대보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개인 회사 미스트 재단의 계열사 SNK가 '철권'으로 유명한 하라다 가츠히로의 게임 스타트업 'VS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철권은 SNK의 대표작 '킹 오브 파이터즈(KOF)'의 업계 라이벌로 꼽힌다. 사진=SNK
SNK가 경쟁사의 핵심 개발자를 영입했다. SNK는 사우디아라비아 펀드의 일본 계열사다. 그동안 오일머니의 타깃은 기업 인수, 오프라인 대회 개최 등 외연 확장에 집중됐다. 이제는 '핵심 인재 영입'으로 바뀌고 있다.

SNK는 최근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의 하라다 가츠히로 개발자가 세운 신생 법인 'VS스튜디오'에 투자하고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VS는 격투기에서 흔히 활용되는 용어 '버서스(Versus)'의 약자로 해당 기업은 대전 격투 액션 게임 전문 개발사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하라다 가츠히로 대표는 반다이 남코에서 지난 1994년부터 2025년까지 30년 넘게 근무해온 인물이다. 원작 '철권' 개발에 참여해 1997년작 '철권3'부터 디렉터를 맡아 게이머들 사이에선 '철권의 아버지'로 불린다.

VS스튜디오 설립 발표 직후 일본 현지 매체 4게이머가 공개한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VS스튜디오에는 하라다 대표 외에도 '철권 태그 토너먼트 2'와 '철권 7'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자 요네모리 유이치가 소속돼 있다. 또 하라다 대표와 남코 시절부터 함께해온 엔지니어 등도 포함됐다.
철권은 SNK를 대표하는 대전 격투 게임 '킹 오브 파이터즈(KOF)',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와 더불어 이른바 '3대 격투 게임'으로 꼽힌다. SNK 입장에선 업계 내 최대 라이벌의 핵심 인력들을 영입한 셈이다.

SNK는 일본에서 1978년 설립된 게임사로 'KOF' 외에도 '아랑전설'과 '사무라이 스피리츠', '용호의 권' 등 대전 격투 게임 IP와 횡스크롤 슈팅 게임 '메탈 슬러그' 등의 IP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사우디 게임사 EGDC(일렉트로닉 게이밍 디벨롭먼트 컴퍼니)에 인수됐다. EGDC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개인 펀드 미스크 재단이 보유한 기업이다.

'철권8' 공식 이미지. 사진=반다이 남코이미지 확대보기
'철권8' 공식 이미지. 사진=반다이 남코

사우디가 하라다 대표 등을 영입한 기저에는 SNK가 사우디에 인수된 후인 2025년 4월 출시한 신작 '아랑전설: 시티 오브 더 울브스'의 흥행 실패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티 오브 더 울브스'는 사우디가 매년 개최하는 e스포츠 월드컵(EWC)에서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공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국가 차원의 '전략 종목'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적 관점에선 일본 현지 초동 판매량이 1만 장에 미치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출시 첫주 100만 장 판매, '철권 8'은 1개월 만에 200만 장 판매의 기록을 세운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또 아랑전설은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도 최다 동시 접속 4674명, 최근에는 300~400명 대에 머무르며 이용자층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 격투 게임 분야에 정통한 한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격투게임 전문 게이머들 사이에선 '사우디 형님들이 돈 퍼주는 아랑전설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이용자 수 자체가 적어서 경쟁이 없다보니 조금만 연습해도 대회 우승이 가능한데 게임 활성화를 위해 개발사 차원에서 대회 상금을 적지 않게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하라다 대표 영입은 사우디가 게임 업계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를 넘어 크리에이티브 등 내실 강화를 위해 보다 세밀한 투자에 나선 것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투자 기조 변화는 한국 게임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에 방문했을 당시 사우디는 '승리의 여신: 니케',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사 시프트업과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게임업계에는 사우디 정부 관계자가 시프트업에 "회사를 본국으로 옮겨준다면 거주지, 차량 등 인프라를 모두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