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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비상사태 선언에 현지기업들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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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비상사태 선언에 현지기업들 '걱정'

조기총선 앞두고 시위 격화

[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기자] 태국 정세가 심상치 않다. 잉락 친나왓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30일 KOTRA와 현지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정부는 다음달 2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수도 방콕에만 경찰 1만명을 배치하는 등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여전히 선거 연기를 요구하며 조기 총선 저지를 선언한 상태에서 선거 파행 및 전후 폭력사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AAP(호주연합통신)는 “계층이 나뉜 태국사회의 다층적 문제들이 얽히고 설켜 있는 데서 비롯된, 태국 역사상 최악의 시위다. 출구가 안 보인다”라는 현지 유력인사의 말을 전했다.

문제는 이같은 태국의 정세 불안이 태국 경제의 위축->아시아 국가의 경제위기로 이어질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금융가에서는 흔히 태국 경제를 테플론 태국이라고 불러왔다. 미국 듀폰의 코팅제 테플론처럼 18차례의 군부 쿠데타와 정치 불안에도 끄떡없었던 태국 경제의 불가사의한 면역력을 지칭하는 용어다. 하지만 태국의 최근 경제지표는 ‘테플론 태국’이라는 말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

태국진출 한국기업 현황(자료=KOTRA)

기업명

업종

종업원 수
진출연도

삼성전자

전자 가전

3800

1988년

LG전자

전자 가전

1600

1997년

삼성전기

전기 전자

950

1990년

포스코

철강 가공

247

1997년

동부스틸

철강 가공

60

1989

유니온스틸

철강 가공

72

2011

BJC건설

건설공사

622

1994

한화종합화학

화학 PVC가공

236

1989

대아전자

전자부품

875

2000

CJ GLS

물류

253

2006

삼성엔지니어링

건설공사

15

1993

삼성물산

무역

25

1976

LG상사

무역

10

1982

CJ 오쇼핑

홈쇼핑

98

2011



태국은 1차산업(농업)과 3차산업(서비스)이 과도하게 발달한 기형적 산업구조를 가졌다. 따라서 제조업에서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최근 도요타가 6억달러 투자계획 유보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근까지 태국 금융시장에서는 40억달러에 가까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해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은 예전의 절반 수준인 월 100만명으로 줄었다. 관광이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나라인 점을 감안하면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소비와 투자 부진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태국 정쟁 격화는 이미 이곳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금속·기계, 전기·전자 위주로 포스코, 유니온스틸, 삼성전자, LG전자 등 10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당장 태국에 진출한 국내 철강업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스코의 스테인리스냉연 제조기업 포스코타이녹스는 방콕에 본사를, 라용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 5월에는 촌부리주 아마타나콘공단에 스테인리스 전용 가공센터를 준공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별다른 피해는 없지만 방콕 등 대도시 위주로 시위가 격해지고 있어 상황을 안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태국 촌부리 컬러강판 전용 코일센터를 준공한 유니온스틸은 태국 내 삼성, LG, 샤프, 파나소닉, 도시바 등 글로벌 가전사들에 다양한 컬러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유니온스틸 측은 “방콕과 90분 거리 산업단지에 있어 영향은 없지만 태국 내수시장의 위축으로 가전사들이 생산량을 줄일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당장 태국정부에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을 수출하려던 SK텔레콤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SK텔레콤은 태국 국영통신사 CAT와 손잡고 기술 진출을 추진해왔지만 태국 정치상황으로 인해 대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과 CAT는 지난해 11월 태국 제4세대(4G) LTE 사업을 위해 공동으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SK텔레콤이 최근 중국 차이나텔레콤과 LTE네트워크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앞서 인도네시아 통신사와 같은 계약을 체결했다. 곧 대만·몽골 통신사와 LTE 및 3G 기술 컨설팅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지난해 6월 태국 차오프라야강 유역 방수로와 저류지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수자원공사는 태국 36개 주 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진행 중이었지만 최근 반정부 시위가 심해지면서 공청회가 중단됐다. 6조1000억원 규모의 물관리사업이 최종 계약을 앞두고 암초를 만난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태국 정부에 제출한 입찰보증서 만기일이 4월까지로 이버 총선부터 내각 구성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것을 감안하면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 사업에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삼환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지난 11월부터 시박된 반정부 시위로 그동안 10여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다쳤으며 총선이 다가오면서 레드셔츠로 불리는 반정부 시위대와 엘로우셔츠로 불리는 친정부 시위대 간의 충돌도 잦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방콕의 교통과 정부 운영을 마비시키기 위한 대규모 시위 '방콕 셧다운(Shut-Down)'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