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ㆍ연비ㆍ국가이미지ㆍ마케팅 등에서 좋은 점수
[글로벌이코노믹=곽호성 기자] 올해 상반기 한국에서 제일 잘 팔린 외제차 1위부터 4위까지를 독일차가 휩쓸었다. 독일차의 강세는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독일차가 1196대(98년 대비 189% 증가)로 전체 판매 수입차 중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미국차는 당시 761대가 팔렸다. 2000년 이후 독일차의 강세는 더욱 뚜렷해졌다.1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BMW는 올 1~6월 총 2만268대를 팔아 반기 기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는 메르세데스 벤츠(1만6642대), 3위는 폭스바겐(1만5368대), 4위는 아우디(1만3536대)였다. 6월 월간 기준으로 보면 BMW 3358대, 폭스바겐 3010대, 벤츠 2907대, 아우디 2728대가 팔렸다.
이미지 확대보기그렇다면 왜 한국인은 독일차를 좋아할까? 업계에서는 한국인들이 독일차를 선호하는 이유로 ▲차량 성능 ▲뿌리 깊은 고급차 이미지 ▲독일문화의 영향 ▲독일차의 개성 등을 지목한다.
90년대가 지나면서 미국 차는 차츰 퇴조했다. 일단 미국 차는 독일 차에 비해 성능이 나쁘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광활하고 직선으로 쭉 뻗어있는 고속도로에 맞춰 설계되어 있는 미국 차는 한국인들에게 흥미를 주지 못했다.
대덕대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미국 차는 넓고 직선으로 쭉 뻗어있는 고속도로를 달리도록 설계됐다”라며 “장거리를 주행해야 하니 당연히 승차감이 중요할 수 밖에 없고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쓸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보기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사용할 경우 승차감은 좋아지지만 드라이빙 성능은 떨어진다. 가령 딱딱한 서스펜션을 사용하는 독일 차의 경우 고속주행하면서 급차선 변경을 할 때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사용하는 미국 차의 경우 고속주행하며 급차선 변경 시 차량 전복 가능성이 독일 차보다 높다.
그 다음은 연비다. 90년대 중반 이후 서서히 외국산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연비에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미국 차는 독일 차에 비해 연비가 떨어졌다. 이런 이유로 미국 차는 독일 차에게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또한 한국인들의 정신에 각인돼 있는 독일의 이미지도 독일 차 선호에 한 몫을 했다. 일본과 달리 독일은 2차대전 시 자신들의 악행을 깨끗하게 사죄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은 베토벤과 괴테, 하이젠베르크 같은 지식인의 나라다. 프랑스도 그렇지만 프랑스 차의 성능은 독일 차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이미지 확대보기한국인들의 정서 속에 스며들어 있는 반일감정과 반미감정도 일본 차와 미국 차 구매를 꺼리게 하는데 일조했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반일감정은 한국인이라면 거의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정서이고 반미감정의 경우 60년대에 출생한 세대부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60년대에 출생해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기업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들의 경우 미국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적어도 미국의 정치적-국제적 행보를 좋게만 봐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미국 차를 과감히 버리고 독일 차를 선택했다. 특히 60년대에 출생한 세대, 60년대 이후에 출생한 세대들이 선호하는 자동차 회사가 바로 BMW다.
벤츠도 세계적 명차이지만 고풍스런 느낌이 드는 반면 BMW는 상대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진다. 폭스바겐이나 아우디도 그렇지만 BMW는 한국 시장에서의 마케팅에 크게 성공했다.
이미지 확대보기또한 독일 차의 경우 디자인이 한국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독일 차는 미국 차처럼 크고 둔중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또 일본 차처럼 지나치게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디자인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벤츠는 고급스럽고 고풍스런 디자인이 개성이지만 BMW나 폭스바겐, 아우디의 경우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을 보여준다.
이렇게 한국 자동차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계층이 독일 차를 선호함에 따라 독일 차가 잘 팔리게 되었고 당연히 독일 차 판매 딜러들은 고객 관리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더 열심히 마케팅을 전개하게 됐다. 이것도 독일 차 '판매 선 순환'의 원인이라고 업계 인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