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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절반 경과…트럼프 '시간 압박' 속 산업 불확실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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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절반 경과…트럼프 '시간 압박' 속 산업 불확실성 확대

조기 종전 압박 vs 이란 시간끌기…협상 장기화 가능성
유가 넘어 운임·보험·환율 동시 자극…기업 의사결정 흔들림
루오자샨 유조선이 오만 무스카트에 정박해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징수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루오자샨 유조선이 오만 무스카트에 정박해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징수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휴전 절반을 지나며 '시간 싸움'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종전 지연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를 넘어 운임과 보험, 환율까지 자극하는 복합 비용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계 전반에서 원가 구조와 투자 판단을 동시에 흔드는 불확실성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이란 간 2주 휴전이 중반을 넘어서며 협상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양측 입장 차가 커 단기간 내 타결보다는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기 종전을 압박하는 반면 이란은 시간을 활용해 협상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을 쓰고 있어 협상은 줄다리기 성격이 강해지는 흐름이다.

이 같은 구도는 산업계에 ‘가격’이 아닌 ‘구조적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를 넘어 해상 운임과 전쟁 위험 보험료, 환율 등 핵심 변수들이 동시에 흔들리며 원자재 조달과 물류 비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정유·석유화학 업계를 비롯해 철강·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물동량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구간은 이미 막혀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재고를 활용하는 구간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기업들은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운임과 보험료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가 관리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비해 선구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물류 지연 가능성을 반영해 재고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수익성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실적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 의사결정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전쟁 리스크와 정책 불확실성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투자 전략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이 업황 부진과 원가 부담 속에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역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선별 투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유가와 경기 부담 속 조기 종전 압박은 커지고 있지만, 이란이 시간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 협상 간극은 쉽게 좁혀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협상이 단기간 내 타결되지 않는다면 가장 큰 충격은 유가 상승보다 ‘불확실성의 장기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은 적응이 가능하지만 방향성이 없는 변동성은 기업의 투자와 생산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운임과 보험료, 환율이 동시에 출렁이는 환경에서는 비용 관리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고유가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면서 "고유가·고환율·고금리의 3고 현상이 겹칠 경우 기업 비용 부담과 소비 위축이 맞물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미·이란 협상은 단순한 지정학적 갈등을 넘어 글로벌 산업의 비용 구조와 공급망 전략, 투자 흐름을 동시에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휴전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줄어드는 가운데 협상 향방에 따라 산업계 전반의 충격 강도 역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최유경·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