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삼성과 LG 반목의 40년 역사 그 뿌리는?

글로벌이코노믹

삼성과 LG 반목의 40년 역사 그 뿌리는?



이미지 확대보기


재계 1위 삼성과 4위 LG가 최근 삼성세탁기 파손 사건과 관련 전면전을 치를 태세인 가운데, 두 기업의 지난 40년 반목의 역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지난 9월3일 독일에서 열렸던 IFA 행사 기간 중 자툰(Saturn)社의 독일 베를린 유로파센터(Europacenter) 등의 매장에서 발생한 삼성 세탁기 크리스탈 블루 파손 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LG전자 조성진 사장 등을 지난 14일 고발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를 파손시켜 제품이미지를 실추시켰고, 거짓해명으로 임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이전 ‘관망’ 입장에서 LG전자 ‘수장(전문경영인)’인 조 사장을 직접 겨냥하며 ‘강경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번 세탁기 문제가 중대 사안으로 커졌다는 얘기다.

반면 삼성 측으로부터 세탁기를 파손한 당사자로 지목된 LG전자 측은 현재까지 독일 현지 경찰당국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전자 업계 ‘양대 산맥’이자 최근 글로벌 전자업체로 발돋움한 두 회사가 반목하게 된 시초는 60여년 전 고 이병철, 고 구인회 창업주대(代)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두 창업주는 삼성과 LG(과거 금성)의 초창기에는 의좋은 동업자 관계였다.

특히 이병철 전 회장의 고향인 경남 의령과 경남 진주가 가까웠던 터라 둘은 진주 지수면 지수초등학교에서 함께 수학한 사이였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이미지 확대보기

구인회 창업주의 경우 지난 1946년 1월, 지난 2005년까지 반세기 동안 동업자 관계를 이어온 허씨가와 동업하며 본격적인 사업 전선에 뛰어든다. 허씨가의 허만정이 경남 진주 지수면이 동향이자 사돈인 구 회장에게 동업자금을 보태며 장남인 스물 네 살짜리 고 허준구 전 LG건설 명예회장을 부탁하면서 LG그룹의 효시가 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때 허만정의 자식 중 허학구, 허준구, 허신구는 LG 구인회 창업주와 같이 동업을 시작한 반면 장남 허정구는 삼성 이병철과 동업하며 허씨 형제들은 물론 구씨가와 다른 배를 탔다. 허정구는 1952년 제일제당 전무를 거쳐 1958년 삼성물산의 초대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구 회장은 허준구 등과 지난 1947년 1월5일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해 오늘날의 LG그룹 근간을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1956년 고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이었던 구자학(아워홈 사장)과 이병철 회장의 셋째 딸 이숙희씨가 혼인하면서, 두 사람은 자식을 나눈 사돈관계로 발전했다.

특히 그는 지난 1959년, 금성사를 설립한 이후 국내 최초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시작으로 1966년 TV, 냉장고(1965년), 에어컨(1968년)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며 ‘국내 제1’의 전자회사로 발돔움시킨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은 지난 1964년 이병철 회장과 함께 동양방송의 전신인 RSB 라디오 서울을 창립하기도 하는 등 끈끈한 사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구인회, 이병철 그리고 LG와 삼성이 틀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지난 1960년대 말 발생했다. 바로 1969년 이병철 전 회장의 삼성이 사돈이었던 구 회장이 하고 있던 전자사업에 전격 진출하며 둘 사이가 벌어진 것. 물론 그 발단의 원인은 앞서 1968년 정부가 전자 육성계획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에 결혼 후 이병철 회장의 신임을 얻으며 호텔신라 사장 등 삼성에서 10여년간 일해오던 구자학 회장이 1976년 삼성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와 금성 쪽으로 유턴했다. 이전까지 두 사람은 시시때때로 만나 허물없이 사업 관련 이야기를 자주 나눌 정도로 친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물론 양가의 사이가 급격하게 벌어진 것이다.

이때 구인회 회장은 사돈인 이병철 회장의 전자사업 진출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섭섭함을 구 회장은 아들인 구자경 현 LG명예회장에게도 토로했을 정도였다.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없지만, 이 일은 결과적으로 당시부터 지금까지 양사가 40여년간 ‘1등 전자업체’ 타이틀을 놓고 펼쳐온 ‘자존심 싸움’의 불씨가 되고 말았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두 기업의 자존심 싸움은 전자시장이 본격적인 활황기에 접었든 지난 1990대 초반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전자시장에서 각종 타이틀을 놓고 양사가 벌인 자존심 싸움이다.

1992년 LG전자와 삼성전관(현 삼성SDI)이 브라운관 TV 시장에서 특허권을 둘러쌓고 소송전을 벌였다. 이 사건은 결국 양사가 특허를 공유하기로 합의를 보면서 일단락됐지만 이 불씨는 21년만에 또 다시 불거진다. 지난 2012년 9월27일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를 상대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특허 소송을 법원에 낸 것이다. 이 소송을 제기한 LG 측의 주장은 삼성의 갤럭시 노트, 갤럭시 시리즈 등이 자사의 핵심 OLED 기술(특허)을 침해했다는 게 골자다.

이 사건은 이 해 4월, 경찰이 삼성의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 11명을 불구속 입건한 후 이에 대해 검찰이 같은 해 7월 기소하면서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하며 맞받아쳤지만, 결국 양측이 소를 물리면서 일단락됐다.

또한 이번 세탁기 싸움과 함께 삼성과 LG의 반목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은 역시 ‘냉장고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냉장고 시장의 성수기였던 이 해 8월, 삼성전자가 ‘멀쩡한 냉장고에 왜 물을 부을까?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려고’라는 카피가 들어간 동영상을 하나 유튜브에 올린 게 발단이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해당 동영상에는 자신들의 냉장고와 경쟁사인 LG전자가 출시한 냉장고의 용량을 실험하는 장면을 담았다. 삼성전자 냉장고의 우월성을 우회적으로 자랑했던 이 동양상은 결국 양사 간 법정싸움의 빌미가 됐다.

이에 적잖이 뿔이 난 LG전자는 이듬해 1월14일, 이 동영상으로 기업 이미지 훼손 등으로 브랜드가치가 최소 1% 하락하는 등의 손해를 입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1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며 법정공방을 치렀다.

이 사건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1년 7월 세계 최대급인 900리터 지펠 냉장고 ‘T9000’ 출시에 이어 같은 해 9월, 잇따라 860리터 양문형 냉장고를 출시에 맞서 LG전자가 비슷한 시기 870리터짜리 양문형 냉장고와 910리터 크기의 4도어 디오스 냉장고 ‘V9100’로 맞불을 놓으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광고, 동영상, 풍자만화 게재, 공문, 가처분 소송 등으로 국지전을 치르면 양사의 자존심 싸움은 결국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졌다. 이 사건에서도 양측은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청구로 맞섰지만, 결국 법원이 중재해 1년만에 끝이 나고 말았다. 이 사건 역시 두 업체가 국내 전자업계에서 ‘국내 최고’라는 타이틀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과 LG는 국내 전자업계에서 40여년간 라이벌과 ‘앙숙’의 선을 넘나들며 티격태격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이번 LG전자를 상대로 한 세탁기 소송이 앞으로 어떻게 결론 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