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의 자구노력이 부족한 가운데 지원을 해도 업황침체 탓에 정상화될 가능성이 낮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것을 우려해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이것 외에도 한진해운 부족 자금이 내년까지 1조∼1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치를 내놨다. 운임이 현재보다 하락하는 최악의 경우 1조7000억원까지 한진해운 부족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권단은 이를 토대로 한진에 기존 자구계획 외에도 유동성 부족 해결 방안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후 한진과 한 달 넘게 자구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에 채권단은 25일을 제출 마감시한으로 통보했고,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최대 주주(지분율 33.2%)인 대한항공이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 내용을 골자로 한 부족자금 조달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진의 자구안이 애초 제시한 자구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란 게 채권단의 평가다.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정용석 부행장이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상 자구안 가운데 1000억원은 예비적 성격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은 4000억원뿐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것이 한진 측의 최종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한진이 최초 제안한 수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산은의 채권액 의결권 비중이 60%를 넘는 상황에서 정 부행장의 이같은 발언은 채권단이 지원불가 방침을 내부적으로 결정했음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진은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대한항공의 재무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놓을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내놨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앞서 구조조정을 진행한 현대상선의 경우 1조2000억원 규모의 현대증권 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필요한 유동성을 자체 확보한 만큼 한진해운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김은성 kes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