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암 이병철 삼성 명예회장이 1976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보에 ‘나의 경영론’이란 제목으로 실은 글의 일부다. 호암은 사업을 통해 국가에 보답한다는 뜻의 사업보국을 최고의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12일은 본인의 경영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전 생애를 바친 호암의 107번째 생일이다. 호암은 1910년 2월 12일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그는 생전 수많은 명언을 남기며 최근에도 회자되는 ‘호암 어록’을 만들었다.
고려 태조 왕건은 942년 자손들을 훈계하기 위해 몸소 열가지 유훈인 ‘훈요 10조’를 남겼다. 훈요 10조는 고려왕실의 헌장으로 태조의 신앙·사상·정책·규범 등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헌이다. 호암 역시 태조처럼 다음 대를 위해 아래와 같은 18가지 명언을 남겼다.
2. 한 발만 앞서라. 모든 승부는 한 발자국 차이다.
3. 티끌 모아 태산이다. 작은 돈에도 감사하라.
4. 써야할 곳과 안 써도 좋을 곳을 분간하라. 판단히 흐리면 낭패가 따른다.
5. 자꾸 막히는 것은 우선멈춤 신호다. 멈춘 다음 정비하고 출발하라.
6. 기도하고 행동하라. 기도와 행동은 앞바퀴와 뒷바퀴다.
7. 씨 돈은 쓰지말고 아껴두어라. 씨 돈은 새끼를 치는 종자돈이다.
8. 깨진 독에 물을 붓지 말라. 새는 구멍을 막은 다음 물을 부어라.
9. 서두르지 말라. 급히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10. 돈을 내맘대로 쓰지 말라. 돈에게 물어보고 사용하라.
11. 돈을 애인처럼 사랑하라. 사랑은 기적을 보여준다.
12. 들어온 떡만 먹으려 말라. 떡이 없으면 나가서 만들어라.
13. 말이 씨앗이다. 좋은 종자를 심어라.
14. 작은 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는다. 무엇이 큰 것인지를 판단하라.
15. 불경기에도 돈은 살아서 숨쉰다. 돈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16. 자신감을 높여라. 기가 살아야 운이 산다.
17. 돈은 돈을 좋아한다. 생기는 즉시 입금시켜라.
18. 돈이 가는 길은 따로 있다. 그 길목을 지키며 미소를 지어라.
한편, 호암은 1938년 자본금 3만원으로 삼성그룹의 모체인 삼성상회를 세웠다. 삼성상회는 만주와 북경에 국내산 과일과 건어물을 수출하는 회사로 삼성의 삼(三)자는 ‘크고 강하다’는 뜻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라는 이유로 택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51년 부산에 삼성물산을 차리고 무역업을 시작했고 이어 1953~1954년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을 설립해 제조업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제일제당은 삼성그룹 최초의 제조업으로 국내 최초의 설탕 생산공장을 보유했다.
호암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지를 설립해 삼성그룹 육성의 기반을 닦았다. 호암은 1987년 11월, 77세에 폐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현재 호암의 묘소는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선영에 위치해 있다.
유호승 기자 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