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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넘어 첨단으로, 대한민국 '소총' 개발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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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넘어 첨단으로, 대한민국 '소총' 개발史

70년 중반부터 독자 개발, 10년의 연구 끝에 K-2 탄생
호환 가능한 M-16 디자인에 내구성 높은 AK 장점 결합
잔 고장 없고 성능 뛰어난, 해외에서 명품 찬사 받기도

대한민국 국군의 제식무기인 K-2 자동소총. 사진=S&T모티브 홍보영상이미지 확대보기
대한민국 국군의 제식무기인 K-2 자동소총. 사진=S&T모티브 홍보영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동유럽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현지시각) 페트로 포로센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AK 자동소총' 하나를 들고 방위군에 합류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AK자동소총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자동소총이다. 러시아 군 소속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1947년 만들었다. 이후 러시아는 물론 중동과 공산권 국가들에서 폭넓게 사용되며 엄청난 명성을 쌓았다.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방사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자동소총이 있다. 대한민국 국군의 제식무기로 사용되고 있는 'K-2'가 바로 그것이다. K-2 자동소총은 앞서 밝힌 AK의 무시무시한 살상력과 내구성, 그리고 미국이 선보인 M-16 계열 자동소총의 편리함을 모두 갖고 있다. 자유진영과 공산권을 상징하는 두 소총을 베이스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비운의 대한식 소총과 MX소총


우리나라 총기개발 역사의 시작은 광복 이후부터다. 1945년 광복 이후 일본육군 조병창이 있던 부평에서 처음으로 소총개발이 시작됐다. 개발은 시작됐지만, 곧바로 터진 6·25 전쟁으로 인해 완성품을 내놓을 수 없었다. 결국 전쟁이 마무리되던 1953년 최초의 소총이 개발됐다. '광복 소총'으로도 불리는 대한식 소총이다.

그러나 대한식 소총은 정식 배치를 할 수 없었다. 전쟁으로 인해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총기제작에 자원을 지원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6·25 전쟁 과정에서 미군이 공수해준 막대한 전쟁 물자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M1개런드 소총이 이미 대한민국 제식소총처럼 사용되고 있어 대한식 소총을 굳이 생산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 군이 사용해왔던 모든 개인화기들이 전쟁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우리 군이 사용해왔던 모든 개인화기들이 전쟁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시간이 흘러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형 무기확보 사업(번개사업)의 일환으로 신형 소총 제작을 지시했다. 당시 미군이 사용하던 M-14 자동소총을 베이스로 한국형 자동소총 개발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로 개발에 착수한 국방과학연구소는 M-14 자동소총을 베이스로 M1 개런드를 개조한 MX 소총을 개발했다.

하지만 MX소총도 때를 잘못 만났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면서 국내에서 M-16 자동소총을 면허생산하고 있던 때였다. 정부는 결국 논의를 거친 끝에 MX 소총의 도입을 무산시키고, 면허생산 중이던 M-16 자동소총을 제식소총으로 선택했다.

10년의 개발 끝에 K-2 탄생


미군으로부터 지원받은 M-16 자동소총을 사용하던 우리나라는 1970년대 접어들면서 자체 무기 개발을 고민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미군이 넘겨준 무기들이 많아 자체개발에는 나서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1974년 M-16A1 생산을 위한 면허계약을 체결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 콜트사가 M-16A1의 생산량을 딱 60만정으로 제한한 것이다. 당시 우리 군이 병력이 70만에 달하고 예비군도 있던 상황이라 면허생산만으로는 무장을 완료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과 정부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에 총기개발을 지시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1974년부터 1980년까지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자동소총을 개발했다. 최종적으로 개발된 모델은 XB-7C형이었다.

국방부는 XB-7C형의 문제점을 더 보완한 후 XK2로 명명했고, 1984년 K-2 자동소총으로 명명했다.
대한민국 육군이 제식소총으로 선택한 K-2 소총의 제원. 이미지=S&T모티브이미지 확대보기
대한민국 육군이 제식소총으로 선택한 K-2 소총의 제원. 이미지=S&T모티브


K-2보다 순서가 앞선 K-1 기관단총은 특수전사령부의 요청으로 1976년부터 개발을 시작했지만, 1981년 개발이 완료되면서 K-1으로 명명됐다.

K-2는 개발과정에서 당시 우리 군의 제식소총이던 미군의 M-16A1 소총과 공산권이 애용하던 AK-47의 장점을 결합했다. 외관과 노리쇠, 탄창, 총검 등은 미군의 M-16 계열과 호환이 가능할 정도로 유사하며, 내부구조는 탄약가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AK계열의 방식을 선택했다.

K-2의 가장 독특한 점은 개머리판을 접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휴대성이 좋고, 기갑 및 기계화 부대에서도 사용이 용이해 전국에 동일 소총을 보급할 수 있었다.

명품 반열에 오르며 파생형 등장


K-2 자동소총 개발사에서 눈에 띄는 특이점은 K-2 자동소총을 가장 먼저 사용한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K-2 자동소총을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는 정작 나이지리아다.

K-2 자동소총은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지만, 정작 당시 우리 군은 K-2 자동소총 도입에 회의적이었다. 콜트사 면허생산을 통해 이미 60만정의 M-16A1을 보유하고 있었고, 여기에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군으로부터 공수받은 100만정 규모의 M16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K-2 자동소총은 우리 군에 보급이 되기 전 수출길에 나선다. 하지만 M-16A1의 면허를 갖고 있던 미국 콜트사가 여기에 딴죽을 걸었다. 저작권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

결국 법정까지 간 이 소송은 K-2 자동소총의 승리로 끝났다. 외부 디자인이 비슷하지만, 내부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났다.

여러 해프닝을 거쳐 수출된 K-2 자동소총은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명품 무기' 반열에 오르게 된다. 나이지이라의 무장단체인 보코하람 등이 정부군으로부터 K-2 자동소총을 탈취한 후 사용했는데, 뛰어난 내구성과 살상력, 그리고 휴대의 편리함으로 호평을 받은 것이다.

우리 군이 사용했거나 사용 중인 개인화기류. 이미지=S&T모티브이미지 확대보기
우리 군이 사용했거나 사용 중인 개인화기류. 이미지=S&T모티브


이후 외신을 통해 한국군의 최신형 자동소총인 K2C를 사용하는 이슬람 반군까지 등장하면서 K-2 자동소총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실제 K-2 자동소총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용 중이다. 방글라데시와 레바논,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등이 이미 도입해 사용 중이며, 이라크와 멕시코, 파푸아뉴기니도 K-2 계열 소총을 도입했다.

K-2 자동소총은 현재 여러 종류의 파생제품과 개량형이 등장하고 있다. 먼저 돌격소총으로 진화한 K2C가 있다. K2C는 K-1 기관단총을 사용하던 특전사에 보급될 계획이었지만, 예산문제로 보류된 후 수출만 되고 있다.

K2C-1은 기존의 K-2 소총을 대체할 개량형 자동소총이다. 총열 덮개에 피카니티 레일이 깔려져 있어 다양한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