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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총사, ‘꿈의 전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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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총사, ‘꿈의 전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속도전

화재위험 낮추고 부피 등 줄여
국내 7개 기업에서 개발 총력
본격 양산 시점 2025년 예상
LG엔솔 고분자 등 2종 개발 중
美에 프론티어 리서치 랩 차려
삼성SDI는 ‘파일럿 라인’ 착공
후발주자 SK온도 투자 확대
고체 전해질.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형태의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배터리를 말한다. 사진=SK이노베이션이미지 확대보기
고체 전해질.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형태의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배터리를 말한다. 사진=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사들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다. 니켈·망간·코발트 등 삼원계 배터리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해왔던 국내 기업들이 이제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통해 후발업체들과의 기술격차를 확실하게 벌리겠다는 각오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리튬이온)의 단점이었던 무게·충전시간·주행거리를 보완한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화재 위험이 낮고, 외부 충격에도 강하다. 전고체 배터리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배경이다.

특히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탐내고 있는 신기술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손 잡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국내 배터리 관련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배터리 3강으로 불리는 이들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차전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 뛰어든 국내 기업은 7개다. 이 중 유의미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다. 2030년으로 예상된 국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는데 배터리 3사의 역할이 컸다.

상용화 목표 시점이 가장 빠른 곳은 LG엔솔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분자계, 황화물계를 동시 개발 중으로 각각 2026년, 2030년을 양산 시점으로 제시했다. 황화물계 배터리 개발 전까지 고분자계 배터리를 양산해 해외 업체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 물성에 따라 산화물계, 고분자계, 황화물계로 구분된다. 산화물계는 온도 안정성이 좋지만 공정상 어려움이 있고, 상대적으로 공정이 쉬운 고분자계는 이온전도도가 낮아 에너지 효율면에서 떨어진다. 둘의 약점을 보완한 게 황화물계다. 하지만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하다.

김제영 LG엔솔 상무는 지난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SNE리서치 주최로 열린 ‘NGBS(Next Generation Battery Seminar) 2022’에 참석해 “황화물계 전고체 전지 양산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 많다. 전 세계 교수·연구진들과 협력을 진행 중이고,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위해 한국 카이스트,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에 프론티어 리서치 랩(FRL)을 차렸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경기 수원 SDI연구소 내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시범생산 라인)’을 착공하며 전지 개발·제조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소형 배터리, 2025년 중·대형 배터리의 기술 검증을 마친 뒤 2027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개발을 완료했다.

BMS는 배터리의 힘과 수명은 물론 내부 결함 징조, 잔존 가치까지 파악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졌다. 여기에 삼성SDI의 자부심도 크다. 이태경 상무는 NGBS 2022에서 “아무리 좋은 배터리를 만들어도 관리가 안 되면 의미가 없다”며 “BMS 지능화·고도화를 통해 배터리 안정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BMS 양산 시점을 내년으로 잡았다. 개발은 끝났지만 검증 절차가 남았기 때문. BMS를 탑재한 배터리는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화재 예방은 물론 배터리 수명을 늘려준다는 점에서 제조사와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발주자인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솔리드파워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재(니켈·코발트·망간), 음극재(실리콘)를 적용한 방식으로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여기에 SK온은 3000만달러(약 353억원)를 투자했다.

기대를 모으는 부분은 BMS다. SK온은 삼성SDI와 마찬가지로 BMS 고도화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배터리 셀을 찾아내 BMS를 통제하도록 돕는 배터리관리칩(BMIC) 개발에 성공했다.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충·방전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게 SK온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도 지난 1월 고체 전해질 분야의 세계 석학으로 꼽히는 미국 조지아 공대 교수와 협업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포스코그룹도 최근 배터리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모습이다. 고체전해질 합작사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을 설립하고 연산 24t(톤) 규모의 생산 공장을 올해 하반기 착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스코케미칼은 전고체전지용 양극재, 리튬메탈 음극재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앞으로 3년 뒤면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본격적인 성장은 2027년으로 내다봤다. 세계적 흐름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의 전고체 양산 시점은 2~3년 늦다.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25년으로 발표했다. 혼다와 닛산은 2024년 각각 실증 생산라인 가동, 시제품 생산설비 구축 계획을 알렸다.

중국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2017년부터 5년 연속 세계 배터리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K-배터리의 입지를 위협해왔다. 여기에 전고체 배터리 공동 개발 중인 폭스콘의 2024년 양산 돌입 계획, 유럽·북미 시장 진출 추진 소식은 배터리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다만 업계에선 전고체 양산 시점과 시장 선점은 같은 연장선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기존 배터리에서 전고체 배터리로 대체되기까지 최소 5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SNE리서치는 “전기차에 전고체 배터리가 본격 사용되면서 개화가 예상된다”며 “한국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