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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자계열사, ‘脫 삼성전자’ 통한 독자노선 개척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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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자계열사, ‘脫 삼성전자’ 통한 독자노선 개척 박차

삼성전기, 애플 M2에 반도체 기판 공급처 확정
삼성SDI, 애플 아이폰에 스태킹 기술 배터리 수주
삼성디스플레이, 소니 등에 QL-OLED 패널 납품

삼성 전자계열사들이 잇따라 삼성 경쟁업체들에 제품 공급을 늘리면서 ‘탈 삼성전자’를 통한 독자노선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구하는 ‘뉴 삼성’ 시대의 핵심은 ‘수직통합’이다. 삼성그룹의 주력인 전자 부문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등 계열사들이 부품에서 완제품, 콘텐츠까지 핵심사업에 관련한 전체 사이클을 구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를 ‘수직계열’이라고 한다.
반면, ‘수직통합’은 수직계열의 범위를 한 단계 확장시킨 개념으로, 전혀 다른 형태의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그동안 TV와 휴대전화, 백색가전 등 정보통신기술(ICT)에 한정한 완제품의 성능 향상에 역점을 두고 그에 맞는 부품‧소재를 계열사에 생산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이 수직통합이다.

하지만 수직통합에서의 삼성전자와 다른 계열사는 ICT는 물론 자동차, 건설장비, 조선, 주택 등 건물, 공장에 이르기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고, 업종은 물론 도시개발 등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까지 사업범위를 확장할 수있다.

이러한 수직통합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주력 계열사로 가장 큰 고객이자 제품 개발의 원천이 되는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세부 계열사들의 자체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도 충분히 각자의 업계에서 글로벌 톱5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자체적인 노력은 차일피일 미뤄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보니 주 계열사의 물량 맞추기에 급급해 경쟁사의 기술력 향상을 등한시하다가 오히려 역량을 잃게 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겪지 않기 위해 삼성의 각 계열서 CEO(최고경영자)들은 임직원들의 인식전환을 끊임없이 강조해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이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그룹이란 명칭을 떼어내면서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면서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경우 경쟁자인 기업을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있다.

삼성전기 반도체 패키지기판 CPU용. 사진=삼성전기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기 반도체 패키지기판 CPU용. 사진=삼성전기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애플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M2 프로세서'에 들어갈 반도체 패키지 기판(FC-BGA) 공급처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현재 M2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 태블릿PC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삼성전기는 애플이 2020년 출시한 ‘M1 프로세서’에도 FC-BGA 기판을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속인 M2에도 공급처로 선택된 것은 애플이 삼성전기 기판에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기는 기존 시장을 주도하던 일본과 대만 기업들의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삼성전기는 중국 시장 또한 공략에 나서며 삼성전자 의존도를 20%대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은 향후 5년 이내에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를 20% 미만까지 낮추겠다는 목표가 실현되고 있다.

삼성SDI의 프라이맥스(PRiMX) 배터리. 사진=삼성SDI이미지 확대보기
삼성SDI의 프라이맥스(PRiMX) 배터리. 사진=삼성SDI


삼성SDI는 ‘스태킹’ 기술을 스마트폰용 배터리에 적용해 애플 아이폰에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스태킹(Stacking)은 삼성SDI가 2020년 전기차 배터리 제조방식을 고밀도‧고용량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도입된 공정이다. 이 기술을 스마트폰용 배터리에도 접목해 배터리 사용시간을 10%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애플의 아이폰은 현재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배터리를 연결하는 다중 셀 구조를 채택했다. 삼성SDI가 스태킹 기술로 현재보다 더 높은 에너지 밀도의 배터리를 제공하게 되면 애플은 더 가벼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삼성SDI는 과거 맥북, 아이패드용 배터리를 공급한 적은 있지만, 아이폰용 배터리는 생산한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소니의 QD-OLED TV인 ‘브라비아A95K'. 사진=소니 홈페이지 캡쳐이미지 확대보기
소니의 QD-OLED TV인 ‘브라비아A95K'. 사진=소니 홈페이지 캡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0년 일본의 파나소닉과 소니에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QD-OLED TV 패널을 납품키로 했으며, 두 회사는 이르면 올해부터 QD-OLED 패널을 적용한 TV를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패널을 적용한 QD-OLED TV '브라비아 A95K'를 6월 출시할 예정이다.

파나소닉, 소니는 브라운관TV 시절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시장을 선도했다가 평판TV로 넘어오면서 삼성전자에 뒤쳐졌다.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여전히 TV산업에서는 무시 못할 존재다. 또한 양사는 LG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진영에 맞서 치열한 시장 경쟁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든든한 연합군으로 향후 QD-OLED 시장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글로벌 디스플레이전문시장조사기관인 DSCC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폰14 프로’에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할 것이라 예측했다. 애플이 그동안 아이폰 신제품을 9월에 공개하는 순서를 밟아왔기에 아이폰14 시리즈도 올 9월에 출시할 예정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4와 Z플립4는 이를 의식하듯 그보다 이른 8월 출시할 예정이다.

2024년 출시 예정인 애플의 태블릿의 OLED 패널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온다.

계열사들이 경쟁업체들과의 협력의 폭을 넓히면서 삼성의 수평통합 전략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애플이나 소니, 마쓰시타 등은 더이상 라이벌에 앞서 시장을 함께 키워나가는 든든한 파트너가 된 것이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각화를 통한 실리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자연스러운 행보다. 하지만 그동안 삼성의 다른 전자 계열사들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면서, “이제는 부품을 공급하는 경쟁업체들의 출시 시기가 삼성전자와 비슷해 지는 등 경쟁 구도가 살아나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편안한 삶을 살아왔던 삼성전자에게도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