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자동차, 이제 힘이 아닌 디자인으로 '바람' 이긴다

공유
0

자동차, 이제 힘이 아닌 디자인으로 '바람' 이긴다

현대차, ‘자동차 바람 다스려 효율 개선’
스피일러‧매끈한 하부 등 공기저항 최소화

풍동 실험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풍동 실험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그룹
자동차와 공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차량은 움직이는 순간 공기와 맞닿으면서 차량 성능과 연료 효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은 예전부터 '공기저항계수(Cd)'를 중요하게 여겼다. 지금도 더 낮은 숫자를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공기 저항 계수는 물체가 움직이는 방향에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공기의 저항력을 말한다.
특히 전기차 시대에 넘어와서 차와 공기와의 관계는 더 중요해졌다. 배터리로 인해 더 무거워진 차체를 가졌음에도 더 나은 주행 거리와 성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10일 현대차는 현대자동차그룹 기술 전문 미디어 채널에 '자동차, 바람을 다스려 성능과 효율을 개선하다'라는 기고문을 통해 '자동차와 공기역학'에 대해 소개했다.
거대한 스포일러가 달린 아반떼 N.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거대한 스포일러가 달린 아반떼 N. 사진=현대차


피할 수 없는 공기저항

자동차가 주행 중에 만나는 가장 큰 적은 무엇일까? 바로 공기다. 차는 달리는 내내 공기라는 벽을 마주한다. 과거에는 이를 엔진의 힘으로 밀어냈지만, 지금은 공기의 흐름을 이용하며 달린다.

특히 자동차는 어떻게 공기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주행 성능과 연료 효율이 크게 달라진다. 완성차 브랜드들은 공기와의 싸움에서 잘 해내고 있다는 것을 Cd로 표현한다. 정확히는 항력 계수(Drag Coefficient)라고 부른다. 숫자가 낮을수록 공기저항에서 더 좋은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 모델이다.

큰 공기저항은 자동차에 좋지 않다. 저항이 커질수록 자동차의 속도는 점점 느려지기 때문에 연료의 소모 또한 그만큼 많아지게 된다. 또 자동차의 연비향상만이 아니라 주행 안전성, 핸들링의 향상, 차내 환기 성능, 엔진 및 제동장치의 냉가성능 향상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

최근 나오는 자동차들의 공기저항계수를 살펴보면 대부분 Cd 0.25~0.35를 기록하고 있다. 현존하는 양산차 중 공기저항 계수가 낮은 차량은 Cd 0.20을 기록한 벤츠 EQS다. 뒤를 이어 테슬라 모델 S가 Cd 0.208을 달성했다.

제네시스 G80에 적용된 에어커튼과 킥업 스타일의 트렁크 리드.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제네시스 G80에 적용된 에어커튼과 킥업 스타일의 트렁크 리드. 사진=현대차그룹


스포일러, 에어커튼 등 공기를 이기는 디자인


자동차가 좋은 Cd 지수를 얻기 위해서는 공기 저항을 이겨내야 하지만, 공기 흐름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쓰는 방법이 에어커튼과 스포일러 등이다. 이들은 공기역학을 고려한 대표적인 디자인 특징이다.

제네시스 G80의 트렁크 윗부분을 살펴보면 위로 살짝 솟은 '킥업' 스타일로 마무리된 것을 볼 수 있다. 리어 스포일러와 비슷한 역할이다. 이외에도 아반떼 N, 니로 등도 트렁크 부분에 분리·통합형 리어 스포일러가 장착되어 있다.

전면에도 공기역학을 지닌 디자인을 찾을 수 있다. 범퍼 양쪽에 자리한 휠 '에어커튼(wheel air curtain)'이다. 휠에어커튼은 바퀴 주변에 흐르는 공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유도하고 와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면 범퍼에 난 구멍을 말한다.

자동차 공기저항의 25%가 휠 주변부에서 생기는 만큼, 앞에서 부딫치는 주변의 공기 흐름 정리는 공기역학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연비 효율 뿐 아닌 주행 안정성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에서 내놓은 대부분의 모델에서 에어커튼을 찾아 볼 수 있다.

또 차체 하부도 매끈해야한다. G80의 하부에는 언더커버가 차량 하부에 빈틈없이 적용됐다. 심지어 서스펜션 아래까지 언더커버를 달아 바람이 걸리지 않고 흐르도록 했다.

G90에는 다양한 공기역학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된 다목적 휠 가드 베인이 대표적이다. 이는 휠 가드 안에 바람이 빠져나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휠 주변의 공기 흐름을 정리하는 동시에 엔진과 브레이크를 빠르게 식히는 역활을 한다.

범퍼외에도 A필러의 각도를 통해서 Cd지수를 낮출 수 있다. 이 기술이 적용된 모델은 기아 K8이다. K8은 A필러 윈드 사이드 몰딩을 평평하게 다듬어 공기가 더 매끈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했다.

내연기관 모델 뿐 아니라 아이오닉 5와 같은 친환경차에도 공기역학은 중요하다. 공기역학에 따라 주행 가능한 거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로 인해 기존 내연기관 모델 대비 무거운 몸무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기차는 공기와의 싸움에서 불리하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앞서 밝힌 디자인적 요소다.

첫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에는 액티브 에어 플랩, 에어로 휠, 디지털 사이드 미러, 플러시 도어 핸들 등 다양한 공기역학적 요소가 적용되었다. 액티브 에어 플랩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기술이다. 엔진 냉각의 필요 여부에 따라 플랩을 여닫아 공기저항을 줄인다.

하지만 아이오닉 5의 경우 그릴 속이 아니라 앞 범퍼에 액티브 에어 플랩을 장착했다. 그릴을 닫으면 범퍼와 하나 된 면을 이뤄 시각적으로 깔끔하고 공기저항까지 줄여준다. 액티브 에어 플랩을 여닫을 때 생기는 공기저항 계수의 차이는 약 0.013Cd로, 주행 가능 거리를 약 8.3km가량 늘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V60에도 이런 공기역학 기술이 들어갔다. 특히 리어 스포일러는 스포티한 스타일과 동시에 공력 설계를 완성한다. 또 GV60은 바닥이 평평한 전기차의 장점을 살려 공기가 걸릴 만한 틈을 꼼꼼하게 막았다.

기아의 대표 친환경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는 C필러에도 공기역학을 고려한 섬세한 디자인이 담겨있다. C필러의 에어홀은 차체 옆면을 따라 흐르는 공기를 매끄럽게 정리해 뒤로 흘려보낸다. 기아는 "니로에 장착된 C필러의 에어홀을 통해 Cd가 0.002를 줄어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공기저항은 자동차의 주행 성능, 연비, 주행 안정성 등 상당히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며, "속도를 높일수록 공기저항은 거세지는 만큼 공기역학 디자인을 통해 바람을 다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