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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철강·항만·시멘트 등 물류대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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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철강·항만·시멘트 등 물류대란 현실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및 유류비용 상승 따른 운송비용 현실화 주장
경제 6단체, 공동성명 통해 "총파업 시 기업부담 높아져" 先대화 요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서 ‘총파업’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서 ‘총파업’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7일 0시를 기해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면서 물류대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철강업체들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항만 운영업체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했으며, 시멘트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는 당초 예정대로 0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물류대란 등을 우려해 정부와 모든 대화창구를 열고 협의에 나섰지만 국토교통부가 지난 2일 1차교섭 이후 대화 요청이나 연락도 없는 상황"이라며 총파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지난 5월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자동차운수법 개정과 함께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운임제' 폐지의 철회를 요구해왔다.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들의 적정 임금을 보전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최소한의 운임보다 더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최저임금제도와 유사한 형태로, 특수차로 운송되는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한정됐다. 해당 제도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시행된 후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화물연대 측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경유가격 인상으로 화물기사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안전운임제 없이는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의 전제조건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운송비용 인상이 된 이유다.

이에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해 11월에도 일몰제 폐지와 함께 제도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 바 있다. 화물연대 측은 "유일한 제도적 안정망인 안전운임제가 일몰을 앞둔 상황에서 유류비용이 상승해 화물기사들은 월 200만원 이상의 소득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동시에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화물 운송산업 구조 개혁 ▲노동기본권 확대 및 화물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주장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서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 역시 "지금처럼 화물 노동자가 낮은 운임으로 일하는 상황에서는 시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대체 수송에 철도노조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화물연대 총파업에 지지의시를 밝힌 것이다.

화물연대가 무기한 총파업이란 실력행사에 돌입하자 경제 6단체(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2일 공동성명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제6단체는 "기업들이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상승, 물류비 인상의 3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육상운송 거부는 기업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단체들은 일단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유가연동보조금 기준금액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화물연대 측에 대화를 요구했다. 특히 "새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이 투자계획의 80% 이상을 국내에 집중해 내수 진작과 양질의 일자리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면서 "집단운송거부는 '정당한 사유 없는 운송거부'에 해당될 수 있어 위법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 확대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운행을 멈춘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 확대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운행을 멈춘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단체들의 우려는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이후 곧바로 현실화되고 있다. 경북 포항 철강산업단지 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기업들의 출하량에 곧바로 감소하거나 중단되는 등 타격을 받기 시작해서다.

포스코측은 포항제철소의 하루 물동량이 4만9000톤(t)에 달하는데, 이번 총파업으로 약 3000t의 출하량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아예 9000t의 일일 출하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현대제철 측은 "이번 총파업은 개별 회사와의 문제가 아닌 대정부 투쟁인 만큼 회사 차원의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도 비상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시간당 1000여대에 달하는 컨테이너 차량이 출입했던 부산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은 화물연대의 총파업 시작 이후 통행 차량이 크게 감소한 상태다.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화물차들마저 안전운임제 혜택을 받고 있던 만큼 이번 총파업을 지지하고 있어서다.

해운업체들은 "당장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항만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총파업이 길어질 경우 예약된 수출입 화물을 선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빈 컨테이너를 외곽으로 빼내 부두 내 장치율을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 대상인 시멘트업계도 화물연대 총파업과 동시에 시멘트 운송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특히 화물연대 측은 수도권으로 시멘트를 공급하는 경기 의왕 내륙화물기지의 차량 진입로를 막았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충북 단양(한일시멘트·성신양회), 제천(아세아시멘트), 강원 영월(한일현대시멘트) 등 주요 시멘트 공장 역시 화물연대가 점거하면서 시멘트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시멘트 출하가 막히면서 레미콘업체들도 울상이다. 국내 주요 레미콘사들은 시멘트 재고량이 1~3일 정도에 불과해 당장 이번 주부터 시멘트 부족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새벽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경기 의왕ICD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서울·경기지역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새벽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경기 의왕ICD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서울·경기지역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점검회의를 열고 파업 대응에 나섰다. 회의에는 국토부를 비롯해 해양수산부, 산업통산자원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이 참여해 비상수송대책을 논의했다.

정부 측은 일단 군과 지자체 등과 협력해 관용차량 등을 투입하고 일부 화물의 경우 자가용 운송도 허용키로 했다.

경찰은 일단 화물연대 노조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화물차주들의 정상적인 운송을 방행할 목적으로 출입구를 봉쇄하거나, 차량 파손 등의 불법행위를 강행할 경우 현장검거와 함께 주동자 색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관련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든, 노동자의 불법행위든 간에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