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 박두병 두산그룹 창업회장은 생전 기업경영을 이렇게 정의했다. 쉽고 빠른 길보다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고 앞으로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은 창립 126년을 맞아 반도체&첨단IT·차세대에너지·수소비즈니스 등 미래신사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19세기 말 작은 포목점으로 시작했던 두산이 이제는 미래첨단산업의 리더로 도약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사세를 살펴보면 위기 때마다 새로운 길을 찾는 개척정신이 빛을 발했다. 위기를 기회를 만들며 국내 대표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실제 1930년대 말 박승직상점이 일제의 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자 박두병 창업회장은 쇼와기린맥주 대리점을 차려 극복했다. 이 때의 인연으로 박두병 창업회장의 두산상회는 1956년 국내 최대 주류회사였던 동양맥주(이전 쇼와기린맥주·1995년 OB맥주로 사명변경)를 인수했고, 국내 대표 유통·소비재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두산의 개척정신은 3세대인 박용곤 회장 때에도 이어졌다. 1990년 발생했던 경영위기 당시 23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을 단 4개로 통합할 정도로 단호한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 이를 통해 두산그룹은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를 비교적 무난하게 극복했고,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을 시작으로 2003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2005년에는 대우종합기계(이후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단 10년 만에 중공업 기업집단으로 탈태환골 했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는 위기도 초래했다. 중공업사업 위주로의 주력사업 전환을 마무리 짓던 2010년 전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두산그룹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어 2013년부터 본격화된 두산건설 재무위기는 두산그룹을 수렁으로 몰아넣는 단초가 됐다.
박정원(4대) 회장은 결국 2020년 4월 결단을 내렸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에서 1조원을 지원받는 것을 조건으로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하고, 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두산그룹은 재무개선약정 체결 후 단 1년 11개월 만에 대부분의 채무를 상환했다.
단호한 결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이후에는 신사업에 나서는 두산그룹. 하나의 단계를 넘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창업회장의 ‘개척정신’은 100년 두산그룹의 행보에 여전히 나침반이 되고 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