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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최윤호·지동섭, '통 큰 투자'로 K배터리 저력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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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최윤호·지동섭, '통 큰 투자'로 K배터리 저력 보였다

LG엔솔, 7조2000억 들여 원통형·LFP 배터리, ESS 공장 건설...최대 규모
삼성SDI는 GM과 합작공장 설립, SK온은 에코프로와 전구체 생산 공장 설립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 네트워크 지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이미지 확대보기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 네트워크 지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올해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경기 침체, 금리 인상 등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시장 석권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 애리조나주에 총 7조2000억원을 들여 신규 원통형·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원통형 배터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건전지와 비슷한 금속 원통형 모양을 갖춘 전통적인 방식의 배터리다. ESS는 저장이 어렵고 사용 후 없어져 버리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원통형 배터리 공장은 연평균 27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는 고성능 순수전기차 3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착공을 시작해 오는 2025년 완공 및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ESS 공장은 총 3조원을 투자해 총 16GWh 규모로 건설된다. 올해 착공을 시작해 2026년 양산이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투자는 기존 대비 약 4배 넘게 규모가 커졌다. 회사는 지난해 3월 첫 발표 당시 원통형 배터리 공장 기준 11GWh 규모 공장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투자금액은 기존 대비 2조5000억원 늘린 4조2000억원, 규모는 16GWh 늘린 27GWh로 확대했다.

투자 규모가 확대된 데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사들의 요청이 크게 늘어난 것을 이유로 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북미 지역 내에서 고품질·고성능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고객들의 요청이 크게 늘었다"며 "이에 이미 계획했던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 사진=삼성SDI이미지 확대보기
최윤호 삼성SDI 사장. 사진=삼성SDI

삼성SDI는 8일(현지 시간) 제너럴모터스(GM)와 미 미시간주에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투자 금액·규모 등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소 3조~5조원을 투입해 최대 50GWh 규모의 공장을 지을 것으로 전해졌다. 50GWh는 전기차를 연 60만 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와 관련,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중장기적인 협력을 위해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은 에코프로, 중국 GEM과 전북 새만금에 1조2100억원을 들여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오는 6월 착공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연간 생산량은 약 5만 톤 수준이다.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65~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로 니켈·코발트·망간 등 원료들을 섞은 화합물이다.

이 같은 투자 결정 요인으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이 꼽힌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68% 성장한 802만 대를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은 "향후 10년간 글로벌 전기차 시장 연평균성장률(CAGR)은 2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25년 1120만 대, 2030년 311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신차 판매량의 약 3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오른쪽부터 최영찬 SK온 사장, 김관영 전라북도지사,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 허개화 GEM 회장, 정운천 국회의원, 강임준 군산시장이 24일 전북 군산시 라마다호텔에서 전구체 생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온 이미지 확대보기
오른쪽부터 최영찬 SK온 사장, 김관영 전라북도지사,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 허개화 GEM 회장, 정운천 국회의원, 강임준 군산시장이 24일 전북 군산시 라마다호텔에서 전구체 생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온

또, IRA 대응을 위함이다. 미 재무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 가운데 배터리 부품 요건은 올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전체 부품 중 50% 이상이 북미 지역 안에서 제조·조립되는 경우에만 375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또 북미 지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안에 해외 현지에 공장을 지어 자사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

향후 배터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장 설립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사가 공시한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기말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조9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조6000억원가량 늘었다. 삼성SDI는 2조3256억원에서 2조6142억원으로 약 3000억원,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3조4238억원에서 9조4790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SK온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기준 1조1643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3조4717억원으로 198%가 늘었다.

한편, 미 재무부는 이번 주에 전기차 배터리 부품·핵심 광물의 IRA 세부 지침을 발표한다. 한국 정부는 미 재무부가 지난해 말에 백서 형태로 공개한 예상 제정 방향에 한국 배터리 업계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보고, 세부 규정안이 백서 내용을 그대로 담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