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느낌은 만족할 수 있는 점수다. 눈높이가 세단보다는 살짝 높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잘 느끼지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편의성을 더한 셈이다. 가속감 등 역동적인 성능은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하며 더욱 부드럽고 한층 더 강하게 업그레이드됐다. 이는 항상 볼보에게 갈증 났던, 부족했던 결핍을 채운 괄목할만한 성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성능이 좋아졌다고 달가워할 볼보 마니아들은 드물 것 같다. 볼보를 정말 좋아하는 이들은 그저 중후한 멋에(촐싹대는 것이 아닌, 토크감이 강하고 주행모드가 따로 없는 것도 장점이자 단점) 타는 것을 좋아했을 것이다. 특히, S90, V90 플래그십 라인업이 그러하다. 이런 차에다 ‘안전’이라는 고유 명사를 입히면 독일 프리미엄 차가 부럽지 않았다.
이런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다. 실내 공간의 거주성, 안락함이 그 어떤 차보다도 돋보이는 차다. 한때 볼보가 S90을 소개할 때 ‘젊은 사장님’이 타는 차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던 거 같다. 왜건이라고 다르지 않다. 게다가 크로스컨트리 모델은 더욱 넓은 실용 범위를 커버할 수 있다. 자상한 아빠가 먼저 떠오를 터다. 유모차도 캠핑용품도 잔뜩 실을 수 있는 적재함을 가져서다. 차대가 다른 건 아니다. 단지 입구가 높아 물건을 더 쉽게 실을 수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본다면 유럽풍의 혹은 스웨디시풍의 이국적 풍미도 맛볼 수 있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조금이라도 동경한다면 왜건만큼 좋은 선택지는 없다. 7000만원 가격대에 괜찮은 프리미엄 브랜드 차를 찾고 있다면, 수수한 차림의 한 남성이 해치백 열린 V90 CC에서 양털 카펫을 꺼내고 있는 장면을 연상해보면 결정이 쉬워질 거 같다.
조향 품질은 조금 더 손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단지 왠지 직관적인 느낌이 부족하다. AWD 버전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조금 미흡하다고 느껴진다.
출력 부분은 이정도로 충분하다. V90 CC는 B5 플러스, B5 얼티메이트, 그리고 B6 얼티메이트 총 세 가지 모델로 나오는 데 B5는 250마력, B6는 3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는 것만 다르다. B6의 휠사이즈가 한 치수 크긴 하지만, 높아진 출력에 따른 설정이니 따로 놓고 보긴 힘들다. 편의·안전사양들이 모두 기본으로 들어가 있으니 시승차 B5 모델로도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조금 더 더해진 실용성과 다용도성에서 이미 만족도가 높다. 1000만원 이상을 더 주고 이 차의 성능을 끌어올리겠다면, 차라리 플랜 ‘B(B브랜드)’로 가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