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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삼성전자 매출 급감 '美 칩스법 탓' 주장…속내는 '한·미 결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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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삼성전자 매출 급감 '美 칩스법 탓' 주장…속내는 '한·미 결속' 우려

삼성전자 1분기 매출이 어닝쇼크에 가까울 정도로 큰 충격을 주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1분기 매출이 어닝쇼크에 가까울 정도로 큰 충격을 주었다. 사진=로이터
중국은 삼성전자의 매출 급감을 미국이 강행하고 있는 재세계화와 ‘칩스법’ 강요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일정 부분 타당하나 전체 사실과 부합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칩스법이 자유무역주의를 단속하고 삼성전자의 메모리 칩 대중 수출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사실은 산업 전반의 경기침체와 경쟁 업체의 도전 강화 때문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중국이 이런 일부의 주장으로 전체 사실을 왜곡하는 데는 한미간의 반도체 동맹이 더 강화될 경우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매출 급감 수준은 충격적


한국의 대표 대기업 삼성전자는 7일 영업 이익이 2023년 1분기에 전년 대비 96% 이상 감소한 6000억 원(4억5500만 달러)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 이익이 1조 원대 이하로 주저앉은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부문별 자세한 수익은 아직 제공되지 않았으나 분석가들은 일반적으로 1분기에 최대 3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는 반도체 손실이 부진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본다.

칩 생산에서 “의미 있는 삭감을 하겠다”는 삼성의 발표는 칩 사업이 곤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얼마 전 삼성은 생산에서 “감산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매출의 급감 이유에 관해 삼성전자는 성명서에서 “고객이 재정적 목적으로 재고를 계속 조정함에 따라 거시 경제 상황과 구매 심리 둔화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삼성전자 매출 급감이 ‘미국 탓’이라고 주장


하지만 중국의 시장 전문가들은 이렇게 보지 않는다. 그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두려움 속에서 스마트 폰에서 개인용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수요가 둔감해 메모리 칩의 가격과 수요도 급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피상적인 이유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전에도 경기 하락으로 변동이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매출과 수익이 급감한 때는 없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근본적 원인은 칩 공급망 무기화로 중국을 단속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글로벌 반도체 부문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자인 인텔도 2022년 한 해 동안 연간 수입이 60% 이상 감소하고 매출이 20% 감소하면서 지난 20년 동안 최악의 재무 결과를 기록했다.

이른바 ‘칩4 동맹’을 구축함으로써 미국은 반도체 제품 및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워싱턴의 주도권을 따르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과 일본과 같은 주요 업체를 단속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안보를 내세운 칩 보호무역은 칩 산업을 글로벌 협업의 산물이 아닌 것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는 기술 냉전을 촉발하는 행위라고 중국은 주장한다. 칩 갈등은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으며 칩 산업 생태계는 재세계화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강변한다.

중국은 삼성전자와 인텔의 매출 급락을 이유로 중국이 여전히 세계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시장으로, 칩 제조 대기업의 산업 체인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국가라고 주장한다.

칩 제조 회사가 미국의 금지로 인해 중국에 첨단 칩을 판매할 수 없게 되면 중국은 기술 혁신을 추구하고 자체 반도체 공급망을 개발해 미국과 그 동맹 국가에 차단될 위험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이는 중국의 중저가 칩 시장에 더 치열한 경쟁을 초래한다. 결국 삼성전자 매출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첫 두 달 동안 중국의 집적 회로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5% 감소했다. 이는 중국산 칩으로 교체 가속화로 인해 글로벌 칩 제조업체가 생산을 줄인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미국 칩 회사인 마이크론은 “작년 11월 회계연도 4분기에 비해 D램 및 낸드(NAND) 웨이퍼 생산을 약 20% 감산했다”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2월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기에 500억 달러 대비 20.7%(y-o-y) 감소한 397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SIA는 지난 6일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1월 매출 413억 달러보다 전월 대비 4% 감소한 수치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기술적 ‘분리’를 추진하려는 욕망이 세계 칩 산업을 지금처럼 불확실성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이 칩 유통을 가로막지 않는다면 칩의 공급이 항상 자유롭고 방해받지 않아 굳이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국내 칩 생산 능력을 구축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흐름이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혼란시킬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불필요한 투자로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공격한다.

중국은 자신들의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국들이 지금 미국의 위력 앞에서 경제적 피해를 감내할 것이 아니라 중국, 한국, 일본이 협력해 글로벌 경제 회생에 동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 특히 한국으로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주장에 과장이 많다고 본다. 미국의 규제 때문이 아니라 업황의 변동, 경기침체, 경쟁 업체의 도전을 극복할 기술 혁신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