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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의 마이크론 조사, 되레 중국 반도체기업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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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의 마이크론 조사, 되레 중국 반도체기업에 악영향?

중국이 미국의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 마이크론에 대한 사이버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미국의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 마이크론에 대한 사이버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최근 미국의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 마이크론에 대한 국가 안보 위반 명목으로 사이버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를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에 대한 중국의 반격으로 보고 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사이버 보안을 조사하는 것은 정상적인 규제 조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분석가들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 경색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마이크론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것이 중국의 주요 반도체 회사에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번 조사가 같은 메모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장에 불확실성을 초래해 시장 전반에 불안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사이버 당국의 조사 배경


중국 사이버 관리국 산하 사이버 보안 사무소는 지난 3월 31일 국가보안법 및 사이버 보안법에 따라 중국에서 판매되는 미국 기반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미국 메모리 칩 산업의 선두 주자이며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메모리 칩 기업이다.

현재 마이크론 주력 생산 메모리 칩 시장은 바닥 상태이다. 공급 과잉으로 재고가 쌓였다. 가격은 작년에 20% 감소했으며 올해 20~25% 하락을 기록하고 2025년에야 소폭 성장이 가능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마이크론이 최근 발표한 2023회계연도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3% 감소한 23억1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심지어 총이익률도 마이너스 20%로 경영 상태가 나쁘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사이버 보안 조사를 이유로 마이크론의 메모리 구매를 중단할 경우 마이크론의 매출 침체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

마이크론은 3일 성명을 통해 “중국 사이버안전심사판공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며 “중국 내 제품 출하·공정·생산·판매는 정상 운영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한때 마이크론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였고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2018년 마이크론의 중국 매출은 1192억 위안으로 마이크론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했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마이크론의 중국 매출 규모와 비중은 매년 감소해 2022년 중국 시장 매출은 228억 위안으로 떨어져 10.8%에 불과하다. 미중 칩 갈등의 피해를 온전히 마이크론이 짊어진 것처럼 보인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보안조사가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양분된다. 10.8% 시장에 불과하나 중국에서 판매량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 마이크론에게는 큰 충격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반면에 마이크론이 지난 4년 동안 제조 기반을 중국에서 인도로 점진적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중국의 국가 안보 위반 여부 조사가 주는 영향도 그렇게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작년에 마이크론은 상하이에서 DRAM 설계 작업을 해산하고 15명의 중국 엔지니어 중 일부를 미국과 인도로 옮겼다.

마이크론의 주가는 중국 사이버 공간관리국의 결정이 발표된 후 하락하다 다시 회복하고 있다. 향후 이 조사가 마이크론에 미칠 영향은 시장에 발생하는 또 다른 변수를 봐야 하므로 신중히 전망할 필요가 있다.

◇중국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


문제는 마이크론에만 닥치지 않는다는 점도 지켜봐야 한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마이크론과 상당한 비즈니스 거래를 하고 있기에 중국 자체에 미치는 악영향도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오포(OPPO), 비보 및 샤오미와 같은 휴대 전화 제조업체 외에도 OEM 제조업체에 메모리 웨이퍼나 메모리 칩을 판매하여 해당 메모리 모듈 제품으로 포장할 수 있다. 중국의 장보룽과 바이웨이 메모리의 웨이퍼와 칩 주요 공급업체는 마이크론이다. 중국이 마이크론 구매를 금지하면 이러한 중국 제조업체에 영향을 미친다.

장보룽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마이크론이 메모리 웨이퍼 공급 1위 업체로 3년간 구매한 메모리 웨이퍼 금액은 각각 20억2000만 위안, 25억9000만 위안, 31억 위안으로 전체 구매액 중 각각 35.83%, 37.41%, 33.52%를 차지해 3년간 누적 구매액이 77억 위안을 넘었다.

바이웨이 메모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메모리 웨이퍼 및 칩 1위 공급업체로 3년 연속 각각 24.23%, 33.57%, 27.63%를 차지했으며, 총 누적 구매액은 약 16억3000만 위안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국가집적회로 산업투자펀드 2기 주식회사’(속칭 빅펀드 2기)는 각각 2019년과 2021년 장보룽과 바이웨이메모리에 정식으로 투자했으며, 보유 지분은 각각 6.93%, 9.5%로 2대 주주다.
마이크론 칩. 사진=로이터
마이크론 칩. 사진=로이터


중국의 국가 펀드에서 이들 업체에 투자하고 있어 사이버 조사 결과 만약 위반이 나오기라도 하면 오히려 중국 자체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가가 투자한 기업들이 국가 안보에 문제가 있는 외국 반도체 기업에서 제품을 많이 구매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크론 메모리가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줄면 단기적으로 공급망 문제를 일으킬 것이지만 중국 기업들은 대체 수입처를 찾거나 조속한 시일내에 중국 자체 칩을 사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자체 반도체 칩 생산 능력에 도움이 되는 흐름이다.

이런 이유로 이 조사가 중국 정부가 미국 규제에 보복해 마이크론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이며, 한편으로 자국의 기업 발전을 돕기 위해 조사를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마이크론의 손실은 경쟁업체에 이익


비록 메모리 시장이 과잉이라고는 하나 중국 기업들이 보안조사를 이유로 마이크론 구매를 줄이게 되면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 양안 갈등이 심각하나 대만의 메모리 기업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한편으로 무력시위를 하나 다른 한편으로 내년 총통 선거에서 친중 후보 당선을 위해 여론 작업을 하고 있다. 대만 기업에 기회를 주면 여론이 중국으로 기울 수도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굳이 중국 당국이 미국 반도체 규제에 맞서 미국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는 데 있어 퀄컴이나 인텔과 같은 중국 시장의 비율이 높은 미국 기업을 선정하지 않고 마이크론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첫 번째는 마이크론 제품을 대체하기 쉽다는 점, 두 번째는 마이크론이 미국 칩스법의 배후 발기인 중 하나이며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단속하는 미국을 계속 지원하고 있고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회사에 조치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중국의 반격 신호로 간주하면 미중 과학기술 전쟁은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이는 반도체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높여 시장 불안을 더 조장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