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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도 안쓰는 한국형 파워팩을"…튀르키예 알타이 전차 ‘정치적 공방’ 휘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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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도 안쓰는 한국형 파워팩을"…튀르키예 알타이 전차 ‘정치적 공방’ 휘말려

튀르키예軍 23일 한국형 파워팩 장착 신형 알타이 전차 공개
5월 14일 대선 앞두고 에르도안 대통령 등 인사들 선전 나설 듯
검증 안 된 파워팩 장착은 정치적 의도, 현지 전문가 지적 잇따라
현대로템의 K2흑표전차 기술이 적용된 알타이 전차가 가동 중이다. 사진=터키 국방부이미지 확대보기
현대로템의 K2흑표전차 기술이 적용된 알타이 전차가 가동 중이다. 사진=터키 국방부
오는 5월 14일(현지 시각)로 예정된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K2 흑표전차를 기반으로 개발한 주력전차 ‘알타이’ 전차가 정치적 공방에 휘말렸다.

현지 언론 예니차으(YENIÇAĞ)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 전차 계약업체인 BMC는 오는 23일 한국형 파워팩을 장착한 신형 알타이 전차 최초 생산품 10~15대를 자국 육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현지에서는 한국에서도 사용하지 않은 파워팩을 탑재한 알타이 전자가 전투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선거용’이라며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 대선은 재선을 노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속한 집권여당 악 파르타(AKP)에게 역대 가장 힘든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집권 후 수년째 이어진 인플레이션과 경상수지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해 5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기록한 대지진이 일어나 민심 이반에 직면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3일 신형 알타이 전차 최초 생산물량이 튀르키예 육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예니차으는 “첫 번째 알타이 전차가 인도되면 모든 국민이 정권을 쥐고 있는 인사들의 연설을 듣게 될 것이며, 이후에도 선전전이 이어지리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라고 했다. 에르도안 정부가 신형 알타이 전차를 조기 전력화해 국방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성과를 알리려 한다는 것이다.
예니차으는 그러나 튀르키예군에 인도된 알타이 전차는 선거를 앞둔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알타이 전차 프로젝트를 자세히 목격한 방위 산업계 관계자들은 문제의 전차는 전쟁에 사용할 수 없으므로 “그냥 수치다”라고 말했다.

신형 알타이 전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유는 한국제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을 장착하는 첫 전차라는 것 때문이다. 알타이 전차는 대한민국 육군이 2000년대 K2전차를 개발을 시작할 때, 튀르키예 정부가 자국 독자 전차 개발을 위해 한국과 손잡아 탄생시킨 ‘K2 파생형 전차’다. 앞서 튀르키예는 1992년부터 국산 전차 개발을 추진했으나 미국 등 우방국이 기술 이전 대신 자국산 구형 전차의 업데이트나 신형 전차는 완제품 구매를 주장하자, 적극적으로 나선 한국과 손을 잡았다. 알타이 전차 차체 디자인은 K2를 개발한 현대로템이 맡았고, 파워팩은 엔진은 HD현대인프라코어, 변속기는 SNT중공업의 것을 결합한 한국형 파워팩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후 양국은 알타이 전차를 최초 생산 이후 전차 개발은 완료했으나 파워팩 개발이 늦어지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엔진과 변속기 각각의 개별 성능은 아무 이상이 없으나 결합하면 문제가 발생해 개발이 지연되면서 K2는 물론 최초 양산된 알타이 전차는 독일산 파워팩을 탑재했다.

그럼에도 한국형 파워팩 개발이 늦어지자 튀르키예는 한국의 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다른 국가와 접촉을 시도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내전에 튀르키예가 개입한 뒤 독일이 파워팩 등 무기 공급을 중단하면서 알타이 전차의 추가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때마침 한국산 파워팩 개발이 완료되자 튀르키예 정부는 한국산을 구매키로 했다. 이에 튀르키예 정부는 지난해 시험 평가 기간을 거쳐 HD현대인프라코어의 엔진과 SNT중공업의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 적용을 최종적으로 결정했고. 올해 1월에 본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튀르키에 측은 한국 육군이 K2에도 적용하지 않은 한국형 변속기를 알타이 전차에 먼저 탑재한다는 것에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K2 전차의 경우 3차에 걸쳐 한국 육군에 인도되는 동안 한국산이 아닌 독일제 변속기를 도입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예니차으는 현지 관계자의 반응을 인용해 “에르도안 정부가 신형 알타이 전차를 대선 직전에 공개하는 모습을 본 유권자들은 눈물을 흘릴 것”이라며 “튀르키예 군인은 전차가 아닌 관을 건네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 일환으로 보인다”라면서 “튀르키예 군도 어려 방안을 추진했다가 좌절돼 한국과 다시 손잡은 알타이 프로젝트가 뒤집어지지 않을 것으려 보이며. 국내 업체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오지도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알타이 전차를 위한 S&T중공업의 변속기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엔진은 1월 계약 후 최초 생산물량을 위한 소량만 튀르키예 측에 공급했으며 본격적인 공급은 내년 말 즈음에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현지의 정치적‧경제적 상황 이외에 대지진 사태 등이 겹치며 당초 예정된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