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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칩 제조공장 건설 유럽에서 일본으로 U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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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칩 제조공장 건설 유럽에서 일본으로 U턴하나

독일 정부와 보조금 문제 협상 교착상태
"일본 내 공장 건설 추진 손해볼 것 없어"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인텔사 본사 모습.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인텔사 본사 모습. 사진=AP/뉴시스
인텔이 유럽에 건설할 예정이었던 칩 제조공장의 위치를 일본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텔은 지난 2022년 3월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새로운 메가 칩 제조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유럽 전역에 88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유럽 칩스법의 일환으로, 유럽 칩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공 및 민간 투자를 동원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인텔과 독일 정부 간의 협상은 보조금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인텔은 100억 달러의 EU 기금을 요구했지만, 독일은 인텔에 더 큰 투자를 요청하고, 제안한 68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늘리기를 거부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 제조업을 재건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의 보조금을 칩 제조업체에 지원하고 있다. 인텔은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투자가 생산 능력과 비용 면에서 열세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독일 관리들은 인텔과 아직 협상이 진행중이며 제공되는 재정적 지원이 EU 국가 원조 규칙을 준수하는지 브뤼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텔은 진행이 늦어지자 플랜B로 일본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산업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막대한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으며, 웨이퍼 제조 장비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TSMC는 이미 일본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TSMC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74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일본 남서부 쿠마모토 지역에 제2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인텔 CEO 겔싱어는 작년에 일본을 방문해 경제산업성 관계자들과 칩 공장 건설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일본은 인텔의 공장 건설을 환영하며, 보조금 문제에서도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일본에 칩 제조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일본이 웨이퍼 제조 장비의 선두주자이며 뛰어난 공급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중심이 되어 '제2의 반도체 중흥'에 나서고 있다. 경제안보의 관점까지 더해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광범위한 국방 프로그램 일부이자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전략과도 부합한다. 워싱턴은 현대 전쟁과 경제에 필수적인 첨단 전자장치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칩4 동맹을 결성하고 있다.
인텔이 미국을 대표하는 칩 제조공장으로 일본에 공장을 건설한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독일과 EU처럼 보조금 갈등도 없다. 다만 일본에서 생산한 칩을 EU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운송비 문제, EU에서 생산할 경우 지원되는 각종 인센티브를 잃을 수 있다. 인털은 일본과 협상을 통해 이같은 악조건을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인텔이 유럽과 일본 중 어디에 공장을 건설할지 결정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에게도 이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