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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 유출 前 삼성 임원 공소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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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 유출 前 삼성 임원 공소장 공개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배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배경. 사진=연합뉴스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유출해 중국에 '복제 공장'을 지으려 한 전직 삼성전자 임원에 대한 미공개 기소장이 공개됐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18페이지 분량의 미공개 기소장을 검토한 결과 전 임원 최모(65)씨가 삼성의 영업 비밀을 훔쳤다는 구체적인 혐의와 더불어 해당 사건에 대한 세부 사항을 확인했음을 보도했다.

앞서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 박진성)는 지난 12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사용해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고 한 최씨를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 비밀 국외 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에 적극 가담한 전직 삼성전자 및 삼성 계열사 직원 5명, 전직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1명 등 총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자본금 4600억원으로 중국 청두시에 중국업체 CHJS를 설립했으며, 대만 폭스콘으로부터 8조원의 투자를 받기로 약정한 뒤 싱가포르에 진세미를 설립했다. 이후 고액 연봉을 제안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 인력 200명 이상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미공개 기소장에는 최씨의 싱가포르 기반 컨설팅업체 진세미가 지난 2018년 8월경 대만 폭스콘과 계약을 따낸 사실이 기재됐다.

검찰은 최씨가 몇 달 만에 삼성과 그 계열사 직원 '대다수'를 빼돌리고, 2명의 도급업체로부터 칩 공장 건설과 관련된 비밀 정보를 불법적으로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진세미는 하청업체 중 한 곳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일했던 조모씨로부터 얻은 반도체 클린룸 관리 기밀정보를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최씨 회사가 삼성전자 중국 공장 건설과 칩 제조 공정을 총괄한 한미글로벌 직원 정모씨로부터 삼성 중국 공장 설계도를 불법적으로 입수한 혐의도 적용하고 있다.

최씨의 변호인은 기소장에 제시된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도난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칩을 설계하거나 만드는 방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예를 들어, 클린룸을 만들기 위한 공공 국제 엔지니어링 표준이 있고, 이는 삼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폭스콘은 성명에서 "한국의 법적 소송을 인지하고 있지만,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우리는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 적용되는 법률과 규정을 준수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조사를 이유로 이 문제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의하면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측은 "검찰이 제시한 어떠한 활동에도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기소되지 않은 조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한 한미글로벌은 "해당 주장은 개인과 연결돼 있으며 회사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미글로벌의 직원 정씨는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기소됐으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소장에는 삼성이 최씨가 입수한 자료 유형을 "엄격한 기밀"로 취급하고 여러 단계의 보호 장치를 통해 이를 보호하고 있으며, 회사 내 및 제3자 파트너에 대한 권한이 있는 사람만 액세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출에 연루된 자료는 '국가 핵심 기술'로 법적으로 승인된 라이선스 또는 파트너십을 통하지 않는 한 해외 이전이 금지돼 있다.

한편 피고인 최씨는 삼성전자를 거쳐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에서 사장 후보까지 올랐던 인물로 '메모리 반도체 공정의 달인'이라 불렸을 만큼 해당 분야 권위자로 이름을 떨쳐왔다.

그는 삼성에서 17년 동안 근무하면서 DRAM 메모리 칩을 개발하고 웨이퍼 공정 기술에 종사했으며 회사의 DRAM 기술을 발전시킨 공로로 내부 상을 수상한 후 지난 2001년 퇴사했다.

이후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서 8년 이상 근무하며 제조 및 연구 부문의 CTO를 역임하고 적자를 내는 칩 제조업체의 턴어라운드를 도운 바 있다.

최씨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오는 7월 12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김보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eepi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