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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숨통…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유예조치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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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숨통…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유예조치 연장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다시 유예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다시 유예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대(對)중국 수출 규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대만 기업에 적용한 1년 유예를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약화시킬 수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할 위험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닛케이가 23일(현지 시간) 전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10월 만료되는 유예 연장 방침이 확정됐다.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 수장인 에스테베즈 상무부 차관은 지난 6월 반도체 업계와의 만남에서 유예 연장을 시사한 바 있다. 연장 기간은 미정이지만 무기한으로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 규제를 도입했다. 첨단 기술이나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거나 인력을 보내는 것을 금지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대만 TSMC는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당국에 로비를 벌인 결과, 미국 정부는 규제 도입 이전에 진행하던 거래는 1년 동안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 대만 기업들에 현재와 같은 조건으로 유예 연장을 허용할 방침이다. 한국과 대만 기업들은 기존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설비 등을 계속 반입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은 약 5700억 달러(약 763조1160억원)로, 아이폰 등 정보기술(IT) 제품 공장이 밀집한 중국은 반도체 소비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반도체 생산능력에서도 중국은 2021년 일본을 제치고 한국·대만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과 인연이 깊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제품인 D램 생산능력의 약 40%를 중국에 두고 있다. 미국 정부가 유예를 인정하지 않으면 기존 공장의 생산에 차질이 생겨 컴퓨터 등 각종 전자기기 공급망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혼란은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다. 반도체 공급망은 전 세계 곳곳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분리하기 어렵다.

첨단기술의 생산 기반이 되는 제조 장비에서 규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유예 연장의 배경이다. 미국 정부는 첨단 제조 장비에서 일본과 네덜란드에 비슷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양국은 이에 발맞춰 대(對)중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수출규제 전문가이자 상무부 차관보를 지낸 케빈 울프는 "미국의 수출규제와 일본·네덜란드의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국 중국에서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제한을 첨단 군수품 개발과 직결되는 첨단 분야에만 국한해 시행할 방침이다. 첨단이 아닌 분야까지 규제를 가해 경제 흐름을 악화시킬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전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유예조치 연장에 대해 "세계 공급망에 혼란을 주는 것은 2024년 미국 대선을 생각해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일시 진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2024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경제 상황의 안정은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 등과 회담할 전망이다. 반도체를 둘러싼 중국 측과의 대립이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대화 루트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 반도체 업계 단체들은 지난 7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일방적인 규제가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하고 심각한 시장 불확실성을 야기한다"며 미국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구한 바 있다. 잇따른 대중국 규제에 재계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유예조치 연장은 대중 강경 일변도로만 갈 수 없는 바이든 행정부의 미묘한 입장을 보여준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