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5월, 중국 선박이 영국 해군 함정 두 척을 약탈했다는 외신이 터졌다. 나포된 선박을 수색하자 이 선박 안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사용했던 탄약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이들은 왜 난파선을 약탈했는지 이 황당한 의문점을 풀기 위해서는 전쟁 이전에 만들어진 강철이 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전쟁 이전에 만들어진 강철은 ‘저 배경 강철’(low background steel)을 말한다. 이 강철은 1945년 7월 16일 최초의 핵폭탄이 터지기 이전 생산된 강철을 말한다. 코드명 ‘트리니티’로 명명된 핵폭탄은 화학적인 측면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면에서 세상을 변화시켰다.
문제는 핵폭발로 인해 플루토늄-239, 스트론튬-90, 세슘-137, 테크네튬-99 등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수십 가지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다는 점이다. 이후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전 세계의 많은 측면들을 변화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렇게 1945년 이후 생산된 거의 모든 철강은 동위원소에 오염됐기 때문에 오염된 강철로 만든 일부 과학 장치들은 원하는 기능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1945년 이전에 만들어진 선박, 특히 바다 속에 침몰된 난파선은 동위원소에 오염되지 않은 유일한 강철이어서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이것을 노리는 바다 속 ‘청소부’들은 난파선을 약탈했던 것이다.
이젠 ‘바다 속 ’청소부‘의 역할이 필요 없어졌다. 1960년대 이후에는 대기 중에서 핵실험을 중단했기 때문에 방사능 수치가 자연 수준에 가깝게 감소했다는 것이 과학자들이 판단이다. 특히 제강 업계가 베세머 공법에서 벗어나 대기 중 공기 대신 오염되지 않은 순수 산소를 사용하는 기본 산소 공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했다.
또한 전자공학의 발전으로 과학 장비가 미량의 방사능 배출을 보정할 수 있게 되면서 중성미자 검출기 등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저 배경 강철’이 필요하지 않게 된 세상이다. 다만, 입자 가속기, 가이거 계수기, 우주선에 탑재된 감지 장비와 같이 매우 민감한 일부 애플리케이션은 여전히 오염도가 매우 낮거나 0에 가까워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전한다.
하지만 ‘저 배경 강철’ 조차도 가장 까다로운 응용 분야에서는 방사능이 너무 높을 경우 고순도의 구리를 적극 사용한다고 한다. 전쟁 전 강철(저 배경 강철)은 방사성 핵종에 의한 오염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용도에 귀중하다. 여기에는 과학 장비, 의료 장비, 일부 항공우주 응용분야가 포함된다. 그리고 △중성자 검출기 △암흑 물질 실험 △감마선 분광법 △가이거 카운터 △우주 임무 등에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난파선에서 강철을 훔친다는 뉴스가 다시 등장하지 않을 것 같다. 동위가 포함된 강철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
김종대 글로벌i코드 편집위원 jdkim871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