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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대 반도체기업, 미래 첨단 자동차 시장서 ‘대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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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대 반도체기업, 미래 첨단 자동차 시장서 ‘대격돌’

미국을 대표하는 4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퀄컴, 인텔, AMD가 인공지능(AI)용 반도체에 이어, 첨단 자동차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DB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을 대표하는 4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퀄컴, 인텔, AMD가 인공지능(AI)용 반도체에 이어, 첨단 자동차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DB
미국을 대표하는 4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퀄컴·인텔·AMD가 인공지능(AI)용 반도체에 이어, 첨단 자동차 시장에서 또 한 번 맞붙는다.

4대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 12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쇼(CES) 2024에서 약속이나 한 듯 자동차 산업과 관련한 새로운 파트너십 체결, 신규 인수합병 계획 발표, 스마트카용 신규 플랫폼 출시 등의 행보를 보이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들 반도체 기업들이 자율주행, 스마트 콕핏(운전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기능에서 각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이번 CES 2024에서 지크립톤, 샤오미, 아이디얼, 그레이트월 등 중국의 자동차·전기차 제조사들과 신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11년부터 차량용 자율주행 시스템 시장에 진출한 엔비디아는 2015년 자사 AI 칩에 기반을 둔 첫 자율주행 컴퓨팅 시스템 ‘엔비디아 드라이브’ 시리즈를 출시하며 이 분야 선두 기업으로 우뚝 섰다.

지난 8년 동안 파커·자비에르·오린·토르 등 다양한 ‘엔비디아 드라이브’ 라인업을 출시한 엔비디아는 현재 전 세계 25개 이상 주요 자동차 및 자율주행차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율주행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 점유율은 82.5%에 달한다.

특히 엔비디아 드라이브의 강력한 컴퓨팅 성능과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도구 생태계는 현재 자동차 기업들이 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가장 쉽고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퀄컴은 이번 CES에서 단일 시스템온칩(SoC)으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과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차세대 차량용 중앙 컴퓨팅 플랫폼을 출시했다.

자율주행 칩 선두기업이 엔비디아라면 스마트 콕핏(운전석) 분야에서는 퀄컴이 한 발 더 앞서있다.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 비야디(BYD), 샤오펑, 샤오미, 지리, 니오 등 주요 자동차·전기차 제조사의 3억 5000만대 이상의 차량이 퀄컴의 ‘스냅드래곤’ 기반 스마트 콕핏 플랫폼을 채택했다.

또한, 퀄컴은 지난 2020년 ‘스냅드래곤 라이드’를 출시하며 자율주행 분야에도 진출한 데 이어, 이듬해에 비오니어(Veoneer)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사업부 어라이버(Arriver)를 인수하며 완전한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현재 퀄컴의 전체 수익 중 자동차 사업의 비중은 7% 미만이지만,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인텔은 이번 CES 2024에서 프랑스의 자동차 스타트업 ‘실리콘 모빌리티 SAS’의 인수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새로운 AI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용 시스템 레벨 칩 및 개방형 자동차 칩 플랫폼을 선보였다.

2017년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에 인수하며 자율주행 시장에 뛰어든 인텔은 최근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이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특히 자율주행, 스마트 콕핏 등의 기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oftware-defined vehicle)’ 시장이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고유의 CPU 기술 기반 고성능 차량용 플랫폼을 통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잭 위스트 인텔 부사장 겸 자동차 사업부 총괄은 “우리가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2035년까지 자동차의 80%가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가 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 진출이 다소 늦은 AMD는 지난 2022년 FPGA(프로그래밍 가능 반도체) 전문기업 자일링스(Xilinx)를 인수하며 차량용 시스템 및 반도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021년 ‘라이젠 RDNA 2’ 프로세서가 테슬라의 신형 전기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채택된 것을 시작으로, AMD는 다수의 자동차 제조사와 함께 AMD 특유의 CPU+GPU+FPGA+SoC 통합 능력을 최대한 살린 독자적인 차량용 자율주행·ADAS·스마트 콕핏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FPGA는 GPU 없이 실시간으로 AI 처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GPU에 기반을 둔 엔비디아와는 또 다른 스마트카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이들 반도체 4강은 각각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으로 자동차 산업에 접근하고 있다. 겉으로는 엔비디아가 규모나 수익 등에서 가장 앞선 것처럼 보이지만, 나머지 경쟁사들도 여전히 무시 못 할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자동차·반도체 기업들도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고, 이들 4대 반도체 기업들과 어떤 식으로 협력할지는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누가 미래 자동차 산업의 왕좌를 차지할 것인지 판단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