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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重 이지스함-상] 차세대 수상함 건조 절대강자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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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重 이지스함-상] 차세대 수상함 건조 절대강자로 부상

1986년 미국서 도입 구축함 한국형 건조 위한 ‘KDX’ 사업 추진
3000t급 KDX-1, 4500t급 KDX-II이어 7000t급 KDX-II 진행
KDX-III는 이지스함으로, 2007년 세계 다섯 번째‘세종대왕함’ 진수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국내 최초 이지스 구축함(KDX-III) 세종대왕함이 2007년 5월 25일 울산 본사 6번 도크에서 진수식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대왕함은 2008년 12월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했다. 사진=HD현대이미지 확대보기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국내 최초 이지스 구축함(KDX-III) 세종대왕함이 2007년 5월 25일 울산 본사 6번 도크에서 진수식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대왕함은 2008년 12월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했다. 사진=HD현대
최첨단 방어 체계와 공격 능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전함, ‘세종대왕함’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2007년 5월 25일 울산 HD현대중공업 6번 도크에서 열린 꿈의 구축함 세종대왕함 진수식은 대한민국의 잔칫날이었다.

이날 진수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세종대왕함이 우리 해군력을 한 차원 더 높여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대통령 축사가 끝나자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도끼로 로프를 끊고, 샴페인 브레이킹으로 세종대왕함 진수를 축하했다. 장엄한 뱃고동 소리가 오색 풍선이 날리는 미포만의 하늘을 가득 채우며 세종대왕함의 앞날을 축복했다.
신(神)의 방패 ‘이지스(Aegis)’에 국민의 안위와 국방력 강화에 힘썼던 세종대왕의 정신을 불어넣어 한국형 이지스함으로 태어난 것이 세종대왕함이었다. 이로써 대한민국 해군은 미국·일본·스페인·노르웨이에 이어 이지스 구축함을 보유한 다섯 번째 나라가 됐다. HD현대중공업이 대한민국 대양해군(大洋海軍) 건설에 발걸음을 더 내디딘 것이다.

‘대양해군’ 향한 기나긴 항해, KDX사업


1986년부터 추진한 한국형 구축함 건조사업, 즉 KDX사업은 미국에서 도입한 구축함을 국내에서 설계·건조한 한국형 구축함으로 교체하는 사업이었다.

구축함은 일명 ‘잠수함을 잡는 함정’으로 불리는데, 우리나라 해군은 1998년 ‘광개토대왕함’부터 2012년 ‘서애 류성룡함’까지 3단계에 걸쳐 국내 기술로 설계·건조한 12척의 한국형 구축함을 취역시켰다.

KDX-I에서 3000t급 주력 전투함 3척을 건조했다. 한국형 구축함 1호인 광개토대왕함에는 해군 최초의 대공미사일과 함께, 상세설계부터 제작까지 우리 기술로 만든 헬기도 탑재했다.

1999년 8월에는 ‘을지문덕함’, 2000년 6월에는 ‘양만춘함’이 취역했다.

KDX-II에서는 4500t급 전투전대 지휘통제함 6척을 건조했다. 해군 최초의 함대방공 구축함인 동시에 다층 방공망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군함이었다.

2003년 11월 ‘충무공 이순신함’이 취역했으며, 2004년 9월 ‘문무대왕함’, 2005년 6월 ‘대조영함’, 2006년 11월 ‘왕건함’, 2007년 10월 ‘강감찬함’ 순으로 함대에 배치됐다. 마
지막 여섯 번째 ‘최영함’이 취역한 것은 2008년 9월이었다.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6척이 모두 작전에 투입됨으로써 우리 해군은 작전 반경을 크게 넓혔다.

6척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문무대왕함·왕건함·최영함을 건조했다. 특히 문무대왕함에는 HD현대중공업이 자체 설계한 스텔스 기술을 적용했다. 생화학·방사선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각종 설비들과 해상 작전 헬리콥터를 탑재해 전방위 전투가 가능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국내 최초 이지스 구축함(KDX-III) 세종대왕함이 2007년 5월 25일 진수식을 위해 울산 본사 6번 도크에 정박해 있다. 세종대왕함은 2008년 12월 해군에 인도했다.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국내 최초 이지스 구축함(KDX-III) 세종대왕함이 2007년 5월 25일 진수식을 위해 울산 본사 6번 도크에 정박해 있다. 세종대왕함은 2008년 12월 해군에 인도했다. 사진=HD현대

도면을 살 것인가, 새롭게 그릴 것인가


KDX-Ⅲ는 2012년까지 7000t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을 건조하는 사업이었다. 이 군함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첨단 전투체계인 ‘이지스 시스템(ACS, Aegis Combat System)’을 장착했다.

2008년 12월 취역한 세종대왕함을 선두로 2010년 8월 ‘율곡 이이함’, 2012년 8월 ‘서애 류성룡함’이 취역했다.

HD현대중공업은 세종대왕함과 서애 류성룡함 2척을 건조했다. 관계 당국은 1990년대 후반 KDX-Ⅲ 사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독자설계 추진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굳

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지 말고, 미국의 도면을 들여와 건조만 하는 게 현명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어렵더라도 독자 설계의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미 1980년 한국 최초의 전투함정 울산함을 시작으로 ‘호위함-잠수함-스텔스 구축함’으로 이어지는 해군 함정 개발을 통해 쌓아온 기술력과 경험이 있었다.

게다가 이미 2년 6개월 동안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의 기본설계를 수행하며 큰 밑그림도 그려놓았다. 세계 최고의 특수선 건조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20여 년간 꾸준히 기술·인력·설비 등 모든 체제를 강화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또다시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김정환 전 HD현대중공업 사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미국이 이지스함 도면을 사라고 했는데 그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솔직히 우리도 망설임이 많았다. 하지만 눈 딱 감고 결국 독자설계로 가자고 제안했다”면서, “해군도 내심 우리 제안을 반기는 눈치였다. 30년 가까이 해군 함정을 독자 개발해온 국내 기술진을 믿고 맡겨보자는 차원에서 해군도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햒다.

2004년 9월, HD현대중공업은 상세설계를 시작으로 KDX-Ⅲ의 첫 번째 함정인 세종대왕함의 본격적인 건조 작업에 들어갔다. 목표는 생존이 걸린 전투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도록 ‘맷집 강한 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최첨단 함정 기술을 총동원해서 폭발강화 격벽, 함정 스텔스 설계, COGAG(같은 종류 또는 다른 종류의 가스터빈을 둘 이상 조합한추진 방식, COmbined Gas turbine And Gas turbine) 복합 추진체계 설계 기술 등 생존성을 높이는 구조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자세히 살펴보면, 적의 레이더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독자개발한 스텔스 설계 개념을 적용했고, 만에 하나 어뢰를 맞더라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스템을 보탰다. 그리고 어느 한 쪽이 무력화돼도 다른 무기로 반격을 가할 수 있도록 이중으로 설계했다.

김정환 전 부사장은 “일본 이지스함은 미국 것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만들었지만 우리는 달랐다.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플랫폼을 설계했기 때문에 적어도 플랫폼 측면에서는 특히 엄청나게 진보한 최신 함정이다”고 강조했다.

순탄치만은 않았다. 최대 난코스는 설계부터 난항을 겪었던 세종대왕함의 브레인, ‘이지스 레이더 타워’를 선체에 탑재하는 작업이었다. 무엇보다 표면과 레이더 각도를 맞추는 작업이 중요했다. 이지스 레이더가 장착될 표면 편평도의 허용 오차 0.5mm 미만, 레이더 각도 허용 오차 0.0001도 미만에 달하는 극도의 초정밀 작업이었다. 미국 BIW조선이 레이더 장착 기술료로만 130억 원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공한 매뉴얼과 도면 등을 참고해 독자 기술로 설치에 도전했다. 무기체계 설치에 필요한 각종 공구류도 HD현대중공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설계에서부터 건조 그리고 무기체계 탑재에 이르기까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전매특허였던 ‘이봐, 해봤어?’ 정신이 발동했다. 정밀 측정을 방해하는 사소한 망치질 소리까지 피하기 위해 야간 작업을 4개월 가까이 이어가면서 끝내 설치에 성공했다.

국산 방위기술력 향상과 차세대 이지스함 착공


세종대왕함에 들어간 주요 장비 120여 종 가운데 90여 종은 국산품이었다. 해군·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 그리고 HD현대중공업 등 각 기관이 모든 기술 역량을 결집해 탑재 장비의 76%를 국산화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방산기술력은 약 2조 원의 경제적 효과를 견인해냈다.

특히 특수강판을 비롯한 미사일 수직발사대, 대함 유도탄, 대잠 어뢰, 함정 자체보호 전자전장비, 항해 레이더 등 주요 장비를 독자기술로 개발한 것은 큰 성과였다.

이와 함께 세종대왕함에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함대지(艦對地) 크루즈 미사일 ‘천룡’, 150km 거리에서 적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함대함(艦對艦) 유도탄 ‘해성’, 그리고 수십 km 밖에서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는 대잠어뢰 ‘홍상어’ 등 국산 무기들을 대거 탑재했다.

하용현 전 HD횬대중공업 전무는 “설계와 건조는 물론 이지스 레이더 장착까지 우리가 다 했다. 수많은 무기와 장비체계를 연동시키는 기계적·전기적 시그널 인터페이스 역시 우리 기술진의 몫이었다”라면서, “사업 초기에 미국 회사가 자기네 기술력을 사가라고 했지만 이제는 역수출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세종대왕함 건조로 한국 함정 기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자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08년 12월 HD현대중공업은 대양해군 전략 기동함대의 중심에서 활약할 이지스 구축함 1번함 ‘세종대왕함’을 해군에 인도했다.

세계 최고의 함정에 세계 최고 HD현대중공업의 DNA가 탑재됐다. 세종대왕함의 취역과 함께 우리나라는 ‘꿈의 함정’ 또는 ‘신의 방패’라고도 불리는 이지스 구축함 보유국이 됐다.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은 건조 비용만 약 1조 원이 투입됐다. 함정 건조 경험이 풍부한 미국 BIW조선이 이지스함 설계에서 인도까지 평균 60개월 걸렸지만, 현대중공업은 49개월 만에 모든 작업을 끝냈다.

두 번째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이이함’은 제원상으로는 세종대왕함과 쌍둥이다. HD현대중공업이 독자기술로 설계한 도면으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건조해 2010년 8월 실전에 배치됐다.

세 번째 이지스 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은 다시 HD현대중공업이 건조를 맡았다. 2008년 9월 설계와 건조를 시작해 2011년 3월 24일 진수식을 갖고, 2012년 8월 해군에 인도돼 취역했다.

1세대 이지스 구축함에 이어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Ⅲ Batch-II)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HD현대중공업이다.

2016년 6월 24일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과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건조를 위한 탐색개발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2019년 10월 6766억원 규모의 상세설계와 건조도 맡았다. 또한 차세대 구축함 3척 건조를 모두 따냈다. 이로써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 구축함을 직접 설계하고 건조하는 국내 유일의 조선사로 도약했다.

2021년 2월 16일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선도함 착공식이 열렸다. 우리 해군이 도입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3척 중 첫 번째 함정이었다. 같은 해 10월 5일에는 기공식을 가졌다. 기공은 함정의 첫 블록을 건조용 선대에 자리 잡아 거치하는 공정으로 함정 건조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이 선도함은 2022년 7월 28일 진수식을 개최했으니, 함명이 바로 ‘정조대왕함’이다.

이날 울산 본사에서 열린 진수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조대왕함은 길이 170m, 폭 21m에 경하톤수 8200t 규모로, 최대 30노트(약 55㎞/h)로 항해할 수 있다. 정조대왕함은 올해 11월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4일 울산 본사에서 2번함 착공식을 개최했으며, 3번함은 정조대왕함을 해군에 인도하는 오는 11월에 착공할 예정이다.

진화하는 함정 설계기술, 세계가 주목하다


한편, 2020년 대한민국 방위산업계를 달군 핫 이슈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이었다. 이 사업은 2030년대 중반까지 국내 독자 기술로 고성능 구축함 6척을 건조, 2000년대 초반부터 KDX-II 사업을 통해 배치된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을 대체하는 것이었다.

KDDX 사업이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기술로 이지스 체계를 개발하는 첫 번째 함정이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12월 한화오션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KDDX의 기본설계를 수주했으며, 3년(36개월)만인 지난해 12월 6500t급 KDDX의 기본 설계를 마쳤다.

KDDX는 현존 최고 성능을 갖춘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에 필적하는 미래형 함정 무기체계로서, 대한민국의 차기 전략자산으로 운용될 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체로 꼽힌다.

기본설계를 완료한 KDDX는 완전 전기 추진방식을 구현했다. 이를 위해 국내 함정 최초로 대용량·고출력 통합 전기식 추진체계를 적용했으며, 이 통합 전기식 추진체계에는 세계 최초로 25MW(메가와트)급 초대형 추진전동기가 탑재되도록 했다.

또한 KDDX 기본설계에는 ‘병력절감형 플랫폼’을 구현했다. 첨단 자동화·전동화 기술을 통해 탄약이송자동화 설비, 스마트 브릿지, 자율운항 기술 기반의 함정용 첨단항해보조시스템 등을 적용했다. 스마트 브릿지는 함정 근무 인원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고안된 신개념 조타실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에 함정과 연구개발 장비 간 통합 성능을 실현했다. 국내 유일의 전투함 체계통합(System Integration) 역량을 토대로 방위사업청 등 20여 개 유관 기관 및 부서와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 함정의 전투성능을 극대화했다.

<자료: 현대중공업그룹 50년사>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