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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만상 74] 빗나간 프렌드쇼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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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만상 74] 빗나간 프렌드쇼어링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 미국 내에서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 미국 내에서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주 미국 하원은 틱톡 금지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부터는 중국 소유주가 동영상 공유 앱을 판매하지 않는 한 미국에서 틱톡이 금지된다. 불과 24시간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US스틸 매각과 관련하여 ‘국내 소유와 운영 유지’가 중요하다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했다. 두 가지 모두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것처럼 묘사되었다.

중국 소유의 틱톡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우려는 근거가 있다. 이 앱을 통해 1억 7천만 명의 미국인 사용자를 감시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앱의 중국 소유주인 바이트댄스는 미국 정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미국은 입법 의지만 있다면 국내외 모든 기술 기업의 데이터가 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금지할 수도 있다. 프로파간다 문제는 해결이 더 어렵다. 퓨 리서치는 30세 미만의 미국 성인 중 약 3분의 1이 틱톡으로 뉴스를 접한다는 데이터를 내놨다.

틱톡 콘텐츠의 방대한 양과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개인화된 경험은 추적이 복잡하다. 미국 규제 당국은 오랫동안 외국계 기업의 TV방송 라이선스 보유를 제한했다. 소셜 미디어에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논리가 맞는다.

반면, 일본이 US스틸을 소유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은 이해가 어렵다. 일본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다. 따라서 중국의 영향력 억제는 미일 모두 이해하지만 철강은 첨단 소셜 미디어와는 다르다. 철강 산업은 민감성이 전혀 없는 산업이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일부 미국인들과 미국 정부는 US스틸이 미국의 디펜스를 어느 정도 책임지는 철강 기업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 US스틸은 미군에 철강 제품을 직접 공급하는 업체가 아니다. 바이든은 국가 안보를 언급하지 않고 미국 철강 노동자들이 이끄는 강력한 US스틸이라고만 언급했다.

대통령으로서 안보 개념을 미국 산업기반의 보호로 확장하려는 노력은 이해되지만 일본의 US스틸 인수는 미국 경제에 위협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해외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유치해 미국 경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기술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자가 항상 약속을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제철은 생산이나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지 않고 미국 철강 노조와의 교섭과 합의를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목에서 경쟁자였던 미국내 철강 기업의 잔꾀가 감지된다.
미국 노조는 미국 철강업체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제시한 더 낮은 금액의 입찰을 선호했다. 왜 그랬을까? 한마디로 미국 국내시장에서 일본제철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 껄끄러울 것이고, 보다 낮은 가격으로 US스틸을 인수하려는 속셈이었을 것이란 짐작이다.

US스틸은 11월 대선에서 US스틸 본사가 경합지역인 펜실베이니아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투표권자들의 표심 이반을 우려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바이든 보다 먼저 일본과의 거래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반대는 경제적 이익보다 단기적인 선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일본과의 거래를 11월 이후로 연기하려는 것뿐이라는 설명이 달렸더라도 이 간섭은 외국인 투자를 억제하는 일이다. 한국의 포스코가 인수하려했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우방국끼리 공급망을 구축해 글로벌 공급망 교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선전해 왔다. 프렌드쇼어링은 양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제적 미래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계화로부터의 후퇴가 아니다. 경쟁국에 신중한 보안과 보호 장치를 사용하되, 더 깊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