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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채권단 “HMM 글로벌 해운사 위상 키우기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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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채권단 “HMM 글로벌 해운사 위상 키우기 우선”

15일 발표안 ‘민간 주인찾기 노력’ 단서 달긴했으나
선대 확중, 미래 투자 등 ’종합물류기업‘ 육성 힘 실려
미래 신사업 투자 관련, M&A 가능성도 열어 놓은 듯

지난 1월 24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개최된 ‘HMM 가닛호’(HMM Garnet) 명명식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MM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24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개최된 ‘HMM 가닛호’(HMM Garnet) 명명식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MM
15일 발표한 해양수산부의 ‘해운산업 경영안정 및 활력 제고 방안’과 HMM의 ‘2030년 중장기전략’ 검토안은 대한민국 최대 국적 선사인 HMM을 글로벌 대표 선사와 맞먹는 수준으로 위상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1세기 들어 HMM이 속한 해운산업과 항공운송, 철도차량 등 전 세계 물류 인프라 산업의 큰 흐름은 ‘1국 1사(一國一社)’다. 1국 1사 체제 기업은 선대 또는 항공기를 대량 구매해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자사가 속한 주변 지역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지역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M&A 대상기업은 해운사뿐만 아니라 육상과 항공 물류, 관련 서비스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HMM보다 컨테이너선 선복량이 앞서는 기업들은 이러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
한진해운 파산 이전까지 1국 2국적 선사 체제를 유지해 왔던 한국은 한진해운 파산과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의 채권단 관리 체제 전환으로 해운산업의 크게 위축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HMM 정상화에 힘을 기울여왔다. 다행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해 이 시기 HMM은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다만, 지난해 실시한 정부의 새 주인 찾기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고, 이에 맞춰 해운 시황이 급락하면서 HMM의 장래는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이날 발표한 방안을 놓고 본다면 정부는 HMM을 새 주인에게 매각하는 절차를 고수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민간 주인 찾기’ 노력은 지속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렇다고 회사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모험을 감내하느니 HMM을 대한민국 교역 규모의 걸맞은 초대형 해운사로 만들어 독립기업으로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한 뒤 제값 받고 팔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공적자금 회수에만 목적을 뒀던 정부와 채권단이 HMM의 미래를 생각하는 전향적인 시각으로 바뀐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올 연말까지 87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인 컨테이너 선복량을 2030년까지 150만TEU로, 현재 630만DWT(재화중량톤수, 36척)인 벌크 선대를 1228만DWT(110척)로 확장을 추진하겠다는 회사의 복안은, 정부와 채권단이 확실히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수립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Mærsk), 프랑스 CMA CGM 등 선도 업체가 개념을 완성한 ‘통합물류기업’ 또는 ‘종합물류기업’이라는 용어를 HMM이 ‘2030 중장기전략’ 안에 명기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HMM은 “서비스 네트워크 확장에 맞춰 신규 터미널 확보 등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여 수익 다각화를 추진할 방침”이라며,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추진, 미래 신사업 개발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또 다른 흐름은 대양을 오가는 대형 선사한 동맹 재편과 함께 중소형 선사들이 글로벌 공급망 단절 속에서 특정 지역 간 항로에 특화해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HMM은 2030년까지의 선대 확충을 선박 발주에만 의존하기보다 M&A에도 눈을 돌릴 가능성도 열려 뒀음을 의미한다. 또한 M&A 대상은 해운사뿐만 아니라 육상과 항공 물류기업도 포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HMM은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 측은 “(종합물류기업에 대한) 큰 그림은 그렇지만, 투자 규모 등 자세한 방안은 상반기 중 수립을 완료해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