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HMM이 속한 해운산업과 항공운송, 철도차량 등 전 세계 물류 인프라 산업의 큰 흐름은 ‘1국 1사(一國一社)’다. 1국 1사 체제 기업은 선대 또는 항공기를 대량 구매해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자사가 속한 주변 지역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지역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M&A 대상기업은 해운사뿐만 아니라 육상과 항공 물류, 관련 서비스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HMM보다 컨테이너선 선복량이 앞서는 기업들은 이러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
이날 발표한 방안을 놓고 본다면 정부는 HMM을 새 주인에게 매각하는 절차를 고수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민간 주인 찾기’ 노력은 지속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렇다고 회사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모험을 감내하느니 HMM을 대한민국 교역 규모의 걸맞은 초대형 해운사로 만들어 독립기업으로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한 뒤 제값 받고 팔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공적자금 회수에만 목적을 뒀던 정부와 채권단이 HMM의 미래를 생각하는 전향적인 시각으로 바뀐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올 연말까지 87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인 컨테이너 선복량을 2030년까지 150만TEU로, 현재 630만DWT(재화중량톤수, 36척)인 벌크 선대를 1228만DWT(110척)로 확장을 추진하겠다는 회사의 복안은, 정부와 채권단이 확실히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수립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Mærsk), 프랑스 CMA CGM 등 선도 업체가 개념을 완성한 ‘통합물류기업’ 또는 ‘종합물류기업’이라는 용어를 HMM이 ‘2030 중장기전략’ 안에 명기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HMM은 “서비스 네트워크 확장에 맞춰 신규 터미널 확보 등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여 수익 다각화를 추진할 방침”이라며,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추진, 미래 신사업 개발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또 다른 흐름은 대양을 오가는 대형 선사한 동맹 재편과 함께 중소형 선사들이 글로벌 공급망 단절 속에서 특정 지역 간 항로에 특화해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다만 HMM은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 측은 “(종합물류기업에 대한) 큰 그림은 그렇지만, 투자 규모 등 자세한 방안은 상반기 중 수립을 완료해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