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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등극 마지막 시험대?” 김동관-정기선 신경전 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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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등극 마지막 시험대?” 김동관-정기선 신경전 점증

한화오션 인수 후 방산서 시작한 갈등 상선으로 확산
미래 종합 중공업 산업 주도권 갖기 위해 싸움도 불사
재계 순위 한화 7위, HD현대 9위로 사실상 라이벌
“이갈 수 있는가?” 선대 회장의 승계 테스트인 듯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2023년 12월 6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격려 간담회에 앞서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한화와 HD현대는 중화학산업 주도권을 놓고 최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2023년 12월 6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격려 간담회에 앞서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한화와 HD현대는 중화학산업 주도권을 놓고 최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총수 등극 9부 능선을 넘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 양 그룹의 핵심 사업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신경전이 점증하고 있다.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은 재계 서열 순위도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자산총액 83조280억원으로 7위, HD현대그룹은 80조6680억원으로 9위로 사실상 라이벌 관계다.
13일 복수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재계는 두 사람의 경쟁이 소속 그룹은 물론 최근 막을 올린 재계 3~4세 시대의 패권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구광모 회장의 LG와 최태원 회장의 SK가 이차전지 특허 분쟁을 벌이며 두 그룹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사업에선 사적 관계는 통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이는 총수에 등극한 이후에 벌어진 것으로, 김동관‧정기선 부회장 간 갈등과는 다르다. 두 사람이 현재 그룹 얼굴마담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한다고 ‘예약’만 한 상황이다. 그런 두 사람이 그룹 간판을 걸고 충돌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부친의 마지막 시험일 가능성으로 봐야 할 것 같다”라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창업 회장이 일찍 별세해 29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회장에 올랐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형제의 난과 현대그룹 계열분리라는 고비를 겪으며, 불안한 경영권 기반 속에서 그룹을 지켜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그룹을 맡을 자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경영환경을 극복해야 하는데 희석된 그룹 내 지분율, 그에 따르는 투기 세력 등의 공세도 막아야 한다”라면서,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이 지금까지는 잘해왔다. 이제 두 사람은 경쟁을 통해 총수로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가?’를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두 그룹 간 갈등의 진원지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한 한화오션 인수를 성공시켰다. 이로써 한화는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표방하는 육해공(우주)을 아우르는 방산 기업이자, 중공업 제조업과 에너지‧석유화학‧건설을 더한 국내 유일의 종합 중화학공업이라는 퍼즐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국내 중화학 산업 판도를 ‘한화 대 비(非) 한화’ 구도로 재편했다.

HD현대그룹은 한화에 앞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 작업에 정기선 부회장도 어느 정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승인 거부로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기대했던 조선과 해양 사업에서 절대적인 글로벌 시장 지배 효과가 좌절됐으니, HD현대그룹은 한화그룹을 견제할 수밖에 없다. 한화그룹도 걸림돌인 HD현대를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이러한 갈등이 표면화한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 사건이다. 서로를 맞고소한 당사자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더 이상 타협과 화해 가능성은 없이 누군가는 죽어야 끝날 것으로 보인다.

상선에서는 한화오션이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최근 첨단소재인 고망간강을 적용한 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연료탱크 기술을 과시하는 등 HD현대중공업 측과의 기술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조만간 민간 부분으로 전쟁이 확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전까지 사석에서 절친한 사이인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은 현재도 그렇고 공적인 행사에서도 만나면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양 그룹 간 갈등에 두 사람은 직접 언급한 적도 없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실무 차원에서 벌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묵인 없이 벌어지겠느냐”라면서, “한화나 HD현대 모두 공존을 논할 상황이 안될 만큼 현재의 경영 상황은 최악이다. 물러나는 어느 한쪽은 사업 동력이 크게 위축될 것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