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A14 공정 양산, 고비용 차세대 장비(High-NA) 배제하고 ‘수율’ 선택
美 애리조나서 2029년 1.6나노 생산… “서방 제조 비용 대만보다 20% 높아”
美 애리조나서 2029년 1.6나노 생산… “서방 제조 비용 대만보다 20% 높아”
이미지 확대보기에포크타임스와 파이낸셜콘텐츠 등 외신은 25일(현지시간) TSMC가 옹스트롬(0.1나노미터) 시대를 주도할 A14 공정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경쟁사인 인텔이 도입을 서두르는 고가의 차세대 장비를 배제하고, 검증된 기존 장비의 효율을 극대화해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확보하는 실리적인 전략을 택했다.
1나노 전쟁의 승부수… ‘장비 과시’ 대신 ‘수율’ 택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2028년부터 A14(1.4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한다. 이번에 공개한 로드맵은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2030년까지 단일 패키지에 트랜지스터 1조 개를 집적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이다. A14 공정은 현재 주력인 2나노(N2) 공정보다 속도는 15% 빠르고 전력 소비는 25~30% 줄어든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구동에 필수적인 성능이다.
주목할 점은 TSMC가 1.4나노 초기 생산에서 렌즈의 빛 집광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NA)를 0.33에서 0.55로 높인 차세대 노광장비인 ‘고개구율 극자외선(High-NA EUV)’ 노광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대당 가격이 3억 8000만 달러(약 5500억 원)에 이르는 이 장비를 인텔은 14A 공정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반면 TSMC 경영진은 “기존 EUV 장비와 다중 패터닝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 수율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 면에서 낫다”고 판단했다. 이는 최첨단 장비 도입 경쟁보다는 고객사에게 약속한 물량을 제때 공급하겠다는 ‘제조업의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기술 선점을 노리는 사이, TSMC는 압도적인 양산 능력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점유율 70%의 벽… 서방의 ‘반도체 자립’은 첩첩산중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반도체 주권’을 외치며 공급망 내재화에 나섰지만, 대만 의존도를 낮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 분석을 보면 TSMC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0.2%에 이른다. 특히 전 세계 최첨단 AI 칩의 90% 이상이 TSMC 공장에서 나온다. 벨기에 연구혁신센터 아이멕(imec)의 조 드 보크 최고전략책임자는 “자연재해나 지정학적 위기가 닥치면 대체 불가능한 위험에 노출된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니나 터너 IDC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칩을 제조할 경우 대만보다 비용이 20% 이상 더 든다”고 지적했다. 인건비와 인프라 구축 비용이 높아서다. 유럽의 경우 투자가 주로 자동차나 산업용 구형 공정에 집중돼 있어, 첨단 공정 경쟁에서는 사실상 미국과 아시아에 뒤처져 있다.
애리조나를 ‘제2의 신주’로… 미 본토서 1.6나노 생산
TSMC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하고자 미국 투자를 가속하고 있다. 총 1650억 달러(약 239조 원)가 투입되는 애리조나 피닉스 공장(Fab 21) 건설 프로젝트는 본궤도에 올랐다.
현재 1단계 공장에서는 4나노와 5나노 칩을 양산 중이며, 수율이 대만 본토 공장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에 힘입어 TSMC는 2단계 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겨 2027년까지 3나노 칩을 미국에서 생산한다. 이어 2029년에는 3단계 공장을 통해 2나노와 1.6나노(A16) 초미세 공정 제품까지 미 본토에서 만들어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2029년이 되면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가 쏟아져 나오게 된다”며 “이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강력한 ‘실리콘 안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술과 자본의 마라톤, 선두는 여전히 TSMC
향후 10년간 반도체 생산 거점이 일부 분산되겠지만, 핵심축은 여전히 아시아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점유율을 조금씩 가져가더라도, 유럽은 현상 유지에 그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1.4나노 프로토타입으로 스타트업을 공략하고 인텔이 기술적 도약을 노리고 있지만, TSMC가 구축한 ‘생태계 장벽’은 높다. 엔비디아와 애플 같은 거대 고객사들이 TSMC의 패키징 기술인 ‘CoWoS’에 깊게 얽혀 있어 파운드리 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나노대 경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정밀함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마라톤이다. 현재로서는 TSMC가 가장 앞서 달리고 있다. 다가오는 2026년, 2나노 칩이 적용된 애플과 엔비디아의 신제품 성능이 이 기나긴 승부의 첫 번째 성적표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