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 부활과 경제 활성화를 겨냥해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2년을 맞으면서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큰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고, 국내 배터리 업계는 주요 완성차 업체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며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 8월 16일 시행된 IRA는 미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전략에 변화를 가져왔다.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74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산업을 지원하는 법을 말한다. 전기차용 배터리 부품 중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하거나 배터리 핵심 광물을 40%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하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IRA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당시 업계는 국내 완성차 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판매가 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아이오닉5, GV60, 기아 EV6 등 전 차종은 모두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중국산 광물 사용 비중을 낮추는 것도 과제였다.
그럼에도 국내 업체들의 미국 내 시장 영향력은 커져만 갔다. 현대차그룹은 IRA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가 경쟁 업체보다 적었음에도 전기차 판매가 늘었다. 정부와 국내 업계가 미국 정부에 요청한 IRA 세액공제 대상에 상업용 전기차가 포함된 것이 주효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년 대비 약 63% 증가한 9만434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11.4% 증가한 3만8457대로 반기 기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배터리 업계도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배터리 업계는 북미에 현대차그룹,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과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단독 공장을 포함해 총 15개 곳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5년 국내 배터리 3사 북미 시장 점유율은 58%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