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 간 분쟁이 최고조에 달했다. 영풍 연합이 매수 가격을 13.6% 올리며 경영권 확보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가운데 고려아연 측이 대항 공개 매수 방안을 검토하면서 '쩐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누가 경영권을 갖든 이에 따른 미래 성장 동력 위축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가 26일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 매수 가격을 각각 66만원에서 75만원,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13.6%, 25% 상향한 가운데 고려아연 측이 이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호 지분을 제외한 고려아연 지분 6%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현대차, LG화학 등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3%다.
재계는 최 회장이 우군을 확보해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최 회장은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였던 16~18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출장을 다녀왔다. 이 중 일본에서 글로벌 투자 업체인 소프트뱅크와 대형 종합 상사인 스미모토 등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군으로 꼽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만났다.
미국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접촉해 1조원 안팎의 자금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또 최근에는 23년 만에 기업어금(CP)으로 4000억원을 조달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과 무관한 운영 자금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대항 공개 매수 자금에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만일 최 회장이 우군을 확보해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선다면 쩐의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풍 연합의 공개 매수 가격인 75만원 기준으로 6%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약 9400억원,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5만원 높은 80만원으로 상향할 경우 약 1조원이 필요하다.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자금은 최대 주식 수 매수 기준 2조4396억원이다. 기존 2조1332억원보다 약 3000억원 늘었다.
최 회장은 앞서 계열사·협력사 임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들(영풍·MBK)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항해 이기는 방법을 찾았다"며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누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갖든 이에 따른 미래 성장 동력 위축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분 확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만큼 이를 만회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투입될 자금이 기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