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달간 친성장 기조에 기대와 요구 사안도 강해져
재계 불확실성 높아져 예의주시
"시장주의 따른 일관된 메시지 중요"
재계 불확실성 높아져 예의주시
"시장주의 따른 일관된 메시지 중요"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 동안 주식시장 활성화로 주요 대기업 시가 총액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재계가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요구의 강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통상 협상, 주4.5일제, 상법개정안 보완, 규제 완화 등 재계 현안에 대한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재계가 이제는 투자 확대, 주주 권리와 배당 확대 등의 화답을 내놔야 할때 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재계 목소리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 사이에서 조율을 통해 현명한 정책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성장을 중시하는 메시지로 기대하다 재계가 부담스러워하는 법안에 힘이 실리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를 추가하는 상법 개정은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로 재계 우려를 키운 대표적인 사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 회기 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지난달 30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상법 개정에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3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지난달 25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여당과 면담했지만 ‘입법 후 보완’ 기조를 바꾸지 못했다.
상법 개정 다음으로 재계가 우려하는 법안으로는 주 4.5일 근로제가 꼽힌다. 이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노동 생산성도 올려야 하고, 노동 시간도 줄여서 워라벨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된다. 이것이 국제적 추세"라며 주 4.5일제 도입 의지를 드러냈다.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근로 시간이 줄어 생산성 효율화 방안과 임금 계산 방식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무역 협상 지연도 재계의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국가별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오는 8일 만료되지만 한미 무역협상의 얼개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에 따라 글로벌 생산 기지와 공급망을 다변화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 4일 미국으로 향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상호관세 유예 시한 연장 방안을 논의했다.
재계는 이런 움직임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민의를 반영한 입법 사안과 늦어지는 한미 무역협상에 어떻게 대응할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간 재계는 새 정부 출범 직후 두드러진 성장 친화 기조에 기대감을 보여왔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이 경제 성장의 핵심 역할이라고 강조하면서 AI 3대 강국 도약을 비롯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드러내왔다. 취임 당일에는 비상경제 TF를 구성했고, 취임 10일째인 지난달 13일 5대 그룹 회장과 경제6단체장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제·산업 분야 요직에 현직 기업인을 발탁한 점도 이목을 끌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한데 이어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했다. 하 수석은 네이버의 AI 선행 기술을 총괄해왔고, 배 후보자는 LG그룹 AI 전환의 한 축인 엑사원 개발을 주도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는 원자력 산업의 핵심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의 김정관 사장을 지목했다.
새 정부가 내놓은 친기업 성장 중심 메시지에 대한 의심을 거두려면 재계 현안별로 정책을 마련해나가는 대신 경영과 관련한 여러 법제를 유기적으로 조절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자본주의는 주주 개입이 적고 오너와 경영진의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다져왔기 때문에 주주의 경영 개입이 이뤄지는 상법 개정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법 개정이 표방하는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를 추진한다면 주주 권리 뿐만 아니라 경영권 방어 대책까지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최고 수준의 자본주의를 보여주는 경제 모델 전체가 아닌 부분과 단면만 차용한다면 결국 기업 존중과 경제 성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영의 자유를 보장하는 시장주의 가치에 따라 큰 틀에서 일관된 정책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