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사 對美 투자 부담 커
공급망 우선권 같은 카드 필요
공급망 우선권 같은 카드 필요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쓰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손해를 안 보는 추가 협상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산업 기반을 닦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기자재 공급을 맡는 한국 중소업체를 포함해 한국 조선사들이 생태계 강화를 주도할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유리한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3일 글로벌이코노믹이 마스가 프로젝트의 순항을 위한 전략을 질의한 결과 조선 분야 전문가들은 마스가 추가 협상 테이블에 올릴 카드를 마련할 것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장(교수)은 “관세 협상 카드를 넘어 미국과 ’전략적 조선업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간다는 관점이 필요한 때”라며 “한국은 미국과 조선업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죽고 못사는 친구’처럼 서로 필요한 것을 의지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조선사들이 미 조선업 재건에 기여하기 위해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큰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라며 “정부가 앞으로 참여할 협상에서 조선사들이 손해를 안 볼 수 있는 카드를 여러 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협상 카드로는 ‘기자재 공급망’이 꼽힌다. 조선산업이 기자재와 블록 제작, 선박 완성, 첨단 기술 개발 등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완성하려면 중소 조선사부터 대형사, 학계까지 손발을 오랜 시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산업은 단기 투자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데다 기자재 조달부터 인력까지 생태계 전반을 생산지를 중심으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 현지 생산이 쉽지 않다”며 “한국 대형 조선사들이 미국 투자를 단행할 때 기자재를 공급하는 한국 중소기업들과 인력도 같이 진출하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조선업 기자재 공급망이 거의 다 무너져 있다”며 “미 조선업 설비 현대화와 공급망 복원을 도와주는 대신, 현지 기자재 산업만큼은 한국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요구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자재사들이 한국에서 제품을 공급할지 또는 미국 현지로 생산 기지를 넓힐지도 중요한 문제”라며 “한국 대형 조선사들이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를 실행한 뒤 5~6척 수준으로 생산 능력을 끌어올린 뒤에야 기자재 공급사들이 미국에 진출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 집약적 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인력 확보 문제도 협상 카드로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 교수는 “한화 필리 조선소 사례는 숙련된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한국인, 미국인 뿐만 아니라 인건비가 낮은 인접 국가의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는 쿼터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