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가 더 팔렸다"…K-자동차 수출의 역설

글로벌이코노믹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가 더 팔렸다"…K-자동차 수출의 역설

수출은 호조…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가 견인
"가격·인프라 한계에 전기차 성장세 둔화"
"전문가 '미래차 인재·기술 재편 시급'"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9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수출·내수·생산 모두 증가하며 3개월 연속 호조세를 이어갔다.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HEV)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수출이 처음으로 월 9만대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HEV 중심의 성장 구조가 장기 경쟁력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친환경차 수출은 9만1020대로 전체의 39.7%를 차지했다.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22만8153대, 수출액은 64억500만 달러로 9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

특히 HEV 수출은 5만7824대로 55.7% 늘었지만, EV는 2만9288대(38.9% 증가)에 그쳤다. 전체 친환경차 수출 중 HEV 비중은 63.5%에 달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 판매 속도가 중국을 제외하고는 그리 빠르지 않다"며 "미국은 세제 혜택이 종료됐고, 유럽을 제외하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 수요가 늘면서 현대자동차 역시 하이브리드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둔화된 원인으로는 시장과 정책 환경의 영향을 꼽았다. 이 위원은 "전기차 전환이 느려진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민감도와 충전 인프라의 불편함 때문"이라며 "성능은 개선됐지만 모델 수가 제한적이고 가격이 여전히 부담되는 점이 소비 확산의 장애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력·기술 구조 전환의 필요성도 요구된다. 이 위원은 "중국은 이미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자율주행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인재 공급 부족으로 뒤처지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하이브리드 수요가 실적을 이끌겠지만 산업 구조의 중심축을 전기차로 옮기지 못한다면 글로벌 시장 주도권 회복은 어렵다. 이제는 미래차 인재와 기술 생태계 전반을 재편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2026년 하반기까지 현대차·기아의 북미 및 인도, 중동 CKD 거점을 포함한 생산능력이 50만대 이상 확대될 예정"이라며 "하반기 북미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출시 등 제품 믹스 개선이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