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가·물량 앞세워 전기차 가격 기준 흔들어
현대차그룹, 높은 상품성에도 가격·포지션 설득은 부담
현대차그룹, 높은 상품성에도 가격·포지션 설득은 부담
이미지 확대보기1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기술 경쟁과 가격 경쟁이 동시에 거세지는 흐름이다. 초기에는 긴 주행거리와 빠른 충전, 미래차 이미지가 구매를 이끄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면서 소비자는 전기차를 내연기관 차와 직접 비교되는 생활형 이동 수단으로 보기 시작했다. 보조금 축소와 고금리, 충전 인프라 부담까지 겹치면서 가격은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더 강하게 떠올랐다.
이 흐름을 가장 빠르게 파고든 쪽은 중국 업체들이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와 거대한 내수시장, 빠른 신차 투입을 바탕으로 전기차 가격의 하한선을 낮추고 있다. 단순히 싼 차를 많이 파는 방식이 아니라 배터리와 부품, 완성차 생산, 판매망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고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가격을 낮추면서 상품성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면 기존 완성차업체의 가격 체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테슬라도 가격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델3와 모델Y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을 반복하며 수요를 방어해왔고, 생산 효율과 브랜드 충성도를 앞세워 전기차 대중차 시장의 기준을 지키고 있다. 다만 테슬라는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충전망, 무선 업데이트, 앱 기반 제어, 자율주행 이미지까지 묶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치를 유지한다.
문제는 소비자의 가격 인식이다. 중국 전기차와 비교하면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충분히 싸지 않고, 테슬라와 비교하면 충전·소프트웨어·브랜드 상징성에서 압도적 우위라고 말하기 어렵다. 상품성은 뛰어나지만 가격표를 보는 순간 소비자는 더 냉정해진다. 일부 전기차는 대중형 전기차라고 보기에는 비싸고, 프리미엄 전기차라고 보기에는 브랜드 상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전기차를 못 만들어서가 아니다. 전기차를 잘 만들기 때문에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싶지만, 시장은 아직 그 가치를 테슬라만큼의 상징성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 낮춘 가격 기준과 테슬라가 지킨 시스템 가치 사이에서 현대차그룹만의 프리미엄을 설득하는 일이 첫 번째 관문이 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업체들은 현재 가격에서 약 40% 정도 비교 우위를 갖고 있다"면서 "규모의 경제와 수직 통합 구조가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 전기차 판매량은 연간 60만 대 수준으로 전체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제한적"이라면서 "앞으로는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박지수·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