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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패권 삼국지] 차보다 시스템이 먼저인 시대…현대차, SDV로 다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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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패권 삼국지] 차보다 시스템이 먼저인 시대…현대차, SDV로 다시 승부

테슬라, 소프트웨어 기반 전기차 경험 선점
중국은 속도전 강화…현대차그룹, 완성차 중 가능성 여전
차 안에서 Pleos Connect의 Gleo AI 앱이 실행되고 있다. 운전자는 차량용 AI 에이전트인 Gleo AI을 실행해 음성으로 목적지를 검색하고, 경로를 설정할 수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차 안에서 Pleos Connect의 Gleo AI 앱이 실행되고 있다. 운전자는 차량용 AI 에이전트인 Gleo AI을 실행해 음성으로 목적지를 검색하고, 경로를 설정할 수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전기차 시장의 다음 승부처가 차량 성능에서 소프트웨어와 사용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테슬라가 소프트웨어로 차를 완성하고, 중국 업체들이 빠른 실증과 개발 속도로 추격하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의 시행착오를 딛고 다시 시스템 경쟁에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경쟁은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 충전속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전기차는 판매 이후에도 무선업데이트(OTA)와 앱, 충전 서비스, 데이터 기반 기능을 통해 계속 바뀌는 제품이 됐다. 차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 못지않게 차를 둘러싼 소프트웨어 경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묶어내느냐가 브랜드 경쟁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 영역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를 앞세운 판매량뿐 아니라 차량 제어, 충전, 앱, 무선 업데이트, 자율주행 이미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었다. 소비자는 테슬라를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계속 진화하는 디지털 기기로 받아들인다. 테슬라의 강점은 개별 기능보다 전기차를 쓰는 방식 자체를 먼저 정의했다는 데 있다.

중국 업체들의 속도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거대한 내수 기반과 빠른 신차 개발, 상대적으로 빠른 실증 환경을 바탕으로 스마트카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BYD를 비롯해 샤오펑·니오·리오토 등은 가격 경쟁을 넘어 인포테인먼트와 운전자 보조, 커넥티드 기능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가 더 이상 싼 차에만 머물지 않고 빠르게 똑똑해지는 차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 기존 완성차업계에는 부담이다.
현대차그룹도 방향을 놓친 것은 아니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와 SDV 전환, 충전 서비스,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로보틱스까지 연결하려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아이오닉과 EV 시리즈를 통해 전용 전기차 플랫폼과 양산 품질을 입증했고, 기존 완성차업체 중에서는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전환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진영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퍼즐이 아직 소비자에게 하나의 강한 생태계로 각인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의 SDV 전환은 기존 완성차업체가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로 바뀌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에 가깝다. 안전과 품질을 우선해온 전통 제조 방식은 완성도 측면에서는 강점이다. 하지만 기능을 빠르게 적용하고 데이터를 쌓아 개선하는 테슬라식 방식과는 속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대의 주도권을 쥐려면 좋은 차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충전과 앱, 업데이트, 데이터 서비스를 하나의 사용 경험으로 묶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차량 성능 경쟁에서 사용자 경험 경쟁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면서 "자동차 안에서 얼마나 공간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의 차이는 기술력 자체보다 개발 방식의 차이"라면서 "전통 완성차업체는 안전과 품질을 우선해온 만큼 새로운 기능을 과감하게 적용하고 보완해가는 방식에서는 테슬라보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지현·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