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은 원가 부담, 동국제강·세아베스틸은 수출·특수강으로 방어
환율·원료비·건설 부진 속 가격 전가력과 제품 포트폴리오가 수익성 좌우
환율·원료비·건설 부진 속 가격 전가력과 제품 포트폴리오가 수익성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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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은 회복했지만 마진은 엇갈렸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POSCO홀딩스,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지주 등 주요 철강사들은 올해 1분기 대체로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세부 실적을 들여다보면 온도차가 컸다.
POSCO홀딩스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8760억원, 영업이익 70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24.3% 증가했다. 연결 기준으로는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지만, 철강 본업만 놓고 보면 부담이 남았다. 포스코 철강부문은 판매량 증가에도 원료비 상승 부담으로 이익이 감소했다. 포스코퓨처엠 흑자 전환, 리튬 법인 적자 축소, 포스코인터내셔널 LNG 판매 호조 등 비철강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연결 이익을 떠받친 구조다.
현대제철은 수익성 압박이 더 뚜렷했다. 현대제철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7397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을 기록했다. 제품 판매량 증가로 매출은 전분기 대비 4.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63.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0.3%에 그쳤다. 별도 기준으로는 7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반면 동국제강과 세아베스틸지주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동국제강은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8572억원, 영업이익 214억원, 순이익 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1%, 영업이익은 403.9% 증가했다. 수출 전담 조직 확대와 영업·통상·물류 기능 일원화, 고환율 환경을 활용한 수출 채산성 개선이 실적 반등으로 이어졌다.
세아베스틸지주는 1분기 매출 9676억원, 영업이익 30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영업이익은 69.8% 증가했다. 저가 수입재 유입과 수출 여건 악화 속에서도 특수강 판매량 회복과 고부가 제품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판매량보다 중요해진 가격 경쟁력
이번 실적에서 주목할 점은 매출 증가가 곧바로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은 판매량 증가로 외형을 키웠지만 원가 부담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이익률이 0%대에 머물렀다. 포스코홀딩스도 연결 실적은 개선됐지만 철강부문에서는 원료비 부담이 이익을 눌렀다.
반대로 동국제강과 세아베스틸지주는 수출 채산성과 고부가 제품 믹스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했다. 동국제강은 내수 부진 속에서도 수출 전략을 강화해 고환율 환경을 기회로 활용했고, 세아베스틸지주는 특수강 중심 포트폴리오가 범용재 가격 경쟁의 충격을 완화했다.
원가·환율·건설 부진, 마진 회복 막는 삼중고
철강업계가 공통으로 마주한 부담도 여전하다. 원료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재료 가격 부담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제조원가 압박이 커졌다. 수입 원료 의존도가 높은 철강업 특성상 환율 상승은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건설 경기 부진도 수익성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철근과 H형강 등 봉형강류는 건설 경기에 민감한 품목이다. 건설 착공과 인프라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봉형강 수요 회복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범용재 비중이 높거나 건설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업체일수록 수요 부진과 가격 압박을 동시에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조선, 자동차, 에너지 인프라, 특수강 등 고부가 수요를 확보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방어 여지가 컸다. 이번 분기 업체별 실적 차이가 단순한 시황 차이보다 제품 믹스와 수출 대응력에서 갈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산 저가재 압박 완화 조짐…불확실성은 여전
중국산 저가 철강재 변수는 일부 완화 조짐도 보인다. 정부가 중국산 후판과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추진하면서 저가 수입재 유입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현대제철도 2분기 이후 저가 수입재 유입 감소와 제품 가격 인상 효과로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공급 과잉 우려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남는 물량이 다시 해외 시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반덤핑 조치가 가격 하단을 방어하는 효과는 있지만 모든 품목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수입재 대응 효과도 품목별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2분기 반등 기대에도 회복 강도는 제한적
2분기에는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일부 제품 가격 인상 효과로 실적 개선 기대가 나온다. 저가 수입재 유입 감소와 가격 인상분 반영이 국내 철강사들의 가동률과 수익성 방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등 강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환율과 원료비 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고 건설 경기 회복도 더딘 상황이다. 가격 인상이 실제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전방 수요 회복이 동반돼야 한다.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의 가격 인상은 판매량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업체별 부담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향후 실적을 가를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전방 수요의 회복 속도다. 조선과 자동차 등 고부가 수요 업종의 회복 강도에 따라 업체별 수익성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둘째는 수입재 대응의 지속성이다. 반덤핑 조치가 실질적인 가격 방어선으로 기능하는지, 우회 수입이나 예외 품목을 통한 저가재 재유입이 발생하는지가 관건이다. 셋째는 원가 상승분의 가격 전가 여부다. 원재료와 환율 부담을 제품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는지가 마진 회복의 핵심이다.
생존 전략은 범용재 탈피…고부가 제품이 실적 가른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철강업계의 생존 전략이 범용재 중심 가격 경쟁에서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범용재 중심 업체는 원가 부담과 수입재 압박을 동시에 감내해야 하지만, 고부가 제품군을 확보한 업체는 같은 업황에서도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각 사의 전략도 이 방향에 맞춰져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자동차강판과 친환경 에너지용 강재 등 고수익 제품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AI 데이터센터용 프리미엄 강재, 해상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수출 조직 재편으로 해외 채널 대응력을 끌어올렸고, 세아베스틸지주는 특수강과 고부가 제품 믹스를 통해 방어력을 입증했다.
결국 철강업계의 수익성 회복은 업황 개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많이 파는 기업보다 원가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고, 저가재와 경쟁하지 않는 제품군을 확보한 기업이 더 강한 실적 방어력을 보이고 있다. 2분기 이후 철강사들의 성적표도 판매량 회복보다 제품 포트폴리오와 가격 전가력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은 업체별로 선방한 부분이 있지만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수입재 대응과 원가 부담 전가,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여부가 2분기 이후 수익성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