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비중 커지면서 낮 시간 전력 수급은 구름 움직임에 민감
하늘 흐려 태양광 발전 줄어드는 오후 냉방수요 되레 끌어올려
하늘 흐려 태양광 발전 줄어드는 오후 냉방수요 되레 끌어올려
이미지 확대보기올여름 전력망이 가장 경계하는 장면은 조금 다르다. 해는 보이지 않는데 공기는 뜨겁다. 하늘은 흐린데 습도는 높다. 에어컨은 꺼지지 않고, 태양광 발전은 줄어든다.
전력당국이 주목하는 위험은 바로 이 ‘흐린 폭염’이다.
맑은 폭염은 냉방수요를 키우지만, 낮 시간 태양광도 함께 뛴다. 흐린 폭염은 다르다. 기온과 습도는 사람을 실내로 밀어 넣고, 구름은 태양광 출력을 눌러버린다. 전력망 입장에서는 수요는 올라가는데 공급의 한 축은 약해지는 날이다.
그러나 폭염이 길어지는 가운데 태풍 접근 등으로 구름이 유입돼 날이 흐려지고 태양광 발전이 줄면 최대전력수요가 98.8GW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2024년 역대 최대전력수요 97.1GW를 넘어선다.
전력망이 두려워하는 날은 ‘맑은 폭염’이 아니다
여름 전력수요는 기온을 따라 움직인다.
낮 기온이 오르면 주택과 상가, 공장, 병원, 지하철역, 데이터센터의 냉방 부하가 동시에 커진다. 과거에는 이 곡선을 단순하게 읽을 수 있었다. 더우면 전기를 많이 쓰고, 덜 더우면 덜 썼다.
지금은 한 가지 변수가 더 붙었다. 하늘이다.
태양광 비중이 커지면서 낮 시간 전력수급은 구름의 움직임에도 민감해졌다. 한낮에 햇빛이 강하면 태양광은 냉방수요 일부를 떠받친다.
반대로 장마 구름이나 태풍 전면의 구름대가 덮이면 사정이 달라진다. 도시는 여전히 덥고, 에어컨은 계속 돌아가는데 태양광 출력은 떨어진다.
흐린 폭염은 그래서 불편한 날씨가 아니라 전력망의 구조적 리스크다.
습한 공기는 체감온도를 끌어올린다. 실내는 쉽게 식지 않는다. 냉방기는 오래 돈다. 공장 지붕과 콘크리트 바닥, 아스팔트 도로가 품은 열은 밤까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하늘은 흐리다. 태양광은 기대만큼 받쳐주지 못한다. 이때 전력망은 더위와 구름을 동시에 상대한다.
태풍이 오지 않아도, 구름은 먼저 온다
태풍의 위험은 상륙 여부만으로 갈리지 않는다.
태풍이 한반도를 직접 때리지 않아도 넓은 구름대와 열대 수증기를 밀어 올릴 수 있다. 장마전선의 위치가 흔들리고, 남쪽의 습한 공기가 유입되면 비와 더위가 같은 시간대에 겹친다.
이때 생기는 날씨가 흐린 폭염이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시간에는 기온이 잠시 내려갈 수 있다. 문제는 비 전후의 공기다. 하늘은 낮게 깔리고, 습도는 높고, 바람은 약하다. 햇볕은 가려졌지만 몸은 덥다. 냉방수요는 줄지 않는다. 태양광 발전은 구름 아래서 흔들린다.
기상청은 올해 6~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6~7월 강수량도 대체로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 수는 평년 2.5개와 비슷할 것으로 봤다.
더운 여름, 많은 비, 태풍 변수가 한 계절 안에 함께 놓인 셈이다.
98.8GW는 숫자가 아니라 시나리오다
98.8GW는 단순한 최고치 전망이 아니다.
전력망이 가장 까다롭게 보는 조건들이 한꺼번에 겹쳤을 때의 수치다. 폭염이 길어지고, 태풍이나 장마 구름이 들어오고, 태양광 발전이 예상보다 줄어드는 상황이다.
그 사이 도시와 산업단지는 냉방을 멈추기 어렵다. 더위는 수요를 끌어올리고, 구름은 공급을 눌러버린다. 그 엇갈림이 커지는 순간, 최대전력수요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
정부는 공급능력 107GW를 확보했고, 최대수요가 98.8GW까지 올라가더라도 예비력은 8.2GW 수준으로 관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6월 29일부터 9월 18일까지를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운영하고, 폭우·태풍·설비 고장 등에 대비해 약 8.8GW의 예비자원도 준비했다.
수급 숫자만 보면 당장 전기가 부족하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전망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전력망의 위험은 더 이상 발전소 공급능력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온, 습도, 구름, 태풍, 태양광 출력, 산업 냉방 부하가 한꺼번에 움직인다.
이미지 확대보기여름 전력수급의 새 변수, ‘흐린데 더운 날’
흐린 폭염은 이제 낯설지 않은 날씨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지 않아도 공기는 무겁고, 창문을 열어도 바람은 약하다. 습도가 높으면 실내는 쉽게 식지 않고, 에어컨 사용은 줄어들지 않는다. 하늘은 흐리지만 전력수요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날이다.
전력망에는 이런 날이 더 까다롭다. 맑은 폭염은 냉방수요를 키우지만 낮 시간 태양광 출력도 함께 오른다.
흐린 폭염은 다르다. 구름의 두께와 이동 속도에 따라 태양광 출력이 떨어지고, 냉방수요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계속 붙는다. 수요와 공급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엇갈리는 셈이다.
올여름 전력수급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전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냐보다 어떤 날씨가 어느 시간대에 겹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폭염은 냉방수요를 끌어올리고, 구름은 태양광 발전을 낮춘다. 태풍은 상륙 전부터 구름대와 습한 공기를 밀어 올려 전력망의 예측 부담을 키운다.
따라서 올여름 전력망이 경계하는 장면은 단순한 폭염일이 아니다. 기온은 높고 습도는 무거운데, 하늘이 흐려 태양광 발전이 줄어드는 오후다.
이 ‘흐린 폭염’이야말로 최대전력수요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밀어 올릴 수 있는 가장 까다로운 조건이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