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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는 의무인데 경제성은 미완…산업계 ‘그린 프리미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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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는 의무인데 경제성은 미완…산업계 ‘그린 프리미엄’ 부담

CBAM·SAF·해운 규제 본격화…산업계 대응 속도
높은 설비·연료비에 수익성 압박…초기 시장 형성·기술개발 지원 필요
유럽연합(EU)의 철강·항공·해운 분야별 주요 탈탄소 규제를 나타낸 인포그래픽. 사진=ChatGPT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EU)의 철강·항공·해운 분야별 주요 탈탄소 규제를 나타낸 인포그래픽. 사진=ChatGPT
탄소 감축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저탄소 전환에 뒤따르는 비용 문제를 놓고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 방식보다 높은 전환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산업계는 수익성과 미래 성장 기반을 동시에 지켜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국내외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올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저탄소 설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6월 광양에 연산 250만 톤(t) 규모의 전기로를 준공했으며 현대제철도 기존 고로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을 20% 줄인 탄소저감강판 양산에 들어갔다.

항공업계에서도 지난해부터 시행된 EU의 지속가능항공유(SAF) 2% 혼합 의무화와 내년부터 국내에서 시행될 SAF 1% 혼합 의무 제도에 대응하고 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적 항공사들은 이미 일부 단거리 노선에 SAF를 1% 혼합 급유해 운항 중이다.
해운업계 역시 EU가 2024년 탄소배출권거래제(ETS)에 해운을 편입하고 지난해부터 해운연료규제(Fuel EU Maritime)를 적용함에 따라 친환경 선박 도입과 운항 효율 개선에 나섰다. HMM은 메탄올 이중 연료 추진선 9척을 발주해 올해 4월까지 8척을 인도받았다.

문제는 규제 대응을 위한 전환이 기업들의 수익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 일정은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저탄소 기술과 친환경 연료의 가격 경쟁력은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면서 "기업들은 높은 투자비와 운영비를 먼저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철강기업들은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공정 전환을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며 전력과 철스크랩, 청정수소 등 원료·에너지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값싼 전력과 청정수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원가를 낮추기 어렵다.

항공사들은 기존 항공유보다 높은 가격의 SAF 사용이 늘면서 연료비 부담이 커졌다. SAF 사용에 따른 추가 비용을 항공권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도 어려워 늘어난 비용 구조는 항공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선사들은 높은 친환경 선박 가격과 대체 연료 비용을 함께 떠안아야 한다. 친환경 선박은 기존 선박보다 건조 비싼 데다 메탄올 등 대체연료 역시 가격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당장의 비용 부담을 피하려 전환 투자를 늦출 수도 없다. 중장기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탈탄소 역량이 부족하면 향후 주요 시장 진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저탄소 전환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단기 비용이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초기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공공 조달과 세액공제 등을 통해 저탄소 제품의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초기 지원 이후에는 기업 스스로 생산비와 조달 위험을 줄이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 고도화를 통한 원가 절감과 장기 전력·연료 공급계약, 공동 연구개발, 공급망 내 비용 분담 등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해 전환 비용을 낮춰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탈탄소 전환이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기존 방식과의 비용 격차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정책 지원과 기업의 비용 절감 노력이 맞물려 ‘그린 프리미엄’을 얼마나 빠르게 낮추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unda9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