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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10년의 정점 GV90…현대차그룹, 럭셔리 새 기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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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10년의 정점 GV90…현대차그룹, 럭셔리 새 기준 도전

세계 최초 기술·한국적 미학 집약…기존 최고급차와 다른 럭셔리 제시
초대형 전기 SUV로 플래그십 영역 확장…브랜드 다음 10년 방향 담아
제네시스 GV90 네오룬의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열린 모습. 고정형 B필러 없이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구조로 넓은 승하차 공간을 확보했다. 사진=제네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네시스 GV90 네오룬의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열린 모습. 고정형 B필러 없이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구조로 넓은 승하차 공간을 확보했다.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가 브랜드 출범 10년 만에 선보인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90으로 글로벌 최고급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문법에 도전한다. 기존 럭셔리 브랜드를 따라가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한국적 미학과 첨단 기술, 전동화 플래그십이라는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제네시스가 지난 10년간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를 한 대의 차로 보여준다.

제네시스는 지난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열고 'GV90 네오룬'과 'GV90'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브랜드 최초의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인 GV90은 차체 크기와 고급 소재를 앞세운 상위 모델을 넘어 디자인과 안전, 편의, 전동화 기술을 하나의 방향성 아래 묶은 제네시스의 새로운 기함으로 평가받고 있다.

추격 넘어 '제네시스식 럭셔리'로


제네시스가 GV90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기존 최고급차의 기준에 얼마나 가까워졌느냐가 아니다. 오랜 역사와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가진 유럽 럭셔리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비슷한 수준의 소재와 성능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소비자가 기존 브랜드 대신 제네시스를 선택할 수 있는 독자적인 이유가 필요하다.
네오룬에 적용한 '네오룬 아치 게이트'는 이런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롤스로이스 등 최고급차를 상징해온 코치도어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외부에서 고정된 B필러가 보이지 않으면서 앞뒤 도어를 동시에 또는 각각 독립적으로 열 수 있는 구조로 재해석했다. 듀얼 모션 힌지와 히든 B필러·롤케이지를 통해 넓은 개방감과 차체 안전성을 함께 구현하고 세계 최초 루프 에어백까지 더해 콘셉트카 수준의 아이디어를 실제 양산 기술로 옮겼다.

기술적 차별화는 외관과 실내의 한국적 정체성과 맞물리며 GV90만의 색을 만든다. 웅장한 차체를 복잡한 장식으로 채우는 대신 달항아리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곡선과 절제된 면을 사용했고, 실내에는 온돌에서 영감을 얻은 복사열 방식의 천연 우드 플로어를 적용했다. 정차 때 180도 회전하는 스위블 시트와 다양한 고급 소재를 더해 차량 내부를 이동 공간보다 탑승객을 맞이하는 독립된 라운지에 가깝게 구성했다.

해외 매체들도 이 같은 차별성에 주목했다. 영국 오토 익스프레스는 GV90의 외관에서 한국의 달항아리를 떠올렸고 복사열 우드 플로어를 롤스로이스 컬리넌의 울 카펫과 대비되는 한국적 접근으로 평가했다. 탑기어는 실내를 프라이빗 아트 갤러리에 비유했다. 기존 럭셔리의 상징을 그대로 좇기보다 한국의 미학과 환대 문화를 자동차 기술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제네시스가 생각하는 고급스러움의 방향이 한층 선명해졌다는 평가다.

제네시스 'GV90 네오룬'. 사진=현대자동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제네시스 'GV90 네오룬'.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 최초의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90 네오룬'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된 모습. 제네시스는 플래그십 전용 'eMP 플랫폼'을 기반으로 GV90을 개발했으며,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코치도어 '네오룬 아치 게이트'와 전복 사고 때 루프 글라스를 덮어 탑승객을 보호하는 '루프 에어백' 등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GV90은 제네시스의 미국 SUV 라인업 최상단을 맡아 럭셔리·전동화 시장에서 브랜드의 외연을 넓힐 전략 모델이다. 사진=제네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네시스 최초의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90 네오룬'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된 모습. 제네시스는 플래그십 전용 'eMP 플랫폼'을 기반으로 GV90을 개발했으며,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코치도어 '네오룬 아치 게이트'와 전복 사고 때 루프 글라스를 덮어 탑승객을 보호하는 '루프 에어백' 등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GV90은 제네시스의 미국 SUV 라인업 최상단을 맡아 럭셔리·전동화 시장에서 브랜드의 외연을 넓힐 전략 모델이다. 사진=제네시스


GV90은 이런 시도를 통해 제네시스가 기존 브랜드의 수준을 따라가는 후발주자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제시하는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랜드 역사와 헤리티지는 단기간에 만들 수 없지만, 기술과 디자인, 사용자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묶어내는 능력은 후발 브랜드가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무기다.

전기차로 올라선 럭셔리 최상단


내연기관과 대배기량 엔진이 오랫동안 지배해온 최고급 플래그십의 영역을 전기차로 확장했다는 점도 GV90의 의미를 키운다. 초대형 SUV와 플래그십은 넓은 공간과 정숙성, 부드러운 승차감뿐 아니라 충분한 주행 성능과 첨단 안전기술까지 동시에 요구하는 만큼, 전기차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급 모델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GV90은 제네시스 플래그십 전용 eMP(Electric Mobility Prime)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제네시스는 eMP 기반 주행 성능과 히든 B필러 코치도어, 루프 에어백 등을 통해 전동화 기술을 단순히 효율과 친환경성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승차감과 정숙성, 공간 경험, 안전기술을 포함한 최고급차의 가치로 확장하려는 방향을 보여줬다.

이런 점에서 GV90은 제네시스의 신형 플래그십 한 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그룹이 대중형 전기차와 고성능 전기차를 넘어 초대형 럭셔리 전동화 영역까지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그룹의 전동화 역사에서도 하나의 이정표에 가깝다.

해외 평가가 차량 자체를 넘어 제네시스 브랜드의 위상으로 확장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포브스는 지난 10년간 제네시스가 한국적 감성으로 럭셔리를 새롭게 정의하며 입지를 다져왔고 GV90 등장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모터트렌드는 제네시스가 캐딜락과 레인지로버를 넘어 롤스로이스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봤으며, 에드먼즈는 100년 역사의 경쟁 브랜드들이 제네시스를 예의주시해야 할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제네시스 GV90 네오룬의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열린 모습. 고정형 B필러 없이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구조로 넓은 승하차 공간을 확보했다. 사진=제네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네시스 GV90 네오룬의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열린 모습. 고정형 B필러 없이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구조로 넓은 승하차 공간을 확보했다. 사진=제네시스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도 기존 제네시스 신차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B필러 없는 코치도어와 루프 에어백, 온돌에서 착안한 바닥 난방 등 기존 최고급차에서 보기 어려웠던 요소들이 화제가 됐고, 일부 소비자들은 GV90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까지 내놓고 있다.

GV90 한 대가 오랜 역사와 헤리티지를 가진 기존 최고급 브랜드의 위치를 단숨에 흔든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럭셔리 시장은 상품성과 성능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고객 경험, 서비스 등 오랜 시간 축적된 무형의 경쟁력까지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다만 GV90의 의미는 기존 최고급차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증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적 미학과 환대, 독자적인 첨단기술, 전동화 플래그십이라는 자신만의 답을 내놓으며 제네시스가 생각하는 다음 세대의 고급차를 먼저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브랜드 출범 10년의 성과를 집약한 동시에 다음 10년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GV90은 제네시스와 현대차그룹에 기념비적인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고급차 시장에서 이 새로운 문법을 실제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의 선택으로 바꿔낼 수 있을지가 GV90이 받아들 다음 시험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