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D도 국가별 승인 달라…일본·유럽 등 도입 속도차
안전·사고책임·개인정보·보안 기준…제도 정비 속도가 경쟁력
안전·사고책임·개인정보·보안 기준…제도 정비 속도가 경쟁력
이미지 확대보기자율주행 경쟁의 승부처가 기술 개발에서 상용화 역량으로 넓어지고 있다. 테슬라의 풀 셀프 드라이빙(FSD)도 국가별 승인 여부에 따라 제공 범위가 달라지는 만큼 시장 진입에는 기술 성능뿐 아니라 안전·사고책임·개인정보·보안 기준까지 넘어야 해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FSD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에서 제공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와 덴마크, 벨기에 등 일부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아직 시내 주행용 FSD가 제공되지 않는다.
같은 기술이라도 도입 속도가 다른 것은 국가별 안전·승인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FSD는 운전자의 지속적인 감독과 개입이 필요한 레벨2 운전자보조시스템이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는 유엔 규정 171호를 통해 운전자제어보조시스템의 성능·모니터링·경고 체계를 규율하고 있다.
레벨3 이상으로 올라가면 사고책임 문제도 본격화한다.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행을 맡는 만큼 사고 때 운전자와 제작사 등의 책임 범위를 나눠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자율주행차 사고책임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고 책임소재와 보상절차 정비에 착수했다.
데이터 활용도 상용화 속도를 가르는 요소다. 지난 6월 개정 자율주행자동차법과 시행령 시행으로 임시운행허가 차량은 성능·안전성 향상을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영상정보를 익명·가명처리 없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접근권한 제한과 파기 등 보호조치를 의무화했다.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안전기준이 없는 자율주행차에 별도의 성능인증과 적합성 승인 절차를 두고 있다. 자동차 사이버보안 관리체계 인증제도도 운영한다.
한국의 FSD 도입만 놓고 규제 수준을 단순 비교하기도 어렵다. 미국 원산지 자동차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일정 요건 아래 미국 안전기준을 인정하는 별도 기준이 적용된다. 일부 미국산 테슬라가 FSD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국내 당국이 해당 기능을 별도로 승인한 것과는 다른 경로다.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9 등에 적용하려던 레벨3 고속도로 자율주행(HDP)은 상황이 달랐다. 운전자가 계속 주행을 감독하는 FSD와 달리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는 만큼 더 높은 안전성 검증과 책임 체계가 필요했다. 현대차그룹은 HDP 양산을 추진했지만 안전성과 소프트웨어 완성도 등을 이유로 출시를 연기했고 결국 고객 차량에는 적용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이 체감하는 격차도 커졌다. 테슬라는 FSD를 통해 실도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기능을 개선한 반면 현대차그룹은 HDP를 양산차에서 운영한 경험을 확보하지 못했다. 규제와 인증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지만 상용화 시점을 놓친 것이 데이터와 고객 경험의 격차로 이어진 셈이다.
반대로 제도 정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실증과 서비스 출시, 데이터 축적도 늦어진다. 규제가 지나치게 경직되면 상용화가 늦어지고 기준이 없으면 사고나 개인정보 침해 때 책임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기술 변화에 맞춰 허용 범위와 책임 기준을 빠르게 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자율주행 경쟁은 기술 개발에서 끝나지 않는다. FSD조차 국가별 승인에 따라 제공 범위가 갈리는 상황에서 국내 규제를 특정 업체 보호장벽으로 단정하려면 별도 근거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승부는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안전과 책임, 데이터와 보안 기준을 얼마나 빠르게 정비하고 실제 서비스로 연결하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기술이 개발됐다고 곧바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각국이 안전과 책임 기준을 어떻게 설계하고 기술 변화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에 따라 상용화 시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