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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퍼 품고 기판 증설'… 두산, 반도체 소재에 3조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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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퍼 품고 기판 증설'… 두산, 반도체 소재에 3조 베팅

SK실트론 2.3조 인수 추진 이어 한·중 CCL 라인에 1조 시설투자
전자BG 하이엔드 비중 82%… 증평·김천 공장 이미 풀가동
시가 3조 자사주 소각 병행… '원소재-기판-테스트' 수직계열화
분당두산타워. 사진=두산이미지 확대보기
분당두산타워. 사진=두산
두산이 반도체·전자 소재 부문에 3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으며 미래 먹거리 선점에 나선다. 2조3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에 이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필수 소재인 하이엔드 동박적층판(CCL) 생산 라인 증설에 약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그룹의 체질을 중공업에서 첨단 반도체 소재 기업으로 빠르게 탈바꿈시키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 전자BG의 하이엔드 CCL 매출 비중은 2023년 64%에서 지난해 82%로 2년 새 18%포인트(P) 급증했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과 첨단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고성능 가속기·네트워크 장비용 소재 발주가 폭증한 데 따른 결과다.

CCL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판 양면에 얇은 구리(동박)를 붙인 원판이다. 이 구리를 깎아 회로선을 내고 녹색 코팅을 입히면 흔히 보는 초록색 메인보드(PCB)가 된다. 업계에서는 AI 가속기 성능이 높아지면서 랙 내부를 오가는 데이터 전송량이 급증한 점을 하이엔드 CCL 수요 증가의 배경으로 꼽는다. 신호 손실이 적고 발열을 잘 견디는 소재가 아니면 고속 데이터 처리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수요 탓에 기존 생산 라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두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충북 증평공장과 경북 김천공장의 가동률은 100%를 초과했다. 중국 생산 라인 역시 가동률 92.2%로 사실상 풀가동 상태다. 실적 또한 지난해 연간 매출 1조8757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2.0% 뛴 6760억 원에 이르렀다.
이에 두산은 국내와 중국에 총 9700억 원을 투자해 오는 2028년까지 CCL 생산능력을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국내에는 4200억 원을 들여 기술 보호와 정밀 공정이 필수적인 광모듈용 라인을 증설하고, 중국에는 5500억 원을 투입해 글로벌 PCB 제조사가 몰려 있는 현지에 AI 가속기·스위치용 공장을 신축하는 ‘투트랙’ 방식이 거론됐다.

이와 함께 두산은 시가 기준 약 3조 원(장부가액 1213억 원)에 이르는 자사주 256만여 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하며 대규모 설비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실행하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소재 업계에서는 이번 1조 원대 CCL 투자와 SK실트론 인수가 맞물리며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두산은 칩의 도화지가 되는 웨이퍼(SK실트론)부터 기판의 뼈대인 CCL(전자BG) 그리고 반도체 후공정 외주패키지테스트(두산테스나)로 이어지는 독자적인 반도체 밸류체인을 단숨에 완성하게 된다.

두산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향 제품은 초고속 신호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며, 신호 손실 최소화뿐만 아니라 발열에 잘 견디고 품질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모두 중요한 요소"라면서 "AI 가속기용 하이엔드 CCL은 이러한 고난도 요건으로 인해 소수 기업만 만들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산은 50여 년간 축적해온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의 핵심 공급사이자 800G부터 미세회로 구현에 맞춘 하이엔드 CCL을 공급하며 광모듈 분야 주요 제조사의 '1순위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면서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 3가지 축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다현·유덕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