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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엘니뇨 후 라니냐 발생하면 농산물 강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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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엘니뇨 후 라니냐 발생하면 농산물 강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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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엘니뇨(El Nino) 경보가 울렸다. 세계 기상청들은 2015년 하반기에 강한 엘니뇨 발생을 경고하고 있다.

엘니뇨란 태평양 적도 부근의 이상 고수온(異常高水溫) 현상을 말한다. 주로 해수와 대기시스템의 변화로 발생하는데 적도 무역풍이 약해지면 따뜻한 표층수의 서쪽 이동도 약해져 서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평상시보다 낮아지고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보인다.

엘니뇨 어원은 스페인어로 남자아이(The Little Boy) 또는 아기예수(Christ Child)를 의미하는데 이는 엘니뇨가 남미 태평양 연안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쯤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열대 태평양의 Nino3.4지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3도 높은 상태로 중간급 엘니뇨가 진행 중이다.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 가을까지 엘니뇨 발생 확률이 90%를 넘고 올해 말에서 2016년 초 겨울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85%라고 전망했다.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올 연말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올 하반기 엘니뇨 경고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시장은 아직 잠잠하다. 옥수수, 소맥, 대두를 비롯해 원당, 커피 가격 등이 수년래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해 인도의 몬순기후(6~9월) 강우량이 장기평균의 88%에 그쳐 강우량 부족을 우려했으나 실제 6월 1~17일 인도 전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80.7㎜로 평년의 72.8㎜에 비해 11% 많았다. 호주 남동부 지역의 소맥벨트에서도 소나기로 가뭄 우려가 누그러졌다.

지난 2012년과 2014년에 엘니뇨 경보가 오보였던 점에서 투자자들은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엘니뇨에 의한 직접적인 농산물 공급 감소를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신중하게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엘니뇨는 2~7년 사이로 불규칙적으로 발생해 그 주기가 일정하지 않다. 지난 2009~2010년 이후 엘니뇨가 없었던 점에서 오히려 가능성은 높아졌다. 한번 발생하면 9~12개월 지속된다. 이번엔 ‘양치기 소년’이란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엘니뇨의 영향력은 일률적이지 않으나 예기치 못한 이상기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기상재해가 일어날 수 있고 이로 인해 농산물뿐만 아니라 원자재, 세계 경제활동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엘니뇨가 모두에게 나쁘진 않다. 지역별, 품목별로 엘니뇨의 영향력이 다르다. 엘니뇨 발생 시 일반적으로 인도, 동남아시아, 호주 동북부 등에서는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어 건조한 반면 동태평양에 인접한 중남미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예년보다 많아 폭우와 홍수가 일어난다.

이들 지역에서는 주로 옥수수, 소맥, 쌀, 팜유, 원당, 커피 등이 재배되는데 엘니뇨의 이상기후에 의해 작황 위험이 있다.

그러나 세계 농산물 주요 생산국인 중국, 미국, 유럽에서는 엘니뇨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크지 않았다.

세계 최대 옥수수, 대두 생산국인 미국의 중서부 곡창지대는 엘니뇨 발생 시 여름 기온이 낮아지고 강수량이 많아져 곡물 작황에 유리했고 세계 최대 농산물 생산국인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3대 곡물인 옥수수, 소맥, 대두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양호한 작황으로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엘니뇨가 발생한다고 해서 원자재 가격이 항상 오르진 않는다. 엘니뇨 강도와 무관하게 1997~1998년 역대 최대 엘니뇨가 발생한 시기에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주요 농산물 가격은 하락했다. 지역별, 품목별로 엘니뇨의 영향력이 다르고 엘니뇨 발생 시기나 강도, 지속 기간 등에 따라서 가격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다.

엘니뇨가 농산물 생산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일률적이지 않다. 엘니뇨의 직접 영향권인 동남아시아, 인도, 호주, 남미의 주요 농산물 단위생산량 둔화 가능성이 커진다.

옥수수와 대두의 경우 엘니뇨 시기에 단위생산량이 둔화되기보다 오히려 개선되면서 평년작 이상을 기록해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강한 엘니뇨 이후 강한 라니냐가 와 옥수수, 대두가 타격을 받았다.

엘니뇨의 반대 현상으로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하락하는 라니냐 시기에 북미와 남미에서는 가뭄을 겪고 이에 따라 엘니뇨보다 라니냐 시기에 세계 옥수수와 대두의 단위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엘니뇨 발생 이후 쇠퇴기에 라니냐가 발생할 경우 옥수수, 대두 등의 농산물 강세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