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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한국의 오픈소스플랫폼 생태계는 건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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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한국의 오픈소스플랫폼 생태계는 건강한가?

김회진 (주)열린친구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김회진 (주)열린친구 대표)
최근 아두이노와 같은 오픈소스 플랫폼에 기반한 DIY, 메이커(Maker)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과히 신드롬에 가깝다. 메이커페어(Maker Faire)에 참여하는 인원 수는 70만명에 달하고 있고, 얼리어댑터(early adapter)들이 이끌던 이러한 선풍에 이제는 일반 대중이 뛰어들어 교육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파생 제품들이 생성되고 있다. 일례로 150달러짜리 영국의 SW 교육용 DIY 컴퓨터인 KINO, 레고의 로봇 버전인 마인드스톰, 드론의 오픈소스 계열 비행 컨트롤러인 APM 등은 모두 아두이노와 같은 오픈소스 플랫폼으로부터 발전하여 제품화된 사례들이다.

이러한 상업적 가능성을 간파한 글로벌 대기업들도 인텔 갈릴레오와 같은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오픈소스 플랫폼에서 열어 논 시장에 기웃거리고 있다. 삼성도 사물인터넷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아틱(ARTIK) 플랫폼을 출시했다.

아쉽게도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는 아두이노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된 변변한 오픈소스 플랫폼을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하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 한국은 2~3년 정도 뒤지고 있다. 아두이노 호환 브랜드 제품에 관한한 DFRBOT와 같은 기업이 있는 중국보다도 뒤떨어져 있다.

정부도 이러한 오픈소스 플랫폼에 기반한 DIY 활성화가 최근 비즈니스와 동의어가 돼버린 사물인터넷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양한 확산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거시적으로 분명히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시적으로 들어가 이제 막 생겨나거나 확대되고 있는 한국의 토착 오픈소스 플랫폼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다소 기형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진정한 플랫폼의 생산자는 없고, 온통 소비자만 있는 느낌이다. 모처럼 확산되고 있는 열풍을 역량으로 축척하여 산업화할 수 있는 기반 내지 선순환 고리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그 이유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정책으로 신속한 확산에 주력하다 보니 산업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 기업의 체계적 육성과 지원보다는 눈에 보이는 DIY, 창작문화 행사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부작용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일례로, 모 기관에서 아두이노에 기반한 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다. 그 행사에서 참여자들에게는 DIY 키트가 주어진다. 주관한 업체에 예산은 일반적으로 교육기관에서 구매하는 교구예산에 맞추어져 지급되었다. 결과적으로 아두이노와 같은 정품 플랫폼을 구입하는 건 차치하고 국산 호환제품도 구매의 대상이 될 수가 없었다. 그러한 행사의 DIY 재료들은 대부분 국산의 3분의 1 내지 5분의 1 가격에 불과한 중국산 제품을 구입한다고 한다. 결국 정부의 예산이 중국의 플랫폼 생산업자에게 돌아가는 구조인 것이다.

또 다른 부작용은 아두이노와 같은 오픈소스 플랫폼 관련 무료 교육이다.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시장에서 공급되지 않는 필요한 재화에 한해서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건 분명 반칙이다. 오픈소스 플랫폼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도 선구적으로 DIY 교육 및 전자부품 공급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기업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무료 교육이 있을 때면 자주 가는 용산의 한 선구자적 업체 사장님은 ‘요즘 재미가 없다’는 탄식을 한다. 시장가격이 인위적으로 제로 가격으로 수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문제는 오픈소스 플랫폼 기업을 최근에 창업하고 플랫폼 개발 및 교육프로그램 개설을 의도했던 필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입이 권장되어지는 구조에서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무료 교육에 길들여지는 잠재고객을 유료 교육으로 이끄는 것도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공개된 오픈소스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그런 주장은 분명 핵심을 간파하고 있지 못하다. 오픈소스 플랫폼은 상업적으로는 분명히 값싸고 마진은 제한적이다. 대기업의 사업영역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과거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 비글본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관련 커뮤니티의 니즈가 결집되어 독자적인 플랫폼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밑바닥에 흐르는 변화, 새로 생겨나는 니즈들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반영한다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고유의 독자적인 플랫폼을 갖고 있다면 설계 시 고려되었던 많은 기술적 암묵적 노하우들이 오픈소스 특유의 공유와 협력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빠르게 전파될 것이다. 즉, 클러스터 전략의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의 미래부 등 오픈소스 플랫폼 기반의 DIY, Maker 문화 확산은 최근 IT 트렌드를 반영한 올바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픈소스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실행의 미세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는 두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왜곡된 가격구조로 더 이상 자체 개발이 불가능해진 오픈소스 플랫폼 개발 활성화를 위해 국내의 벤처 플랫폼 개발기업에 대한 연구개발비 지원, 인증지원 등과 같은 재무적 비재무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무료교육은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경제적 약자, 도서지역 등으로 관련 기업의 영향이 제한된 영역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김회진 (주)열린친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