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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흔들리는 건설업, 구조 변화 없으면 위기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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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흔들리는 건설업, 구조 변화 없으면 위기는 반복된다

최성필 산업2국장이미지 확대보기
최성필 산업2국장
건설업이 흔들리고 있다.

단순한 경기 순환의 조정 국면으로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 원자재 가격 상승, 부동산 시장 위축이 한꺼번에 겹치며 업계 전반이 구조적 침체 국면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주택 착공 물량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으며, 미분양 주택은 전국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특히 수요 기반이 약한 지역일수록 미분양 적체가 해소되지 못하고, 이는 다시 신규 사업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미 수치는 경고를 넘어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주요 건설사의 수익성은 수년 사이 뚜렷하게 악화됐고,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유동성 위기와 연쇄 도산 우려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 위기가 특정 기업이나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업은 철강·시멘트·금융·고용 등 전후방 산업과 강하게 연결된 대표적 연관 산업이다. 그러므로 건설 경기의 위축은 관련 산업 전반의 동반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건설투자 감소는 경제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고용 시장에도 조금씩 부담을 주고 있다.

이번 위기의 구조적 배경으로는 ‘주택 중심 성장 모델’의 한계가 가장 먼저 지목된다.
국내 건설업은 오랫동안 아파트 분양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해 성장해 왔다. 시장이 확장 국면에 있을 때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수요가 꺾이는 순간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호황기에는 가려져 있던 취약성이 불황기에 한꺼번에 드러나는 셈이다.

금융 구조 역시 취약성을 키운 요인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이미 여러 차례 위험 신호를 보냈다.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시장이 얼어붙는 순간 자금 회수가 막히며 유동성 위기로 확산된다. 최근 PF 시장 경색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현실에서 본격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 내부의 생산성 문제도 짚어야 한다. 여전히 현장 중심의 노동집약적 방식에 머물러 있는 건설업은 비용 상승 압력에 취약하다.

다른 산업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 흐름과 비교하면 변화 속도가 더딘 것도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관행과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

해법은 결국 구조의 전환에 있다. 우선 산업구조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주택 중심의 사업 모구조에서 벗어나 인프라, 리모델링, 친환경 건축, 공공 프로젝트 등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

특히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건설업이 담당할 역할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신규 시장 개척이 아니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금융 구조의 재설계도 요구된다. PF 중심의 단기·고위험 자금 조달 방식에서 벗어나 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공적 금융의 역할 확대 역시 필요하지만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사업성·공공성을 기준으로 한 선별적 접근이 전제돼야 한다. 시장의 위험을 사회 전체가 떠안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

정책 역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단기적인 가격 안정이나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지역별·구조별로 세분화해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정책은 오히려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위기를 이유로 과거의 성장 방식을 반복하는 대응은 단기적 완충에 그칠 뿐 구조적 불안을 재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필요한 것은 일시적 경기 부양이 아니라 산업 체질의 전환이다.

건설업의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그리고 그 대응을 더는 미룰 수 없다.


최성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ava0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