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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우리 음식의 참맛, 그것이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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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우리 음식의 참맛, 그것이 달라지고 있다

신말식 전남대 식품영양과학부 교수
신말식 전남대 식품영양과학부 교수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먹어 온 음식은 시대의 변화에도 꾸준하게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음식과 지역적 요인들의 영향에 의해 특징적으로 발달되어 온 향토음식으로 구분하여 왔다. 음식은 농산, 수산, 축산, 임산 등 자연에서 얻는 자원이나 재배, 양식이나 사육 등의 노력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자연식품과 이를 가공 과정을 통해 저장 유통이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가공식품이 주원료가 되어 만들어진다.

음식은 만드는 사람이 원료, 자연환경이나 사회, 문화적인 환경 및 기술의 발달에 따라 다양한 모양, 맛, 품질을 가지도록 만들어 소비자의 입맛을 바꾸어가며 식문화의 변화 및 식품의 다양성, 차별화 등을 주도하고 있다.
예로부터 주식인 쌀로 만든 밥에 국과 발효식품인 장류, 젓갈류와 김치를 함께 먹고 이를 이용해 음식의 맛을 내왔던 우리 선조들은 농산물과 수산물을 중요한 식품원료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밥상을 구성하는 국이나 반찬도 콩을 비롯하여 채소, 생선, 해조류 등을 이용하여 조미채소나 양념을 가하여 맛을 냈다.

이런 한식이 파이토케미칼을 함유한 식물성식품, 불포화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한 생선, 식이섬유를 함유한 해조류와 채소 등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장 건강에 이로운 유익균을 함유한 발효식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최근에는 건강을 지키고 생활습관병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세계적인 우수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장류와 젓갈류는 발효 과정에서 콩 단백질을 비롯한 식물성 단백질과 어류 등에 함유된 동물성 단백질을 주로 유산균에 의해 발효과정을 거친다. 미생물이 가수분해로 아미노산, 핵산, 질소화합물 등의 맛있는 성분을 만들어 내고 감칠맛을 내는 이런 성분이 다른 맛 성분과 함께 좋은 맛으로 상승효과를 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맛 성분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기본 맛에 감칠맛이 포함되어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맛을 만들어 간다. 그중 감칠맛 성분의 역할이 큰 음식이 우리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고춧가루로 표현되는 매운 맛은 조선시대 중기 이후의 우리 음식과 입맛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생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기본 맛에 속하지 않는 피부감각에 의해 나타나는 느낌으로 동반되어 우리 음식의 맛을 좌우하여 왔다.

이렇게 만들어져 내려오던 우리 음식의 맛이 점차 달라지고 있으며 어떤 맛이 진짜인가 하는 논란을 만들어가고 있다. 윤기가 흐르고 차진 흰밥을 선호하던 입맛이 현미, 흑미 등과 잡곡류를 첨가하면서 오랜 역사 속에서 그리던 흰밥의 밥맛이 달라지고 있으며 나트륨 저감화에 따라 발효식품의 소금을 줄이다보니 전통의 장맛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젓갈도 짠맛을 줄이기 위해 소금 양을 줄이거나 당을 첨가하는 방법 등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조미료의 맛이 점차 달라지고 있어 음식의 맛을 변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여성들의 사회 진출로 인한 간편한 식품의 요구 및 외식산업의 발달,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달, 국제적인 식품원료 가격의 변동,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원료의 불균형, 판매 확대 등으로 인한 저장 유통의 문제 등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소비사회의 변화에 기인하여 식품산업과 식품시장은 지속적인 변모를 이루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고추장이나 고춧가루의 매운 맛이 거의 모든 음식의 맛을 선도하고 있으며 여기에 칠리가루, 캡사이신 등 더욱 맵게 하는 음식으로 맛이 옮겨가고 있으며 물엿은 물론 액체당도 기본 조미료로 사용되고 있어 단맛이나 끈적임 등이 음식의 기본으로 참맛에 멀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쌀로 만든 막걸리는 소비자의 선호도에 밀려 다시 밀가루 막걸리로 바뀌었고, 떡볶이용 떡도 쌀보다는 밀가루로 만든 것이 풀어지지 않고 쫀득하고 가격이 저렴하여 더 많이 쓰이고 있어 이를 먹는 소비자는 막걸리나 떡볶이의 맛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최근 피자나 고기로 만든 음식에 가공 치즈를 사용하면서 우유단백질인 카제인으로 만든 치즈와 유사한 품질을 갖도록 만들었지만 다른 식품인 가공 치즈도 매스컴을 통해 소개도 되었지만 가격이 저렴한 식물성유지로 개발된 식품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쌀가루에 글루텐을 가하여 만들어진 쌀 베이커리도 이는 불량식품도 부정식품도 아니지만 본래 원료가 가지고 있는 참맛을 변화시키고 있음에는 누구도 같은 의견일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 음식의 참맛이 달라지는 것을 시대 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고 기존의 식품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식품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그에 따른 원료, 만드는 방법, 맛도 평가하여 서술적으로 기록한 자료를 만들어 이를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하여 전통음식, 향토음식이 잘못 알려지지 않도록 우리 음식과 식문화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남기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본다.
신말식 전남대 식품영양과학부 교수